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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도망쳤다 - 2025 서점대상 수상작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9월
평점 :

왕자가 스쳐간 자리에 남은 다섯 가지의 작은 이야기 『인어가 도망쳤다』
화려한 도시 긴자. 주말이나 공휴일의 긴자 주오도리는 보행자 천국으로 전환된다. 토요일 낮 TV에서 방영되는 정보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자신이 왕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말한다.
"내 인어가 사라져서……. 도망쳤어. 이곳으로." (p.17)
왕자를 만난 다섯 인물들. 연인 앞에서는 자꾸만 쭈굴해지는 청년, 딸이 독립한 이후에 공허함을 자주 느끼는 엄마, 소유욕 때문에 사랑을 놓친 노인, 불안함에 지치고 흔들리는 작가, 화려한 모습 뒤로 외로움을 숨긴 한 여인... 자신이 외면해 두려움과 진짜 마음을 마주하게 되는 인물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인어가 도망쳤다』
왕자를 마주한 사람들은 자신이 몰랐던 외면했던 아픔과 상처를 깨닫고 회복하기도 한다.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에 불안하지만 그보다 더한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상대방의 진심을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된다. 우리들에게서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들에게서 친근함이 느껴졌다. 일상에서의 순간들, 평범함에서의 흔들림은 인물들이 변화하게 만들었다. 등장인물들의 변화된 감정은 공감되는 순간들도 있고 위로와 웃음을 주기도 했다.
"사이가 틀어진 사람들은 말이야, 같이 있으면 싫은 점만 보게 돼. 그런데 막상 헤어지면 의외로 좋았던 추억이 먼저 떠오르지."
숙모는 담담하게 말하며 내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싫었던 것도, 좋았던 것도 다 진짜잖니? 그렇다면 함께 살든 헤어지든, 어느 쪽을 택했어도 잘못된 선택은 아닐거야." (…)
"괜찮아. 고개 들어. 씩씩하게 살아야지. 'x'라는 글자를 엑스라고도 읽지만, 곱하기라고도 하잖니. 실패는 벌점이 아니야. 경험의 곱셈이지. 앞으로도 계속 음미할 깊은 인생이라고." (p.123) _ <3장 거짓말은 멀리>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 이토록 위로되는 문장이라니. 힝.. 좋다.. 실패는 벌점이 아니야. 잘못된 선택이 아니야. 괜찮아. 고개 들어. 힝.. (나 우냐...)
"인간이란, 매일 보는 게 그대로 마음과 몸에 드러나. 기분 좋은 것들에 둘러싸여 아름다운 걸 봐." (p.207) _ <5장 당신은 확실히>
이 단 한 줄의 문장에 나 울컥. 아. 정말. 너무나 공감하는 문장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역사와 드라마를 품고 있었다. (…) 펼쳐진 페이지의 작품이 내게 말을 건넨다. (…)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피규어 속에 똑같은 인물은 하나도 없다. (p.84) _ <2장 거리는 풍요로워>
문장이 너무 예쁘네.. 뭔가 위로되는 문장.. 마음이 몽글몽글.. 읽다 보면 너무 멀리 있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공감되었던 것 같고. 왕자에게 인어는 결핍이고 상처고 아픔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왕자가 잃어버린 인어는 그런 마음 뒤에 있는 '진짜 내 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건 아마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있을 듯하다.. 숨겨두고 외면했을 뿐.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자신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책 속에 담긴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너무나 좋았던 책. 또한 이 책은 누군가에게도 분명 위로가 되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D
생각보다 깊은 울림이 있었던 소설이다. 기대보다 더 좋았고. 똑같지는 않아도 무언의 공감과 용기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내내 좋았다. 너무 좋았기때문에 아오야마 미치코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았는데.. 엇... 작가의 <월요일의 말차 카페>,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읽은 적이 있었네.. 맞아. 그때도 따뜻하고 감동적이고 편안한 이야기들이어서 좋았던 기억이! :D 그래서 이 책도 좋았구나!! :D
읽어보지 않은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다. 줍줍. :)
#인어가도망쳤다 #아오야마미치코 #해피북스투유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