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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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술처럼 등장한, 또 한 명의 천재 탐정🌔

📖서먹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고향에 내려온 마요. 타살 가능성을 암시하는 경찰의 말과 함께, 오랜만에 만난 삼촌 다케시는 마술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이질적인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고든다. 한적했던 고향은 어느새 거대한 무대가 되고, 마술 같은 추리가 시작된다.

💬
2020년,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춰버렸던 그 시기의 공기가 소설 곳곳에 녹아 있다. 등장인물들이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거리두기를 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당시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현실의 기억과 겹쳐지는 순간들이 있어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끌어올린다.

고향을 찾은 마요가 오랜만에 마주하는 친구들을 도라에몽 캐릭터들에 빗대 묘사하는 장면은 은근한 웃음을 짓게 했고, 아버지의 관 속에 넣은 『달려라 메로스』 문고본(읽지는 않았지만 괜히 반가웠던 2022 민음북클럽 에디션)은 작은 연결의 기쁨이었다. 그리고 올해 후쿠야마 마사하루를 주연으로 한 영화화 소식까지, 여러 장치들이 독서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단편만 읽었는데, 처음 만난 주인공이 너무나 매력적이라서 시리즈의 후속작을 절로 찾아보게 만든다. 밀리의 서재 인기 검색어에서 늘 히가시노 게이고가 빠지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가가 교이치로, 갈릴레오 시리즈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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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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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크눌프가 던지는,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

📖무엇이 진리인지, 인생이 본래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는 각자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결코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내 생각은 그렇네. (p38)

💬『데미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헤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사랑받았다는 『크눌프』. 어딜 가나 환대를 받는 자유로운 방랑자인 그의 모습을 잘 보여준 「초봄」.

📖아버지는 자기 자식에게 코와 두 눈과 심지어는 이성까지 물려줄 수 있지만 영혼은 아니야. 영혼은 각각의 사람들 속에 새롭게 존재하는 것이지. (p78)

💬태양이 작열하던 여름을 크눌프와 함께 보낸 친구의 눈으로, 실패했던 사랑과 자유로운 삶 뒤에 숨겨진 고독을 그려낸 「크눌프에 대한 회상」. 어떤 소속도 없지만 모두의 친구로 존재하는 크눌프의 모습이 어쩐지 현실 같지 않았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특히 그랬다. 우리 모두, 그리고 크눌프의 친구들처럼 안정된 삶을 위해 직업과 가정에 충실한 이들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어느 관계에도 뿌리내리지 않는 그의 삶은 후회를 안고 끝나게 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헤세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익숙한 권선징악의 서사를 가볍게 비껴간다.
「종말」에서 병든 몸으로 고향에 돌아온 크눌프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헛된 삶을 살았다고. 그러나 고독한 겨울을 맞이한 그에게 신이 말한다.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했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했고 조롱당했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당했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했었다.” (p130)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크눌프는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졌고, 자기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의 삶은 실패가 아니라, 단지 다른 방향의 삶이었다. 헤세는 너무 늦기 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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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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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게는 어렵고, 무겁고, 문학적인 노벨문학상 원서...🌘

📖지극히 평범했던 영혜가 어느 날 피칠갑 꿈을 꾼 뒤, 돌연 채식을 선언하고 밤잠까지 잃는다. 남편은 아내의 변화가 불편하고, 가족은 이를 병적인 일탈로 받아들인다. 이후 형부의 미디어 아트 대상이 되기도 하고, 영혜의 조용한 저항은 결국 정신병원으로 이어진다. 인혜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영혜의 존재는 점진적으로 식물로 변해가면서 끝이 나는, 한 사람이 거부하고, 도망치고, 사라지고 싶어 했던 이야기.

📖한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변하면 다른 한 사람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p25)

📖그는 비디오 속에 그토록 많은 날개 있는 것들을 집어넣었으면서도, 막상 자신은 가장 필요할 때 날아오르지 못했다. (p234)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지를 기록한 작품이라는 건 부정할 수는 없다.
내게는 너무 문학적이고 무겁고 어두웠다. 잊히지 않는 장면들이 분명 있지만, 그 장면과 감정들이 나에게 오래 머물기를 바라진 않는다. 지금의 나는 이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떤 책은 감동보다는 거리감으로 기억되기도 하는 거겠지.... 완전히 이해할 수도, 온전히 감당할 수도 없는 작품. 어렵다 어려워😭
노벨문학상을 원서로 즐겨보자는 가벼운 마음에 시작했는데, 신나던 주말이 차분해지는 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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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
라데크 말리 지음, 레나타 푸치코바 그림, 김성환 옮김, 편영수 감수 / 소전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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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제야 보는 카프카, 알고 싶은 카프카🌓

