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것들
사과집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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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장례를 치르며 딸이라서 느낀 불합리함, 남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사촌 오빠가 상주 완장을 하게 된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사촌 오빠가 딸 대신 상주라니..

 

"집에 남자가 한 명도 없으면 사람들이 무시해. 남자가 하나라도 있어야지." (p.21)

 

이 말에서부터 장례의 절차와 애도의 방법은 과연 맞는걸까.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과 안타까움이 섞여나왔다. 이게 쉽게 바꿀수 있는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아빠의 장례를 치르며, 미리 내 죽음의 가치관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빠의 장례식을 바꾸진 못했으나 나의 장례식은 바꿀 수 있다. 상주는 고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절차는 고인을 가장 잘 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내겐 죽음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p.24)

 

아버지와는 그렇게 크게 좋은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애도하는 내내 담담했던 것 같다. 아빠의 방을 정리하면서 아빠의 짐을 하나씩 꺼내어 마주하게 되는 아빠의 삶..

 

죽은 사람의 방을 정리한다는 것은 그런 일이었다. 사용기한이 만료된 질문과 수없이 마주하는 일. (p.63)

 

그 상황의 나라면... 제대로 정리나 할 수 있을까... 슬픔과 눈물이 날 지배하고 나는 내가 나이지 않은 채로 무기력하게 정리하고 있을 모습이 그려진다.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나도 애틋한 부녀관계는 아니다. 다만 .. 말할 수 없는 어떤 미안함이나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에 휩쌓이게 될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프롤로그: 이것은 애도가 아니다

1부. 더 나은 죽음

2부. 우리는 여전히 우리를 모르고

3부. 세 여자의 애도법

4부. 나의 죽음은 나의 생을 깨운다

에필로그: 여전한 애도에 관하여

 

죽음으로부터 애도, 나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언젠가 내게도 있을 일이기도 한 일이기도 하니까.. 마음이 먹먹한 채로 읽어낸 책.. 죽음에 대해, 애도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이 짙어진 것 같다.

 

절대 가볍지 않은 이야기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저자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격한 공감이 될 것 같다.  특히 비혼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조금 더. (개인적인 생각...)

 

 


 

■ 책 속의 문장

 

그러니 나는 상상한다. 육개장을 먹지 않아도, 남자 상주가 없어도 존엄하게 떠날 수 있는 장례식. 애도가 중심이 되는 간소회된 장례식. '나 없는 송별회'가 이루어지는, 조금은 산뜻한 애도의 장을. 적어도 내가 죽고 없을 때도 고인을 애도함에 있어 성별이나 가정의 형태가 제약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나는 나의 죽음을 천천히 준비하기로 한다.   (p.41) 1부_더 나은 죽음

 

 

부모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최대한 미루고 싶은 일이었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숙제를 미룰 수 없었으므로 그날의 대화를 통해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죽음을 제외한 채로 제대로 된 미래를 그릴 수는 없었다.  (p.58) 2부_우리는 여전히 우리를 모르고

 

 

가끔 내가 처한 현실에서 증발해버리고 싶다. 하지만 방법이 없으니 그냥 힘겹게, 조금은 억지로 해낼 뿐이다. 오늘도 꾸역꾸역. 내일도 꾸역꾸역.  (p.92) 2부_우리는 여전히 우리를 모르고

 

 


 

장례를 치르고 나서도 비혼의 가치관은 변함이 없는 저자. 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에 격한 공감을 했다. 나 또한 했었던 생각이므로. 부모님이 곁에 오래 계셔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될때.. 그때도 여전히 비혼의 상태를 불완전하게 볼텐데.. 뭇시선에 제압당하지 않으려면.. 단단함이 필요할 것 같다.

 

부모들은 모두 각자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자식들에게 계획을 조금씩 흘리는 것이다. 느닷없이 놀라지 않도록. (p.151)

 

 

가끔 문득. 불쑥. 관련된 이야기를 툭 하시곤 하는데. 대화가 아니다. 그냥 정말 툭- 하고 내뱉고는 대화속에 흘려보내는 말들인데도. 그게 그렇게 마음이 참 아프다. 늘 적응되지 않는 말들이지만. 영원 할 수는 없음을 아니까 더 아프다.

