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선택 (크리스마스 패키징 에디션)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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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크레마클럽 인기 소설!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작가의 신작 『찬란한 선택』



주인공 명운.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그 후로는 변변찮은 작가 생활을 이어온 무명작가로 살고 있다.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명운은 10년 넘게 만난 연인이 있지만 결혼을 할 용기도 없고, 작가로서의 작품을 내놓을 용기가 없다. 그냥 그렇게 작품과 벽을 만들고 자신감 없는 모습만이 남은 명운은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작가인 명운의 팬이라는 이 남자.  명운에게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게 해주겠다고 한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가보게 해드리지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잠깐 다른 세계의 나를 만난 명운. 지금의 명운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돈을 잘 벌고 아내와 딸까지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두 세계를 왔다갔다 하며 다른 연령대의 자신의 운명을 마주한다. 그러다 갈림길 앞에 선 명운은 오롯이 자신의 뜻에 따라 선택하고 걷는다. 


"현실의 갈등이 너무 버거운 거야.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까지 갈등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거지."  (…)

"영화화되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드라마틱하다고 하지만 사실 모든 사람의 삶은 다 드라마야. 갈등이 넘쳐난다고. 마음먹은 대로 풀리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 어디 있냐. 그러니까 소설 속의 세계에서나마 갈등이 사라진 인생을 살고 싶은 거지."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을 해야하고 그 선택을 인정해야함을 두 세계를 왔다갔다 하며 삶의 무언가를 깨닫는 명운. 그리고 작가로서의 불안한 길을 놓고 싶었던 명운이지만 두 세계를 경험하면서 결국 자신은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고통스러우면 그만두면 되잖아! 왜 계속하려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한 연우에게 나는 빤한 대답을 했다. 

"좋아하니까."

"……"

"계속 생각이 나……" 



자신의 진심을 알게되어 결국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명운. 선택이 부럽기도 했고 과정이 감동이기도 했다. 두 세계의 인물들에게는 모두 '꿈'이 있었다. 어느 시절의 누군가에 있는 꿈.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까지, 이뤄내기까지 많은 선택을 해야한다. 이야기를 통해 선택을 하면서 결과에 따른 탓은 오롯이 선택한 자신의 몫임을 알게했다.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던지 자신은 자신의 편이 되어야 하는 것도.  


만약 내게도 선택하지 않은 길을 되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제대로 된 선택을 하게 될까. 그보다 지금의 삶을 잘 살아야겠지만... 아무튼!!! 드라마같았던 소설이다.  

앞서 <천국에서 온 탐정>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번 신작이 너무나 기대되었던 1인.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이동원 작가의 『찬란한 선택』 .. 참! 전작의 인물들이 등장해서 반가웠다는..!!  :D 

저장해두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yes24 크레마클럽에서 금요일 연재로 읽었고 종이책은 12월 2일에 출간되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편하게 이 책을 만나보기를 추천추천!!  :) 


#찬란한선택 #이동원 #라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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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윤성희 외 지음, 강미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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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열두 번째 『시작하는 소설』 


이번에는 '시작'을 테마로 10대 청소년의 성장부터 20대의 첫 출근, 70대의 사랑까지... 연령대별의 삶에서 할 수 있는 시작의 모습을 담아냈다. 반복되는 일상에도 순간순간의 시작점이 있을 우리의 인생. 다양한 시작점에서 보여주는 도전의 발걸음, 한 걸음 내 딛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고스란히 느껴진다. 불안함, 두려움, 망설이는 마음, 기대되는 마음... 등등.. 한 걸음 시작되는 삶의 한 장면에 응원을 받게 되는 작은 선물 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모두 좋았지만 그래도 그중에 김화진의 <근육의 모양> ,  정소현의 <어제의 일들>. 이렇게 두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특히 김화진 작가의 <근육의 모양>에서는 재인과 은영을 통해 무언가의 시작 또는 도전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 끊어내는 관계와 부서지는 관계.  반대로 이어지는 관계가 반복되는 우리의 삶 속의 인간관계 내면을 보여준 것 같다. 은영이 느꼈던 거리감이, 재인이 경험한 사람을 보았던 시선과 사람 관계가 가끔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뭔가 복잡한 감정들에 너무나 공감이 되어서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았다. 


