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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크눌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크눌프가 던지는,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
📖무엇이 진리인지, 인생이 본래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는 각자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결코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내 생각은 그렇네. (p38)
💬『데미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헤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사랑받았다는 『크눌프』. 어딜 가나 환대를 받는 자유로운 방랑자인 그의 모습을 잘 보여준 「초봄」.
📖아버지는 자기 자식에게 코와 두 눈과 심지어는 이성까지 물려줄 수 있지만 영혼은 아니야. 영혼은 각각의 사람들 속에 새롭게 존재하는 것이지. (p78)
💬태양이 작열하던 여름을 크눌프와 함께 보낸 친구의 눈으로, 실패했던 사랑과 자유로운 삶 뒤에 숨겨진 고독을 그려낸 「크눌프에 대한 회상」. 어떤 소속도 없지만 모두의 친구로 존재하는 크눌프의 모습이 어쩐지 현실 같지 않았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특히 그랬다. 우리 모두, 그리고 크눌프의 친구들처럼 안정된 삶을 위해 직업과 가정에 충실한 이들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어느 관계에도 뿌리내리지 않는 그의 삶은 후회를 안고 끝나게 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헤세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익숙한 권선징악의 서사를 가볍게 비껴간다.
「종말」에서 병든 몸으로 고향에 돌아온 크눌프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헛된 삶을 살았다고. 그러나 고독한 겨울을 맞이한 그에게 신이 말한다.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했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했고 조롱당했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당했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했었다.” (p130)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크눌프는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졌고, 자기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의 삶은 실패가 아니라, 단지 다른 방향의 삶이었다. 헤세는 너무 늦기 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