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살아서 죽음을 경험하는 분 들이 있다.
피천득 선생님은 한참 동안 돌아가신 분으로 알려졌었다.
명예훼손이니 하며 송사를 걸어도 마땅할 일을 소년같은 작가는 그냥 그렇게 넘기셨나보다.
하긴 소모적인 말,글을 남기면서 나 여기있다고 광고해야 사는 것 같이 사는 세상이지만
피 선생님은 굳이 당신의 현존증명을 따지실 생각조차 없어셨던게다.
다시 '인연'을 찾는 무리가 생기고 해서 오랫만에 나스셨던 일이 생각 난다.
이런 경우 죽지도 않고 부활하는 셈인가.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살아서 신화를 쓴 사람들도 있다.
'가인 김민기'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노래는 天品이라 할 만큼 아름답고,
그의 육성은 저음이지만 우리의 영혼을 언제나 하늘 저편으로 고양시킨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노래는 '눈길'이다.
씨디에선 찾을 수 없어서 음질나쁜 테입으로 듣고 있는 이걸 노래라 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보니
노래의 정의가 새삼 궁금해지는데,
그의 휘파람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미끄러운 빙판위에서 위태롭게 걷고 있는
내 어린 날의 초상이 자동으로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