끝없는 물음표를 찍고 싶었지만 곧 모조리 지워 버렸다. 은영은 속에 담긴 말을 고르다가 결국 가장 건져 올리기 싫었던 문장에 머무르게 되었다. 바쁜 게 아닐지도 몰라. 힘든 게 아니라…… 힘들어도 이제 나랑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자신이 느낀 거리감의 정체를 알고 나니 멋쩍은 동시에 아득해졌다. 회사를 그만두며 가장 씁쓸했던 것은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는 시점이 올 거라는 예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회사에서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될 수 없고 될 필요도 없다고 스스로에게 주입하고 이해시키던 문장. 그 문장이 멀리 돌아 고스란히 은영에게 도착한 기분이었다. 그 순간 눈물이 떨어졌다.  (p.98~99)_ <근육의 모양>   


과거의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했었지. 내 기준이 뭐든 간에 나를 좋아해 주는 태도 하나만으로 그 사람을 와락 좋아하고. 누가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그게 너무나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받는 게 중요해서 상대방의 표정만 살피고 자신의 표정도 비슷하게 지어보려고 있는 힘껏 노력했던 시기가.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지금과는 정반대의 생활 방식이 재인에게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그 태도를 서서히 철거하며 재인은 그건 자신의 생존 본능에 가까웠던 거라고 짧게 결론지었다. 변명할 필요는 없었다.  (p.106)_ <근육의 모양> 



이야기 말미에 남긴 재인의 생각.. 관계들의 기록이 누군가 해하여 남은 흉터가 아니라 자신이 사용해서 남은 흔적이라며 그것을 근육이라 말하는 부분이 꽤 인상적이었다. 



정소현 작가의 <어제의 일들>에서는 과거 학교폭력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해 입은 주인공이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들을 잊어가고 지금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의 사과와 지금을 응원하는 게 맞는 건지 갑자기 내적 분노가 생기기도 했던 이야기. 그렇게 외면당했던 주인공이 '작가'로서의 새 인생의 시작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런 이야기. 


외면이라는 단어는 과거 많은 사람들이 내게 보여 주었던 차가운 얼굴과 표정 없는 뒷모습을 하나하나 불러왔고, 그때의 기분이 기억나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빨리 시작했다. (p.149)_ <어제의 일들>


"모든 게 화무십일홍인 거라. 후회하고 원망하고 애끓이면 뭐해. 좋은 날도 더러운 날도 다 지나가. 어차피 관 뚜껑 닫고 들어가면 다 똑같아. 그게 얼마나 다행이냐." (중략) 그리고 이해할 수없이 복잡했던 날들을 생각했다. 차마 다 기억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그것들은 명백히 지나가 버렸고, 기세등등한 위력을 잃은 지 오래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다행이라 말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p.156)_ <어제의 일들>



무언가의 시작을 앞둔 이에게 건네는 용기와 응원이 담긴 일곱 편의 이야기 『시작하는 소설』  ..  새해가 시작되니까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점에 있는 친구나 지인에게 소소하게 선물하기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D 



#시작하는소설 #창비교육 #테마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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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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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게 할 상상력 가득 청소년 성장소설 『큐브』



주인공 연우는 학교 교실에서 투명한 막에 갇힌다. 정육면체 투명한 큐브안에 '채집'된 연우. 고3이라 매일매일 다를바없는 정말 보통의 날이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다. 심지어 큐브안에서 본 환경은 교실과 똑같지만 창밖으로는 우주가 펼쳐져있다. 


'안정을 위해 의식을 통제합니다.'  (p.12)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밖에서는 연우가 보이지 않는다. 큐브안에서의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며  일정한 주기로 메세지가 보이며 모든 게 '리셋'된다. 불안감이 많아지는 연우는 체념한 채 지내다가 갑자기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단, 1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로. 


항상성 붕괴…… 부적합…… 조사 종료…….

우리는…… 생존할…… 라이카……찾습니다.

