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곰돌이 푸 전집 - 푸, 피글렛, 티거와 함께 떠나는 숲속 모험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어른이 된 나에게도 친구가 되어주는 푸🌓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곰돌이 푸. 원작 소설 위니 더 푸푸 모퉁이에 있는 집, 그리고 원작 삽화가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의 삽화가 담긴 곰돌이 푸 전집을 서평단으로 만나게 되었다.

 

📖“난 멍청이야. 깜빡 속기나 하고. 난 정말 머리가 나쁜 곰이야.”

크리스토퍼 로빈이 그런 푸를 달래주었어.

넌 이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곰이야.” (p76)

💬기억 속의 푸는 늘 꿀단지를 끌어안고, 굼뜬 행동거지의 귀여운 노란 곰돌이였다. 그저 엉뚱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크리스토퍼 로빈과 곰돌이 푸는 우정과 배려, 행복을 전해주는 존재였고, 때로는 어른이 된 나보다 더 어른스런 말로 마음을 건드리는, 푸근하고 든든한 친구들이었다.

 

📖“, 나를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내가 백 살이 된다 해도.” (p527)

💬읽을수록 마음속이 조용히 정돈되는 이야기.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진심과 지혜가 가득한 이야기. 삶이 복잡해질수록, 자꾸 잊게 되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 그래서 푸는 어른에게 더 필요한 동화일지도 모르겠다. 늘 그 자리에 있어줄 것만 같은 친구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쓰는 과학자들 - 위대한 과학책의 역사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책은 단순히 정보를 담는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감탄이 엮인 서사다. 그리고 이 책을 덮는 순간, 나는 내 책장에 꽂힌 여러 과학책을 다시 보게 됐다. 얼마 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괜한 호승심으로 덜컥 구매한 (물리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안본다는) 프린키피아와 그 외에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다 읽지 못했어도 괜찮다. “엉겅퀴에 만족하던 나귀”도 언젠가는 상추를 먹게 되니까.

📖이 책은 시대별로 관통하는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해서 과학자들의 삶과 저술을 짚으며 핵심을 자세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정리해주었다. 과학이라는 거대한 지식의 흐름을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따라가면서, 고등학생 때 공부하던 과학이 얼마나 옛 것인지를 깨닫고, 소개해준 책 중에서 북킷리스트도 추려보았는데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앞으로가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각 장별로 인상깊었던 과학자나 그들의 저술을 간략히 언급만 해보자면,

1장(고대 세상의 기록: 초석을 놓다)과 2장(출판의 르네상스: 책의 혁명)에서 소개하는 과학자들과 그들의 저술은 사실 과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많이 들었던 이름과 제목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이름은 익숙하지만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고대 과학자들이 ‘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조금은 가까워졌을까. 하지만 너무 옛날이야기기도 하고, 후반부의 장들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져서 추후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거의 없었다. 단연 기억에 남는 과학자는 마지막 점성술사이자 첫번째 천체물리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다.

3장(근대의 고전: 19세기의 안정)부터는 비교적 최근으로 오면서 관심이 생기고, 읽어보고 싶은 책이 생기기 시작했다.
출판을 하는 대신 구독자를 모집해서 그림을 5장씩 낱장으로 제공했던 『북미의 새』는 총 435장 구성으로 전부 모았을 때의 가치가 지금의 돈으로 3,600만원이라는데 이게 진짜인지 믿기지가 않아서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도
전체론적 관점에서 기술한 로버트 체임버스 『창조의 자연사가 남긴 흔적』,
찰스 다윈이 HMS 비글호의 로버트 피츠로이 선장과의 항해하던 때의 이야기를 담은 『비글호 항해기』,
존 틴들의 강의 자료를 모아서 낸 세 권의 학습서인 『소리: 여젋 편의 강의』, 『열: 운동 방식』, 『빛에 관한 여섯 편의 강의』,
에드윈 애벗 애벗의 차원을 다루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사각형: 플랫랜드—다양한 차원 이야기』
를 읽고 싶은 책으로 꼽아보았다.

4장(고전을 벗어난 과학책: 뒤집힌 세상)에서는 양자물리학을 다룬 과학저술은 거의 나오지 못했다는 게 아쉬웠지만
과학책의 메시지가 격렬한 논쟁을 지피게 했던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현대 인류를 진화론에 근거하여 동물학적 생태를 분석한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
과학자가 직접 연구를 저술한 책의 문제점이 대두되긴 했지만 과학적 발견을 드라마처럼 묘사한 제임스 D. 왓슨의 『이중 나선』
과 같은 책들이 눈을 끌어 당겼다.

5장(다음 세대: 지식의 변화)은 1980년대 이후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들어보거나 읽어본 책도 많았다. 그런데 그럴수록 보이는게 많은지,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정말 많다.
뇌과학 분야의 최전선에 있었던 올리버 색스의 에세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이야기 중심의 저술 방식으로 수학의 대중화를 이끈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 새로운 과학의 출현』,
경도를 알아낼 방법을 찾기 위해 힘쓰는 존 해리슨의 이야기를 담은 데이바 소벨의 『경도 이야기』,
불멸화 세포주 제작 이야기를 다룬 리베카 스클루트의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까지 너무나도 궁금한 책들이 많다.

