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없는 나의 세계
마이클 톰프슨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1월
평점 :

잊히는 소년의 이야기 <내가 없는 나의 세계>
생일이 돌아오면 다시 시작되는 세상. 태어나고 생일이 지나자 토미는 모든 이들에게 잊힌다. 부모에게조차도. 그들에게는 갑자기 집에 낯선 아이의 등장이라니. 결국 보육원에서 자라게 된 토미. 매년 생일이 지나자마자 토미의 삶은 리셋이 된다. 사람들의 기억은 물론 토미의 모든 기록이 사라지는 특이한 운명을 가진 토미..
"사람들은 날 잊어버려. 그러니까, 그냥 누군가가 잊는다는 게 아니라, 온 세상 사람이 다 나를 잊어. 매년, 똑같은 날에.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식이야.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멀쩡하게 존재하면서 누군가의 친구였는데, 다음 날이 되면 나도 그대로고 다른 사람도 다 그대로인데, 다만 다들 내가 누군지 모르게 돼. 난 그 사람들한테 생판 모르는 사람이 된다고." (p.372)
매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고 모든 흔적 또한 사라지는 삶을 반복하여 살아가는 토미. 어릴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들을 느끼게 된다. 위탁시설에서 만난 캐리와 토미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하지만 생일이 지나면 캐리는 토미를 알아보지 못한다. 사람들과의 관계, 인연, 기억 등으로부터 오는 상실감과 특히 캐리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함에 마음이 아픈 토미는 지워지는 삶의 규칙에 맞서기로 하는데..
이유야 어찌 되었든, 토미 루엘린은 캐리 프라이스를 전적으로, 돌이킬 수 없게, 영원히 사랑하게 되었다. 4주 후에는 그녀도 다른 이들처럼 토미를 잊겠지만, 그래도 캐리를 계속 사랑할 것이었다. 인생은 토미에게 잔인한 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잔인할 수는 없었다. (p.99)
토미가 자신의 삶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두고 '재시작'이라고 말했다. 토미가 찾아낸 몇 가지 규칙이 있었는데 해마다 다시 쌓아야 하는 자신의 삶 속에 빈틈을 찾아내어 적용해 본다. 그래서 잘 되면 다행이고! 안되면 속상하고.. 토미의 생일이 오면 괜히 긴장되면서 응원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래도 누구 하나는 토미를 기억해 주는 일은 없을까. 또 어딘가에 토미의 흔적이 남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토미가 운 건 이게 다…… 너무해서였다. 물론 너무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토미는 그걸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인간관계가, 자신의 경험이 이랬다. 그게 좋든 나쁘든, 그는 제 것을 두고도 무어라 전혀 주장할 수 없었다. (p.107~108)
바꿀 수 없고, 평생 이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토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보다 나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그래도 참 많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읽는 내내 가까워져오는 재시작의 경계선에 있는 토미가 외로워 보였다. 알고 지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못 알아보고 나만 기억하는 일이라니.. 나만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니.. 너무 슬픈데...
나를 기억도 못 하는 사람과 마을 이어간들,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토미를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라면, 토미를 왜 잊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을 테니까. 답은 없고, 상처만 더해졌다. (p.282)
나중에 언젠가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잊혔으면 좋겠다고- 가끔 생각했었는데. 그러니까 아예 없었던 사람처럼. 근데 토미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생각이 좀 바뀐 것 같다.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너무 불쌍할 것 같아서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네.. ㅎ 하하.
타인의 기억이 없어도, 자신의 흔적이 남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토미.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삶도 좋지만 스스로를 잊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의 깊은 울림과 여운이 남은 소설 『내가 없는 나의 세계』 .. 삶이 불안한다면, 나의 여유가 없다면, 나를 잊고 사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
토미! 나는 기억할게!
#내가없는나의세계 #마이클톰프슨 #문학수첩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