조사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서식지로 돌아갑니다.  (p.34~35)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난 연우는 동네, 지역 내 가십거리가 된다. 전과 다르다느니 뭐가 잘못되었다느니 온갖 말들이 많지만 연우는 친구들을 만나며 금세 일상에 적응한다. 대입을 포기했던 터라 진로에 고민이 많은 연우. 채집된 이후로 '장치의 항상성 시스템'과 '복제된 자아=젤리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는데.. 그것들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안정을 시켜주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연우는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해야하는지 모르고 지낸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진로의 고민과 불안의 크기... 

연우가 현실을 살고, 미래를 보고, 아빠와 친구들과 소통을 많이 하게 된다. 특히 해고니와의 귀엽고 쫄깃한 연애담에서 애정 관계가 돋보였다. 해고니는 연우가 좋아하는 아이로 큐브 안과 밖에서 연우의 동력이 된 인물이다. 별다른 꿈이나 장래희망없이 보통의 사람들처럼 도시로 나가 대학교를 다니려했던 연우.. 프로 서퍼가 꿈이었던 해고니는 바다가 있는 고향에 남아 취직하게 된다. 서로를 좋아하고 아끼지만 상대방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갈등과 고민이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연우가 포도 냄새 가득한 교실 안에 갇혀 있듯, 해고니는 번개가 떨어지는 파도 속에 갇혀 있었다. 온실을 나가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바깥세상은 아예 예측 불허였다. (p.196)

연우와 해고니는 각자의 비밀스런 경험과 트라우마를 고백하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안아주며 성장한다. 아, 그 모습이 너무 좋았던 나는 이 두사람의 이야기가 집중되는 페이지에서는 빠져들어 읽었던 것 같다. 귀여워엌.  :D 


다양한 고민들이 나왔다. 진로, 꿈, 사랑, 우정, 정체성 등등. 현실감 다분했던 고민들 때문인지.. 등장 인물들을 조금 더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도(나이만 어른..ㅠ) 고민이 끊기질 않는데.. 연우도 해고니도 각자가 해낼 수 있는 범위내에서 결정하고 노력하려 했던 것 같다. 조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SF적 요소가 담겨있어 상상이나 몰입이 덜 되지 않을까 아주 조금 걱정했었는데.. 큐브라는 소재를 통해 위화감없이, 어려움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의 상상력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 몰입도가 좋아 금세 읽은 청소년 소설 『큐브』 


진로, 사랑, 우정 더 나아가 미래의 고민이 있는 청소년이 있다면 추천. 아, 청소년 뿐만 아니라 같은 고민이 있는 어른이들에게도 추천. :D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좋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았다..   :) 




#큐브 #보린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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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임파서블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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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작가의 신작 『라이프 임파서블』



수학교사였던 72세 그레이스. 옛 제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미스터리하고 불가사의한 일을 들려주는 편지로 시작된다. 아들을 사고로 잃고 남편 마저 먼저 떠나보내고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늘 죄책감에 자신을 가둬놓고 살아가는 그레이스에게 어느 날, 이비사섬으로의 초대장이 온다. 40년 전 같이 근무했던 음악 교사 크리스티나가 그레이스에게 이비사섬에 있는 집을 남기고 죽었다는데.. 아주 잠깐 함께 보냈던 것 말고는 어떠한 추억도 기억도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삶의 의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던 그레이스는 일상의 변화, 삶의 패턴을 깨기가 어려웠지만 스페인에 있는 이비사 섬으로 향한다. 크리스티나가 남겼다는 집을 갖게되었는데도 어쩐지 어딘가 다 잃은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한 걸음 나아가보는 그레이스.  아니, 근데!! 크리스티나의 집은 생각했던과는 너무 달랐다. '허름한 흰 상자 같은 집' (p.57)이었는데... 어쨌든 그레이스는 이 집에 왔다. 집 구경을 하고 발견한 크리스티나의 편지.. 그 안에는 그레이스는 아틀란스 스쿠버에 가서 해초대를 보라고 한다. 덧붙여 '거기 가면 제발 마음을 열어요.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예요. 날 믿어요.' (p.67)라는 크리스티나의 다정한 편지. 그레이스는 해초대를 보러가게 되고... 바닷속에 들어갔다 나온 이후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데.... 섬에서 전해지는 전설의 빛 '라 프렌시아'의 의문에 크리스티나의 죽음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빛을 마주한 그레이스는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된다.  죄책감으로 살아온 그레이스는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된 뒤로 경이롭고 미스터리한 모험을 한다. 거짓말처럼 삶의 변화를 느끼는 그레이스...  


