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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것들
사과집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4월
평점 :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장례를 치르며 딸이라서 느낀 불합리함, 남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사촌 오빠가 상주 완장을 하게 된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사촌 오빠가 딸 대신 상주라니..
"집에 남자가 한 명도 없으면 사람들이 무시해. 남자가 하나라도 있어야지." (p.21)
이 말에서부터 장례의 절차와 애도의 방법은 과연 맞는걸까.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과 안타까움이 섞여나왔다. 이게 쉽게 바꿀수 있는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아빠의 장례를 치르며, 미리 내 죽음의 가치관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빠의 장례식을 바꾸진 못했으나 나의 장례식은 바꿀 수 있다. 상주는 고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절차는 고인을 가장 잘 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내겐 죽음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p.24)
아버지와는 그렇게 크게 좋은 사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애도하는 내내 담담했던 것 같다. 아빠의 방을 정리하면서 아빠의 짐을 하나씩 꺼내어 마주하게 되는 아빠의 삶..
죽은 사람의 방을 정리한다는 것은 그런 일이었다. 사용기한이 만료된 질문과 수없이 마주하는 일. (p.63)
그 상황의 나라면... 제대로 정리나 할 수 있을까... 슬픔과 눈물이 날 지배하고 나는 내가 나이지 않은 채로 무기력하게 정리하고 있을 모습이 그려진다.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나도 애틋한 부녀관계는 아니다. 다만 .. 말할 수 없는 어떤 미안함이나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에 휩쌓이게 될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프롤로그: 이것은 애도가 아니다
1부. 더 나은 죽음
2부. 우리는 여전히 우리를 모르고
3부. 세 여자의 애도법
4부. 나의 죽음은 나의 생을 깨운다
에필로그: 여전한 애도에 관하여
죽음으로부터 애도, 나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언젠가 내게도 있을 일이기도 한 일이기도 하니까.. 마음이 먹먹한 채로 읽어낸 책.. 죽음에 대해, 애도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이 짙어진 것 같다.
절대 가볍지 않은 이야기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저자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격한 공감이 될 것 같다. 특히 비혼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조금 더. (개인적인 생각...)
■ 책 속의 문장
그러니 나는 상상한다. 육개장을 먹지 않아도, 남자 상주가 없어도 존엄하게 떠날 수 있는 장례식. 애도가 중심이 되는 간소회된 장례식. '나 없는 송별회'가 이루어지는, 조금은 산뜻한 애도의 장을. 적어도 내가 죽고 없을 때도 고인을 애도함에 있어 성별이나 가정의 형태가 제약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나는 나의 죽음을 천천히 준비하기로 한다. (p.41) 1부_더 나은 죽음
부모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최대한 미루고 싶은 일이었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숙제를 미룰 수 없었으므로 그날의 대화를 통해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죽음을 제외한 채로 제대로 된 미래를 그릴 수는 없었다. (p.58) 2부_우리는 여전히 우리를 모르고
가끔 내가 처한 현실에서 증발해버리고 싶다. 하지만 방법이 없으니 그냥 힘겹게, 조금은 억지로 해낼 뿐이다. 오늘도 꾸역꾸역. 내일도 꾸역꾸역. (p.92) 2부_우리는 여전히 우리를 모르고
장례를 치르고 나서도 비혼의 가치관은 변함이 없는 저자. 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는 말에 격한 공감을 했다. 나 또한 했었던 생각이므로. 부모님이 곁에 오래 계셔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될때.. 그때도 여전히 비혼의 상태를 불완전하게 볼텐데.. 뭇시선에 제압당하지 않으려면.. 단단함이 필요할 것 같다.
부모들은 모두 각자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자식들에게 계획을 조금씩 흘리는 것이다. 느닷없이 놀라지 않도록. (p.151)
가끔 문득. 불쑥. 관련된 이야기를 툭 하시곤 하는데. 대화가 아니다. 그냥 정말 툭- 하고 내뱉고는 대화속에 흘려보내는 말들인데도. 그게 그렇게 마음이 참 아프다. 늘 적응되지 않는 말들이지만. 영원 할 수는 없음을 아니까 더 아프다.
나이가 들수록 확실히 죽음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이 많아진 것 같긴하다. 내 곁의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나의 죽음. 특히 나의 죽음은. 삶의 마지막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그 문턱에서 어떤 생각을 할지. 그냥 갑자기 숨이 턱 하고 사라질지. 영혼이 사라지고 남은 나의 남은 몸뚱이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나의 죽음을 예측가능한 건강상태라면 그때 나는 나의 짐들을 미리 다 정리해두었을지. 아니면 못하고 나중에 누군가 정리할지. 사실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 내가 남긴 짐. 조금씩 조금씩 비워내고 정리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나의 내일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흑... 슬프겠다..)
아무튼.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나의 죽음과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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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