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큰 잡음을 남기고 가정법원에 판단을 맡기는 부부들도 한때는 너 없이 못사는 뜨거운 사랑이었지요.

하기사 그 사랑이 아니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종언을 알린 지 오래 전이겠구요.

자연이 존재하는 이유가 종족보존을 위한 욕구 때문이며, 인간에 붙여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책에서 만난 단연 최고의 사랑 표현을 함께 나누고 싶어 소개합니다.

 

"장일순 내외가 쓰던 방은 남향으로 앉은 집의 문간방이었다. 하루

종일 해가 들어 여름에는 무척 더웠다. 게다가 아내 이인숙은 더위

를 많이 탔다. 한여름에는 더워서 잠 못 드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날에는 장일순이 옆에 앉아 부채질로 아내의 더위를 쫓아주

었다. 장일순은 그렇게 먼저 아내를 재운 뒤에 잠자리에 들었다. 어

느 해, 아내의 생일날 장일순은 나무 칠기 바구니를 선물했는데, 그

안에 메모를 딱지 모양으로 접어서 넣어두었다.  메모의 내용은 다

음과 같다.

 

     여(汝)보세요.

      평생을 피곤하게 사시는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것이 마음에 있는

    데 표시가 잘 안 되네요. 오늘 보니까 피나무로 만든 목기가 있어

    들고 왔어요. 마음에 드실지.

      이 목기가 겉에 수없이 파인 비늘을 통해 목기가 되었듯이 당신

    또한 수많은 고통을 넘기며 한 그릇을 이루어가는 것 같아요."

 

우리 곁에 왔다 가신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삶을 그린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니

요란한 무용담에 주위에 카리스마를 뿜던 전설적인 유명인사들과 달리

소소하게 이웃들과 울고 웃으며 지내셨지만 평생 세운 뜻은 고결하게 지켜내신 성인(聖人)이셨습니다.

 

일생을 참되게 사신 장일순 선생님께서 부인을 사랑하는 모습을 읽어내며

오늘 새삼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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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4: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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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16: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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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2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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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5 0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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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7 14: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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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7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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