💬고등학교 이과에서 공대를 졸업하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내 주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다. 독서를 취미라고 말하기조차 어쩐지 껄끄럽게 느껴지던 시간들. 그런데도 내가 계속 책을 읽는 이유는 단순하다. 책이 책을 부르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은 그 내용, 작가, 참고문헌, 시리즈 외에도 수많은 것들이 다른 책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렇기늘 다음 책을 향한 문을 열고, 그렇게 연결된 독서의 고리는 멈추지 않는다.이 책을 통해서도 수많은 책을 다시 잡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여전히, 책을 놓지 못하고 있다.


#책을쓰는과학자들 #위대한과학책의역사 #브라이언클레그 #을유문화사 #한국에서가장지혜로운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마술처럼 등장한, 또 한 명의 천재 탐정🌔

📖서먹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고향에 내려온 마요. 타살 가능성을 암시하는 경찰의 말과 함께, 오랜만에 만난 삼촌 다케시는 마술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이질적인 방식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고든다. 한적했던 고향은 어느새 거대한 무대가 되고, 마술 같은 추리가 시작된다.

💬
2020년,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춰버렸던 그 시기의 공기가 소설 곳곳에 녹아 있다. 등장인물들이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거리두기를 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당시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현실의 기억과 겹쳐지는 순간들이 있어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끌어올린다.

고향을 찾은 마요가 오랜만에 마주하는 친구들을 도라에몽 캐릭터들에 빗대 묘사하는 장면은 은근한 웃음을 짓게 했고, 아버지의 관 속에 넣은 『달려라 메로스』 문고본(읽지는 않았지만 괜히 반가웠던 2022 민음북클럽 에디션)은 작은 연결의 기쁨이었다. 그리고 올해 후쿠야마 마사하루를 주연으로 한 영화화 소식까지, 여러 장치들이 독서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단편만 읽었는데, 처음 만난 주인공이 너무나 매력적이라서 시리즈의 후속작을 절로 찾아보게 만든다. 밀리의 서재 인기 검색어에서 늘 히가시노 게이고가 빠지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가가 교이치로, 갈릴레오 시리즈도 읽어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크눌프가 던지는,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

📖무엇이 진리인지, 인생이 본래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는 각자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결코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내 생각은 그렇네. (p38)

💬『데미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헤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사랑받았다는 『크눌프』. 어딜 가나 환대를 받는 자유로운 방랑자인 그의 모습을 잘 보여준 「초봄」.

📖아버지는 자기 자식에게 코와 두 눈과 심지어는 이성까지 물려줄 수 있지만 영혼은 아니야. 영혼은 각각의 사람들 속에 새롭게 존재하는 것이지. (p78)

💬태양이 작열하던 여름을 크눌프와 함께 보낸 친구의 눈으로, 실패했던 사랑과 자유로운 삶 뒤에 숨겨진 고독을 그려낸 「크눌프에 대한 회상」. 어떤 소속도 없지만 모두의 친구로 존재하는 크눌프의 모습이 어쩐지 현실 같지 않았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특히 그랬다. 우리 모두, 그리고 크눌프의 친구들처럼 안정된 삶을 위해 직업과 가정에 충실한 이들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어느 관계에도 뿌리내리지 않는 그의 삶은 후회를 안고 끝나게 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헤세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익숙한 권선징악의 서사를 가볍게 비껴간다.
「종말」에서 병든 몸으로 고향에 돌아온 크눌프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헛된 삶을 살았다고. 그러나 고독한 겨울을 맞이한 그에게 신이 말한다.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했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했고 조롱당했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당했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했었다.” (p130)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크눌프는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졌고, 자기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의 삶은 실패가 아니라, 단지 다른 방향의 삶이었다. 헤세는 너무 늦기 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내게는 어렵고, 무겁고, 문학적인 노벨문학상 원서...🌘

📖지극히 평범했던 영혜가 어느 날 피칠갑 꿈을 꾼 뒤, 돌연 채식을 선언하고 밤잠까지 잃는다. 남편은 아내의 변화가 불편하고, 가족은 이를 병적인 일탈로 받아들인다. 이후 형부의 미디어 아트 대상이 되기도 하고, 영혜의 조용한 저항은 결국 정신병원으로 이어진다. 인혜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영혜의 존재는 점진적으로 식물로 변해가면서 끝이 나는, 한 사람이 거부하고, 도망치고, 사라지고 싶어 했던 이야기.

📖한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변하면 다른 한 사람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p25)

📖그는 비디오 속에 그토록 많은 날개 있는 것들을 집어넣었으면서도, 막상 자신은 가장 필요할 때 날아오르지 못했다. (p234)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지를 기록한 작품이라는 건 부정할 수는 없다.
내게는 너무 문학적이고 무겁고 어두웠다. 잊히지 않는 장면들이 분명 있지만, 그 장면과 감정들이 나에게 오래 머물기를 바라진 않는다. 지금의 나는 이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떤 책은 감동보다는 거리감으로 기억되기도 하는 거겠지.... 완전히 이해할 수도, 온전히 감당할 수도 없는 작품. 어렵다 어려워😭
노벨문학상을 원서로 즐겨보자는 가벼운 마음에 시작했는데, 신나던 주말이 차분해지는 이 기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