 

나이가 들수록 확실히 죽음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이 많아진 것 같긴하다. 내 곁의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나의 죽음. 특히 나의 죽음은. 삶의 마지막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그 문턱에서 어떤 생각을 할지. 그냥 갑자기 숨이 턱 하고 사라질지. 영혼이 사라지고 남은 나의 남은 몸뚱이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나의 죽음을 예측가능한 건강상태라면 그때 나는 나의 짐들을 미리 다 정리해두었을지. 아니면 못하고 나중에 누군가 정리할지. 사실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 내가 남긴 짐. 조금씩 조금씩 비워내고 정리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나의 내일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흑... 슬프겠다..)

 

아무튼.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나의 죽음과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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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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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야타가라스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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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쏘아 올린 변두리 작은 공장 최후의 결전

145회 나오키상 수상작 『변두리 로켓』 마지막 이야기.

 

 

 

마지막이라니.... 끝이라니.... ㅠㅠ

 

사실 4권 중 아무편이나 먼저 읽어도 정말 상관은 없지만.. 『변두리 로켓: 고스트』의 연장선인 것 같은 『변두리 로켓: 야타가라스』

 

'야타가라스'는 일본 고대신화에서 '신의 신부름꾼'으로서 길을 안내해주는 까마귀를 말하며, 하늘, 땅, 사람을 상징하는 세 개의 다리를 가진 신성한 새- 라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야타가라스'는 우주에 쏘아 올린 길잡이 위성인 준천정위성의 이름이다. (책 속 도입부에 수록된 설명 발췌)

 

 

『변두리 로켓:야타가라스』에서는 우주 사업이 전면 축소되고, 파트너의 배신에 트랜스미션 진출 기회마저 잃게되어 휘청거리는 쓰쿠다제작소.. 쓰쿠다가 의지했던 도노무라의 퇴사로 분위기도 휘청.. 이런 위기에서 농업용 로봇의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공급해 달라는 데이코쿠중공업 자이젠 부장의 제안! 쓰쿠다와 직원들은 최후의 도전을 하게된다. 점점 쇠퇴해가는 농업의 모습을 보고 자율주행 트랙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

 

 

인상깊었던 상황으로만 적어보자면... (끄적끄적) 

 

시마즈가 쓰쿠다 제작소를 다시 찾아왔을 때... 나도 함께 환호했고.. (p.197) 도노무라 아버지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겠는 그 마음을 애잔함을 느꼈고.. (p.212) 아버지에게 품은 증오가 출세 욕망의 원동력이 되어버린 마토바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고.. (p.288) 도노무라의 아버지도 쓰쿠다씨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열렬한 지원자가 된 이유에 대해서는 반박불가!! ㅋㅋ 나도 같이 응원하게 된다.. 뽜이티잉...!! (p.306) 변호사 박탈당했는데도 또 등장한 나카가와 법률 고문.. 으유! ㅋ (p.316) 부당한 방법으로 클린하지 못했던 마토바의 무너짐.. 자업자득이지뭐.. 그와중에 온화함에서 분노로 넘어가는 데이코쿠중공업 오키타사장 쫌 멋있었네? ㅎ (p.346) 시게카공업의 50년 역사를 내려버린 마토바의 무너짐에 시게타는 뭔지 모를 허무함을 느꼈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p.359)

 

그리고 쓰쿠다를 배신했던 라이벌 회사 다윈의 이타미.. 쓰쿠다제작소에 찾아가 특허 기술 사용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사람일은 정말 모르는 거임.... (p.369) 그랬기 때문에 쓰쿠다는 부탁을 거절한다. 하지만 도노무라에게 다녀오면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몇차례의 부탁에도 거절에 다윈 프로젝트 관련 향후 방향성에 대해 모색하려는 전체회의가 열리고, 그곳에 찾아온 라이벌 쓰쿠다제작소의 쓰쿠다.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이 없지않아 있는데..ㅋ 그래도 쓰쿠다의 등장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 그가 회의에서 하는 말, 비록 경쟁업체이지만 같은 업계의 사람으로서 전하고 싶은 쓰쿠다의 진심에 마음이 뭉클했다. 왠지 모르게 그가 하는 말 콕콕콕- 눈과 귀에 쏙 들어오면서 쓰쿠다씨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p.392)  그런 상황들이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아... 너무 각박한 세상이니까요....ㅋ) 심지어 쓰쿠다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을까..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D

