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홀로 쪽방에 앉아 눈을 감은 채 방 한켠에 붙은 글의 마지막 글귀를 곱씹는다."사막과 같은 황량한 세상일지라도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어줄 수 있다면 이 아픔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겨낼 수 있을텐데…"노회찬 의원은 지난 16일 저녁 검정 점퍼차림으로 영등포역 '쪽방촌'에 있었다.

1평 안되는 '쪽방'에서 하루 4천원의 삶 사는 우리 주변사람들노의원은 이날 한평이 채 안되는 좁은 곳에서 매일을 사는 ‘쪽방 사람들’과 함께하는 ‘하루 체험’을 했다. 그는 ‘쪽방’에서 힘겹게, 그러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도록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며 체험에 나섰다.

현재 영등포역 주변에는 이른바 '쪽방'이 530여개 남았다. 쪽방은 다시 ‘벌집방’이라고도 불릴 만큼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삶을 ‘이어가는’ 곳이다.

작년에 250여개가 철거됐지만 500여명의 쪽방주민들이 여전히 월세와 일세를 내며 이제 얼마남지 않은 쪽방에서 살아 간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독거노인, 장애인, 전과자, 알콜중독자, 부랑인, 실직가장 등 우리 주변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월세는 보증금 없이 13만원에서 18만원 정도다. 일세는 4,000원에서 7,000원 정도. 터무니 없이 싸다할 지 모르지만 이들에겐 그마저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쪽방조차 얻을 수 없는 노숙인들이 200여명이나 있다.

앞으로 교회와 50여개의 쪽방이 도시의 녹지화 정책으로 내년 3월에 철거 완료될 예정이다. 임목사에게 쪽방의 대략적인 현황을 들은 노의원은 무거운 마음으로 영등포 쪽방촌 주변의 사람들의 쉼터인 '광야의 집'에 들어섰다.



사진=노컷뉴스 류승일기자
"같은 하늘 아래 이런 곳이..."노의원은 "어려운 환경 속 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여러분들의 말씀을 결코 흘려듣지 않겠다"며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했다.

이에 13명의 노숙인들은 노의원에게 자신들의 버거운 삶을 토로했다. 19년째 쪽방생활을 한다는 김수자(48)씨는 "겨울에는 자고 일어나 보면 얼어 죽어 있는 사람이 많다"며 " 다 어렵지만 특히 나이 많은 노인들이 걱정된다"고 따뜻한 도움을 부탁했다.

이곳에서 17년째 ‘광야의집’을 맡아 사랑을 베풀고 있는 임명희 목사는 "처음 여기 왔을 때 '같은 하늘아래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에 울분이 터졌다"며 "현재 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몇 푼의 철거보상비가 아니라 단체로 함께 살 수 있는 '홈리스 복지센터'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 한마디 놓칠세라 이들의 어려움을 메모하던 노의원은 "과거 연탄 땔 돈이 없어 냉랭한 쪽방에 살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며 "한번 뿐인 여러분들의 삶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길 간곡히 희망한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또한 노의원은 직접 쪽방으로 찾아가 그들의 애환을 달랬다. 가장 작은 방 0.5평에 거주하는 강재석(71)할아버지를 만난 노의원은 "오랜만에 감옥에 들어온 느낌"이라며 "죄를 안 짓고도 벌서고 계신다"고 위로했다.

강 할아버지의 방에는 텔레비전 한대와 담요 뿐이었다. 발도 편히 뻗을 수 없는 방속에서 10년을 산 할아버지는 건강도 좋지 않아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건강히 살다가 가는 것이 꿈"이라는 할아버지 말씀에 노의원은 숙연해졌다.

103호 쪽방. 1급 장애인 박기태(47)씨를 만난 노의원은 '장애인 고용 촉진법'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받았다. "사람마다 다 꿈이 있다"는 박씨는 "실천하지 못할 법안을 만들어서 뭐하냐"고 성토했다.

"국회에서 10리도 못되는 곳에 쪽방 세상이 있다는 사실 기억해야"노의원은 "국회에서 쪽방까지는 10리도 안된다"며 "반경 10리 안에 쪽방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광야교회 임명희(55) 목사는 “목회자, 신학자들도 꺼리며 지원하지 않던 쪽방체험을 노 의원이 처음 하신다”며 “쪽방사람들의 외로움, 가련한 신세를 깊이있게 동정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날 '노숙, 쪽방 체험'을 마치고 연신 "부끄럽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음지에서도 생명은 자랍니다. 쪽방에서도 희망은 자란다”며 우리의 희망을 쪽방에 가두지 말자"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체험을 기획한 CBS 특별기획팀<오숙희 변상욱의 행복한 세상>(FM 98.1MHz 오전 9시 5분~11시 30분 PD 손근필)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암웨이 후원으로 모은 성금을 ‘광야쉼터’에 전달했다.

노컷뉴스 정윤경 수습기자(CBS 창사 50주년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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