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
이주영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7월
평점 :

삶의 다정한 순간들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의 이주영 작가는 주중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주말에는 소설을 쓴다. 각각의 단편에는 자잘하고 사소한, 아니 어쩌면 타당하고 정상적인 불행을 겪는 이들이 등장한다. 거기에서 오는 위로와 공감이 매력적이라 느껴지는 단편소설집이다.
단편소설 속 곳곳에 '초록'이 담겨있다. 찾는 재미도 있었는데.. 초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과 빛이 잘 스며든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 .. 그것들은 위태롭다가 떨어진 삶의 조각에게 다정함을 건넨다. 이주영 작가만의 빛으로.
_
<되는 얘기>, <돌스의 사생활>은 아이돌 세계를 담았는데.. 나쁜 어른이 만들어낸 나쁜 상황들이.. 이게 되는 이야기야? 이거 있을수도 있는 이야기겠는데? 끝없는 물음표를 남겼던 것 같다. 할말을 잃기도 하고.. 와..c.. 그리고 <안녕한 하루>도 인상적이었고...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는 대로 둘 수 있다면, 불쑥 치솟는 물음들을 고요히 가라 앉힐 수 있다면 여원의 삶도 언젠가 단단히 매듭지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매매, 이사, 구직, 출근…… 이런 단어들을 하루하루 쌓아가다보면, 그리하여 우연히 다시 만난 안녕한 하루가 한 달이 되고 1년이 된다면 더는 이음매를 발견할 수 없는 날이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p.170~171) _ <안녕한 하루>
여덟 편의 단편중 하나만 고르라면 <이터널 선사인>을. '공간 묘사에 집중해서 읽으면 훨씬 좋다'는 마케터님의 말씀에 나름의 방식으로 집중하여 읽었다. 그랬더니 더 생생하고 좋았던 단편.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담낭암 진단을 받은 안교수가 '장례식에 초대한다'는 메일을 보내며 전개되는데.. 다소 파격적인 소재가 아닌가.. 장례식에 초대한다니.. 죽음에 선수칠 때라며 안락사를 돕는 기관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안교수의 선택은 자신의 안녕이었을까.. 돌아가지 못하고 초록을 몸에 지닌 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지.. 그저 마음이 쓸쓸해지는 단편이었다..
<북해서가>에서 유난히 영화같이 장면이 떠오르는 145페이지... 마케터님이 좋다고 하셨는데.. 아니- 진짜로. 나도 좋았다. :D
키가 작고 구불구불한 소나무 둥치 사이를 걸어가며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냐고 지운에게 물었다. 거의 다 왔어. 지운은 나를 돌아보며 빙그레 웃었다. (…) 길고 동그란 불빛이 가리키는 곳에 내가 기대한 풍경은 없었다. 잔디가 덮인 야트막한 언덕에 눈썹처럼 동근 뫼의 능선이 희미하게 포개져 있을 뿐이었다. (p.145)
_
단편소설을 좋아한다면, 섬세하고 다정한 순간들에 머물고 싶다면 『초록을 지닌 채 우리는』 추천추천..!! :D
※ 교유서가 마케터님과 교환독서로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문장의 밑줄에서는 다시 한번 세심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던 것 같다. 같은 마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던 메모에서는 반가움과 놀라움도 있었고, 생각과 닿음이 덜 했던 부분에서는 마케터님의 생각에 기대어 볼 수 있었던 점이 정말 좋았다. :D 책을 조금 더 깊게, 섬세하게, 다정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서 감사하고, 종종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초록을지닌채우리는 #이주영 #교유서가 #단편소설 #단편소설집 #소설 #추천책 #추천소설 #교환독서 #도서지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