 

쓰쿠다는 이타미를 돌아보았다. "아무쪼록 저희 기술을 사용해주십시오. 그리고 다윈을 믿고 구입한 농가 사람들을 구해주십시오. 부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것뿐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찬성하신다면 저는 농업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라이선스 계약에 동의하겠습니다." (p.395)

 


아! 혹시나하고 쓰쿠다제작소로 돌아가지 않을까하고 내심 기대했었던..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겠다는 결심은 변하지 않은 도노무라씨.. ㅠ 쓰쿠다씨와의 크진 않지만 그냥 도노무라의 활약을 기대했었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지만.. 『변두리 로켓: 야타가라스』에서도 충분히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았으니까 해피해피- ㅋ

 

더 이상의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ㅎ

 

 

 

"무엇을 위해 연구를 하는가. 왜 그렇게 중요한 걸 잊어버렸을까. 왜 그렇게 소중한 걸 잃어버렸을까."

맥이 풀린 듯한 노기에게 쓰쿠다가 말했다.

"이제라도 기억해냈으면 됐지. 노기, 우리와 함께하자." (p.59)

 

 

"그게 변두리의 마음가짐이겠지."

이타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려 애썼다.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어. 왜 잊어버렸을까." 그리고 이타미는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p.415)

 

 

쓰쿠다씨를 통해서 잊고살았던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게 되는 이들. 『변두리 로켓: 야타가라스』 에서는 인간에 대한 진심, 을 고스란히 보여준 쓰쿠다제작소의 쓰쿠다와 직원들 그리고 쓰쿠다와 관련된 사람들. 

뭉클...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어도 조금씩 조금씩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쓰쿠다제작소의 쓰쿠다. 쓰쿠다같은 사장이 있는 회사라면 이 한몸 바쳐 열일할 듯... (이 말은 지난번에도 했던말...ㅋㅋ) 『변두리 로켓』과 함께하는 내내 멋진 사람이었고, 마지막까지 굉장히 긍정적이고 멋진 에너지를 보여주어서 고맙다... :D 



『변두리 로켓』부터 『변두리 로켓: 가우디프로젝트』,『변두리 로켓: 고스트』,『변두리 로켓: 야타가라스』까지.. 함께 좌절하기도 하고, 함께 실망하기도 하고, 함께 분노했으며.. 통쾌하기도 했고 감동도 있었던 변두리 로켓 시리즈..!! 긴 여정이었지만.. 즐거웠고, 즐거웠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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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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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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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무당의 딸과 몰락한 양반가 아씨의 운명을 넘어 새 삶을 찾아가는 여정!

 

무당인 어머니를 부끄러워하고 원망하며 사는 기련, 몸이 아픈 아버지와 어린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소년 가장 백주, 그리고 양반가의 자식이었으나 누명으로 인해 몰락하는 소애 아씨.. 아... 등장인물들의 아픈 삶... 불평등하고 이렇게 괴롭고 힘든 삶이라니...

 

『시구문』은 죽은 자를 내어가던 문이라 한다.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시구문을 중심으로 자신의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려는 세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신내림을 받은 어머니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모녀의 삶.. 무당인 어머니를 부끄러워하고 많이 원망한다. 그런 기련에게 어머니는 늘 조심스럽고 기련에게 미안해하는데.. 기련은 돈을 얼른 모아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시구문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당의 딸이라는 걸 내세워 사람들을 속여 돈을 받아 옳지못한 행동이지만 그렇게 조금씩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무슨 마음인지 이해될 것같은...)

