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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멜리아 싸롱
고수리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우리는 모두 사랑받는 사람이었습니다." (p.322)
『까멜리아 싸롱』 은 이승과 저승 사이의 중천이다. 그러니까 이승을 완전히 떠나기 전, 49일 동안 머물며 그간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는 곳인데 첫눈이 내리면 열고 동백꽃이 피면 닫는 기묘한 다방이다. 마담 여순자, 객실장 마두열, 인생책 읽어주는 사서 지원우, 매니저 유이수 이렇게 네 명의 사람이 이곳에 도착하는 이들을 반겨준다.
여느때처럼 출근중인 설진아. 잠시 졸다가 눈을 떠보니 바다를 달리고 있는 기차안이다. 심지어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진아는 자신이 꿈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막상 마주한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는 부정한다. 심지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에는 더 크게 동요하는 진아. 진아와 함께 기차를 타고 온 복희, 지호, 창수는 진아보다는 수긍하고 받아들이는데... 아무래도 진아는 기억을 상실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출근중이었다는데 놀랍게도 죽었다니 이 무슨 일이란 말이야.
등장인물들은 서로 인연이 있었다. 복희가 태어날 때 있었던 순자, 진아를 구했던 이수, 구창수를 구해 살 수 있도록 해 준 지원우 .. 무수한 인연이 있었던 그들. 사실 이야기 중후반부에 순자는 그들에게 고백한다. (순자의 고백에 나는 웁니다...ㅠㅠ)
아마도 우리가 까멜리아 싸롱에서 다시 만나게 된 이유. 저 여순자와 지원우, 마두열과 유이수는 생전 여러분을 구한 이들입니다. 그대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생의 순간에 그대들을 만나보았습니다. 간절히 바랐습니다. 부디 살아주기를. 한데 이토록 가혹한 운명이라뇨. 어찌해야 합니까. 어찌 그리 힘들었습니까. (p.227)
그들 중 가장 인상깊었던 지원우와 구창수의 인연.. 전쟁터에서 만났기 때문일까.. 뭔가 더 뭉클함이 크게 와닿았다. 흐어. 또 슬퍼.. ㅠㅠ
타이트하게 무겁다가도 허무해지는 사람과 사람사이, 그리고 그러한 .. 누군가의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까멜리아 싸롱』 .. 처음부터 끝까지 다정하다. 눈물이 나기도 하고 웃음이 번지기도 한다. 그렇게 위로가 된다. 따뜻함이 가득한 섬세한 문장 덕분에 페이지 넘길 때마다 감사했다.
세상에 쓸모없는 일은 없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도 없고요. 당장 쓸모없다 여겨지는 것들도 훗날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순순히 움츠려만 있지말고 부지런히 움직여요. (p.280~281)
이렇게 다정한 말을 누군가에게 들어본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어쩌면 듣고싶던 말을 여기서 듣게될 줄이야.. 또르르.. 그리고 눈물샘 폭발의 결정타의 한마디..... ㅠㅠ
"무서워 마. 넌 아름답게 피어날 테니." (p.296)
휴... 페이지의 대부분을 눈물로 읽은 책.. 사는 게 참 다 똑같다며 스스로 위로하다가도 그냥 사소한거 하나에도 힘들때가 많은데...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아 유난히 빠르게 지나갔던 2024년이라 생각이 참 많았던 찰나에 만났기 때문이었을까.. 적절하게 닿은 위로가 정말 좋았다. 올해가 가기전에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어지는 『까멜리아 싸롱』 .. 선물하기 정말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평생 한 사람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그럼에도 첫눈에 서로를 꿰뚫어 알아보는 순간이 있지. 수많은 순간과 수많은 만약이 엮이고 엮여 기다란 끈이 된단다. 셀 수 없는 무수한 순간을 건너 마주 보기까지. 우린 그걸 인연이라고 하지. 생과 생을 꿰어 여기까지 이어진 우리는 인연이란다. (p.313)
이렇게 만난 이 책과 나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우기고 싶네.. 읽는 내내 정말. 진짜. 너무 좋았다.. 진심으로 추천.
#까멜리아싸롱 #고수리 #클레이하우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