이비사에서 보낸 처음 며칠간 그동안 내가 간신히 눌러왔던 모든 것이 위로 올라왔다. 슬픔, 절망, 고독. 나는 부서지고 있었고,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고장 난 라디오처럼 내 마음이 열린 것이다. (p.143)



몰입도가 좋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레이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과 자신때문에 잃었다는 죄책감.. 꽤 오랫동안 그레이스는 그 감정들에 갇혀있었고, 그저 흘러가는 삶을 잘가라는듯이 놓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비사섬에 신비하고 마법같은 일을 겪으면서 삶의 의미를 알아가고 점점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레이스. 그런 과정에서 남긴 나의 의미,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선이 머물게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우주를 가로지르며 빙빙 돌아가는 이 행성 위에서 우리가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삶을 살면서도 그 사실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 우리가 무로부터 존재하고, 우주 전체가 무로부터 존재하며, 공허로부터 존재하게 된 불가능한 무언가인 우리가 여기 존재한다는 사실. 불가능한 삶. 소중히 간직해야 할 행운.  (p.225)


우리가 삶이라 부르는 아름답고 나선형이며 엔트로피가 특징인 난장판. 

삶을 시험지로 생가하며 정답을 찾으려는 태도, 그리고 지나친 깔끔함, 질서, 청결, 통제를 원하는 것이야말로 정신적 절망의 근간이야. 왜냐하면 그건 망상일 뿐이니까. 우린 이 세상에 있고, 우리가 바로 시험지야. 끊임없이 확장하는 우주의 고정되지 않은 세상에서 움직이는 행위자. 진실을 알고 싶다면, 충만하고 깨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야 해. 미스터리와 움직임을 향해, 여행이나 변화를 향해. 왜냐하면 그 안에서 보편성을 발견하면 너 자신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너의 자아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 (p.275~276)


"의심에서 벗어나세요. 죄책감에서도요. 당신이 한 일에서 벗어나세요. 당신은 저 바다처럼 맑아져야 해요. 그동안 당신은 문제를 잘 풀어왔어요, 그레이스. 이제 당신이 정말로 풀어야 할 문제는 당신 자신이에요. 당신은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어요." (p.384~385)


날 가두는 죄책감과 슬픔, 고통이 사라지니 난 어디에나 있었다. 난 우리였다. 무한의 총합이었다. 모든 마음속에 있었다. 모든 모래알 속에 있었다. 모든 물방울 속에 있었다. 나라는 고립된 요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난 여전히 나였지만 다른 모든 사람이기도 했다. (p.457)


지난번 이메일에서 넌 네가 어둠 속에 있고 빛이 필요하다고 했지? 너무 서두르지는 마라. 언젠가는 빛이 비칠 거야. 가끔은 이미 빛이 있는데 우리가 깨닫지 못한 것일 수도 있어. (p.480)


우리가 삶에 무감각할 때도, 삶을 외면할 때도, 삶이 너무 시끄럽고 고통스러울 때도, 우리가 삶을 느낄 준비가 안 되었을 때도 삶은 우릴 기다려. 우리가 삶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해주기를. 밤이 되기 전 우리에게 적어도 한 번 더 폭발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할 준비를 하면서. (p.486)



판타지 힐링 소설 『라이프 임파서블』 .. 사는게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어느 때, 삶의 의미를 잘 모르겠을 때, 그레이스처럼 상실감을 경험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연말이기도하고 생각이 또 많아지는 시기에 읽은 채이다. 정말 그냥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상 때문인지 사는게 너무 재미없다는 생각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찰나였다. 이 책을 덮고 '사는게 너무 재미없어!'라며 내적 요동치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잔잔해졌다.. 뭐 물론, 그런다고 내일이 기대되는 삶은 아니지만.. 작가가 전한 메세지가 아마 닿은게 아닐까..  감사하다..  :) 