 

산다는 건 뭘까. 아픔 없는 사람이 없다지만 그 크기와 받아들이는 가슴이 다 달라서 누구나 공평한 크기의 아픔을 느낀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다른 누군가가 나였다면 어땠을까. 소문이 사실은 아니니 어머니를 이해하고 감싸 안았을까. 저질러진 운명 앞에 순순히 머리를 조아렸을까. 하지만 나는 내가 왜 이런 삶을 살아내야 하는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머니가 마련해놓은 음식을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머니가 받아들인 운명이 기어이 나를 잡아먹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시절은 저 달보다 더 멀리 있었다. (p.49~50)

 

백주는 건강이 좋지않은 아버지와 어린 동생 백희를 먹여살리는 소년 가장인데.. 백주는 너무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어 돈을 떼이기 일쑤다. 착한 건 착한거고. 못된 것들이 착한 것을 이겨먹는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은. (버럭) 백희에 대한 미안함이 미움으로 가지고 있는 백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마음이 후련해졌던 백주.. 그런 백주의 벗 기련.

 

"백희 미워하지 마. 너도 미워하지 말고."

백주가 양팔을 목 뒤로 끼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도 어머니 미워하지 마."

우린 둘 다 누군가를 미워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방법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 또한 우리 자신이었다. (p.98)

 

소애아씨는 양반가에서 태어났지만 누명으로 집안이 몰락한다. 주저앉지 않고 살아가려가는 소애아씨. 그녀가 가진 희망이 어쩐지 더 짠하게 느꼈던 것 같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었다.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도, 막다른 길에 내쳐졌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미워했어도 우리는 숨을 쉬고 있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했다. 누군가를 돕고, 다시 길을 찾고, 미워했던 사람을 다시 이해해야 했다. 그러니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죽음을 기다리며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었다. 도망쳐야 했다. (p.151~152)

 

기련과 소애아씨가 우연히 만나게 되어 알게 되고, 살기위해 살아내기위해 해야했던 일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어린 백희지만 생각또한 어렸기 때문에..) 백희의 오빠 백주는 목숨을 잃게된다. 도망쳐야 살 수 있었던 기련과 소애아씨.

 

백주의 죽음과 더이상의 삶이 나아갈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에 슬픔을 뒤로 한채 기련은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새로운 삶의 시작이 있을거라 믿고 그들을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그 삶을 향해 소애아씨와 시구문을 향한다.

 

집을 벗어나고 싶은 기련, 어머니도 안 계시고 혼자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백주, 전부를 잃어버린 소애아씨..

전부 다른 이유이지만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십대의 나이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던 그들은.. 결국 행복을 위해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해 다른 시작을 위해 문을 나서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화이팅. 진짜 화이팅..)

 

 


 

 

■ 책 속의 문장

 

"백주야 이 세상에 슬픔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  p.51

 

사람의 기억이란 지나간 사람의 기억을 이어 붙여 또 끝끝내 삶을 살아가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니 육신이 여기 없어도 그 사람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마음, 기억 속에 함께 이어져 있다. 그 진실을 나에게 일깨워준 건 어린 백희였다.  p.123

 

두려워서 도망치고 싶었다. 두려움을 들키기 싫어 어머니를 미워하고 원망했다. 어머니로부터 멀리 도망쳐 운명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고 꾹꾹 밟아 짓이겨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p.126

 

백희가 백주의 옷고름을 들어 제 뺨에 비비고 냄새를 맡았다. 옷고름에 백희의 굵은 눈물이 스며들었다. 백주의 허름한 옷고름이 맑은 유리구슬처럼 너무도 투명하게 보였다.

"오빠 냄새가 곧 사라지겠지?"

아씨가 그 말을 듣고 백희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함께 울었다.

"그 냄새를 기억하는 건 마음이야. 나는 그 마음을 잊지 않을거야. 너도 그럴 거지?"  p.175

 

살아가는 내내 기억해야 했다. 앞으로의 삶이 힘들더라도, 우리에게는 우리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기꺼이 문밖의 길을 내어준 어머니와 백주가 있었다는 것을. (p.180)

 


 


생각많은 나는 여전히 어떤 문을 열어야 할 지 수많은 길과 그 문 앞에서 고민이지만.. 이 책의 메세지가 참 좋았다..