📖 우리는 카프카의 모든 작품을 속속들이 다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카프카도 모두 다 이해하라고 쓰진 않았을 것이다. (p1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받은 팔찌에 있던 QR코드로 접속하니 전자책 플랫폼 북이오(@buk.io_official)를 25시간 동안 부분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고, 소전문화재단의 읽는 사람(@the_reader.or.kr) 부스에서 보았던 책이 있어서 바로 읽어보았다.

세문전으로 『변신 · 시골 의사』만 읽어보았던 내게 카프카는 막연히 ‘어렵고 차가운 작가’다. 전 세계적으로는 ‘제2의 카프카’, ‘카프카의 계승자’를 칭하고 '카프카적인(kafkaesk)'이라는 단어도 있을 정도로 수많은 독자가 열광하지만, 카프카의 작품은 내게만 어려운걸까.🤣 이번 민음북클럽 잡동산이 쓰는 존재에도 카프카의 작품이 많던데, 읽고 쓰다보면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 내가 다닌 고등학교가 저기 있고, 대학교는 바로 뒤 건물이고, 바로 왼쪽이 제 사무실입니다. 내 인생은 이 작은 원 안에 갇혀 있어요. (p20)

💬책에서는 프란츠 카프카의 생애와 저작을 다루면서 레나타 푸치코바의 일러스트를 활용하고 있다. 일러스트를 통해서 글을 보다 쉽게 전달했지만, 전체적으로 흑백 모노톤인 색감과 더불어 섬세하지만 내게는 기괴한 일러스트의 분위기, 계속해서 등장하는 카프카를 대표하는 변신 속 벌레 그림이 꺼림칙해서 거부감이 없지는 않았다😢 표지의 카프카 그림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 그의 작품들은 모두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몰이해, 그리고 죄 없이 저지른 잘못 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끔찍한 전율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그래서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그곳에서조차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그토록 섬세한 양심을 가지고 있었던 예술가요, 인간이었다. (p83)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요약된 몇몇 작품(선고, 변신, 단식 광대)에 관해 읽으면서 위대한 작가로만 생각해왔던 프란츠 카프카에게 내적 친밀감이 쌓였는지 가깝게 느껴지고, 그의 저작을 더욱 읽고 싶어졌다. 왜 책은 계속해서 사고 읽고, 책장을 채워도 더 새로운 것을 탐닉하게 만드는 걸까. 아직 읽을 책이 산더미지만, 카프카 책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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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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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 삶의 고양이는 무엇이고 또 누구일까.🌓

📖뇌종양으로 죽음을 앞둔 우편배달원에게 어느 날 그와 똑같이 생긴 악마가 나타나 죽기 전날이라며 “세상에서 어떤 걸 하나 없애면 하루를 더 살게 해주겠다”라고 제안한다. 그는 하루씩 더 살기 위해 전화, 영화, 시계를 없애지만, 사라진 물건들 너머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마저 함께 지워져 간다. 마지막으로 사라질 존재로 지목된 건 ‘양배추’, 돌아가신 어머니, 멀어진 아버지,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연결고리이자 유일한 휴식처였던 반려묘🐾 삶과 죽음, 상실과 기억에 대해 짙은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 사라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 한다, 라는 겁니다.” (p24)

📖나의 장례식.
내 머리맡에 모여드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옛 친구, 옛 애인, 친척, 교사, 동료들.
그중에서 나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해주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데이트나 일을 취소해야 해서 솔직히 귀찮게 여기는 무리도 있겠지.
그리고 그들은 내 머리맡에서 내 인생에 관해 어떻게 얘기할까. (p225)

💬22년 서울국제도서전을 구경하다가 SF스러운(?) 제목과 고양이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하필이면 고양이를 대체 왜?’라는 생각으로 계획에는 없었지만 얼떨결에 구매했던 책. 제목만 보고 가벼운 SF일 거라 예상했지만, 내 옆에 있는 존재들을 더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해주는 가볍지만은 않은 깊은 책이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내일부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어떤 책이 우연히 다가와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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