 

십대 친구들이 고민이 많을텐데.. 책 속의 친구들은 비록 다른 시대에 있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자신의 고민이, 자신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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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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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정원에 남겨두었다> 가족의 개념과 성소수자의 이야기, <다른 세계에서도> 임신중지와 낙태법에 대한 이야기, <라이파이> 만화 라이파이 속 발차기가 인상적이었고, <부태복> 탈북민 의사와 지방병원 의사의 이야기, <컨프론테이션> 법조인인 '내'가 사랑을 하고 이별하는 이야기, <눈빛이 없어>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소설이만 사실같은 사건을 다룬 영화의 장면이 지나가는 듯한 이야기, <너를 따라가면> 간호사 정혜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5·18사건, <참 站> 윤리성..... 뭔가 다소 무겁게만 느껴졌던 이야기...

 

다채로운 8편의 단편 소설. 작가의 상상력, 필력이 굉장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사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마음이 그냥 좀 무겁게 느껴졌... (표지가 한몫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사회적인 이슈들을 소설 속에 담았는데.. 읽다보면 알만한 사건들을 너무나 차분하게 담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놀랍기도 했다. 각각의 소설 전부 가볍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여덟 단편중 <눈빛이 없어>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어떠한 사고가 딱! 떠오를 만큼의 그런 내용을 담은 이야기에 먹먹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신입에 대한 그들의 미안함이 너무나 느껴졌고, 그 마음 또한 무거움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저 친구 눈빛이 없었어. 제정신이 아니었지. 어디 저 친구뿐이었겠나." (p.212) _ 눈빛이 없어

 

기억이란 대부분 그렇게 망실되어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마련이지만, 어떤 기억은 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 오랜 세월을 견디다 한순간에 깨어나버리고는 한다. (p.214~215) _ 눈빛이 없어

 

 

 

 

 

■ 책 속의 문장

사람은 누구나 오류를 낸다. 오류를 줄이려면 객관적 지표가 필요하다. 검사를 안 하고 놓치기보다는, 하고 나서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는 편이 백번 낫다.

부태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기계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불신했다.   p.112 _ 부태복

 

나는 불현듯 오를레앙에서의 한 시절을 떠올렸다. 프랑스 아이들과 말을 튼 후에도 투명한 구체에 갇힌 듯, 잘해봐야 그들 사이에서 두더지나 청설모같이 아담하고 신기한 동물일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을, 누구에게도 티 내지 못했던 고립을, 그리고 그로 인한 외로움을, 언젠가 도래할 끝을 기다리며 견뎠던 그 시간들을.   p.165 _ 컨프론테이션

 

 

어떤 장면들은 또렷이 기억났는데 이상하게도 되살아난 기억마다 의문문의 꼴을 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그때 그 사람은 정말 컷소를 정비하고 있었떤 것이었을까. 애초에 난간 아래를 수직으로 응시하던 그는 정말 땅에 핀 꽃을 내려다보았던 거이었을까. 이런 식으로.   p.216 _ 눈빛이 없어

 

당신이 없는 그곳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굳건할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p.70) _ 다른 세계에서도

 

 

현실에서 잊고 잊혀지며 사는 문제들을 소설에서 끝없이 질문하고 끝없이 의문하게 만드는 이현석 작가의 첫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도』 .. 사회적인 문제들을 이야기를 소설로 만나게 될때마다 나는 그 사실들에 너무 외면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괜한 미안함이 들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 한켠에 묵직함을 남겨놓은 것 같다.

현실을 마주해볼 수 있게, 소설로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 이현석 작가의 다음 시선이 궁금하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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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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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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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다. 표제작인 <오프닝 건너뛰기>를 포함해 <쾌적한 한 잔>, <앙코르> 이렇게 총 3개의 단편과 에세이 한 편이 실려있다.

 

결혼은 하였지만 과정을 생략하고 결혼한 신혼부부의 이야기 <오프닝 건너뛰기> .. 주인공 수미와 경호는 결혼생활에서 서로 다름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들의 결혼 생활. 처음보는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오프닝을 건너뛰는 수미.. 다시 처음부터 재생시키는 경호.. 영상을 보며 지난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경호.. 흠.. 아무튼 이들은 서로에게 불만이 생기지만 평생 같이 해야 할 관계임을...

 

수미는 경호에게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으나 한편으로는 부부란 서로가 만나기 전에 겪은 아픔마저 끝없이 달래주어야 하는 사이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p.45) _ 오프닝 건너뛰기

 

 

결혼을 하지 않고 연애만 하는 포옹이상의 스킨십은 하지 않는 남자 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쾌적한 한 잔> ..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는 교사 은우. 자신의 불완전함에 누군가를 만나는게 어려워지게 되는 때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은우는 다시 잔을 들고 칵테일을 한 모금 삼켰다. 쾌적한 맛이 났다. 요란하고 뜨거운 충동의 반대편에 위치한 듯한 맛이었다. 크고 단단한 얼음이 뿜어내는 냉기에 중심을 내주어야만 성립하는 맛이기도 했다. 자신이 견뎌낼 수 있는 온도와 머물 수 있는 환경에 대해 가늠해보면서 은우는 기다란 유리잔 표면에 맺힌 물방울에 손끝을 가져다 댔다. (p.84) _ 쾌적한 한 잔

 

 

해외여행에서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 함께 여행하며 지난날 연애를 떠올리는 두 여자의 이야기 <앙코르> .. 세영과 가람.. 여행지에서 캐리어를 분실한 가람. 세영이 그녀를 보곤 도와주게 되고 함께 여행하기로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되는 세영..  한국으로 돌아가 세영과 가람은 연락하고 지낼까... 함께 듣기로 한 음악은 무엇일까... 궁금증이 남은 앙코르... :D

 

 

돌이켜보면 세영은 그 당시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아직 어느 정도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음에도 그녀와의 연애에 온 마음과 정성과 시간을 쏟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모순적이게도 그러한 시절을 겪고 나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이후에는 일상에서 일이 차지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절대적인 비중을 점유하는 바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볼 여유가 없어졌다.

사실 세영은 자신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까맣게 잊고 살다시피 했다. 그러니까 이번 여행까지는. 그러다 돌아갈 날만을 앞둔 이 순간 그간 잊고 있었던 감정이 생생히 되살아난 것이었다. (p.134~135) _ 앙코르

 

 

결혼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함을 이야기 해주는 것 같은 세 편의 소설.. 자신이 유지할 수 있는만큼의 편견과 선입견의 거리들.. 낯설지만 낯설지않은.......

 

 

대답을 미루는 수미에게 경호는 잘 기억해두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영화에서 주인공이 말하기를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생애 첫 번째로 하는 경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라 하더라고 전했다.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는 데 성공하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고, 첫사랑에 빠지는 강렬한 순간들이 기억 사이사이에 기둥처럼 솟아올라 구획을 만드는데, 처음 접하는 경험과 자극이 드물어지고 빤한 일상만 반복하다 보면 긴 시간이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어서 점점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p.51 _오프닝 건너뛰기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참 많죠."

"네." 가람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들 눈에는 저도 어딘가 한 군데쯤 이상해 보이겠지만요" 하고 덧붙였다.   p.119 _ 앙코르

 

생각해보면 단편 소설 속 메세지를 발견하는게 다소 어려웠던 것 같다. (읽는 내공 부족한 1인) 저자의 작품 중에서 「꿈은, 미니멀리즘」,「안락」만 읽어보았는데.. 또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지.. 그래야겠지..

세 편과 에세이를 읽고 책의 끄트머리에 있는 해설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니까요..... ☞☜



 

TRIPLE ① 호르몬이 그랬어

TRIPLE ② 오프닝 건너뛰기

 

세 편의 소설이 한 권에 모이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일반적인 소설집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여러 흥미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으며 독자는 당대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다는 트리플 시리즈. 세 번째도 너무나 기대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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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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