#라이프임파서블 #매트헤이그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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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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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추정경 신작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스스로 격을 갖춘 뒤 고양이를 만나길.  (p.9)



이야기는 두썸띵 동물 병원에서 시작된다. 길연주가 오픈한 동물 병원에 대학 동창 서준이 동생 테오를 데리고 있어도 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일을 하게 된다. 서준은 동물 복제 연구소에서 일을 했었는데 근친 교배로 태어난 백호 '티그리스'와 동생 테오는 깊은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 티그리스가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 순간 동물들의 언어와 감각을 알 수 있는 고양이의 다섯 번째 능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말에 서준은 어찌어찌 하다보니 연주의 동물병원에서 일해야만하는 이유가 있었다. 테오는 티그리스가 그렇게 된데에 충격을 받았고 마음의 상처가 깊어졌기 때문인데...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연주는 테오에게 마음이 아프다는 걸 알았는지 몸을 쓰게 했다. 그 덕에 점점 밝아지는 테오.   


몸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은 건강한 일상임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루가 건강하게 되풀이되고, 그날들이 쌓이다 보면 마음의 병은 점차 치유될 수 있다.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몸을 건강하게 쓰는 일이 필요했다.  (p.52)


그리고 주인공 고덕. 경찰이고 살해당한 고덕의 엄마 품에서 죽어가던 새끼 고양이로부터 '자신을 찾아달라'는 부탁과 고양이 언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받게 된다. 엄마의 죽음의 진실을 알아내려는 고덕은 길고양이들과 소통하게 된다. 그 덕에 납치된 아이를 구할 수 있기도 했다. 


인간은, 인간이란 동물은 탈을 뒤집어쓰지 않고도 돌변한다.  (p.63)


고덕과 테오.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양이들을 보살핀다. 그러다 새끼 고양이를 찌르며 일부의 능력을 얻게 된 연쇄 살인마가 자신의 능력을 올리려 고양이들을 위협하고 해친다. 이를 막기 위해 천 년 집사가 되어야하는데.... 고덕은 천 년 집사가 뭔지도 모르겠고 도무지 반응이 없는데.. 고양이와 이야기를 많이 할 수록 고양이의 매력을 알아간다. 차가워 보이지만 따뜻한 본심이 있음을..


천 년 집사는 누가 될까.. 억압받는 고양이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점점 궁금해지는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초반에는 테오, 서준, 연주의 이야기가 잠깐 나오다(더 궁금한데...) 중후반에는 고덕의 이야기만이 흘렀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특히 고양이와의 대화에는 현웃 터지게 만드는 재미 포인트가 있었다. 고양이와 인간의 대화가 이렇게 찰떡콩떡찹쌀떡일 일인가..ㅋㅋㅋ 고덕도 고양이도 서로에게 다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한없이 다정해. 


"이름은 주인 집사가 지어 주는 거라며?"

"인간과 인연이 얽히면 더 이상 길고양이라고 할 수 없어."

"그렇다고 내가 너를 집으로 들인 것도 아니잖아."

"오라고 해도 안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 빨리 이름이나 하나 지어."

"그냥 108동으로 하면 되잖아." 

"장기 입원 환자 같은 그런 이름 말고. 좀 더 성의 있게 지어 줄 수 없어?"  

"난 작명에 소질 없어." 

"충고 하나 하자면, 이름을 부른다는 건 아주 큰 의미가 있어. (…중략) ."

"또, 뭘 그렇게 거창한 의미를."

"얼른 지어."

"그럼, 그냥 나비로 하자."

"한 골목만 털어도 줄줄이 뛰쳐나오는 게 나비란 이름이야. 경찰 인간, 너무 성의 없잖아."

"아, 놔ㅡ."    (p.211~212) 



(TMI.. 아하하하하핳하하하핳하..... 우리 집 고양이 이름 나비... ㅋㅋㅋ)  후에 108동이 아닌 누룽지란 이름으로 불러주는데 뭉클... (나 울어...)   아무튼. 고양이와 고덕의 대화에 웃음이 킥킥!! 아니 되게 무딘 것 같은 고덕과 고양이들과의 대화는 귀여운 대환장파티이면서도 뭉클하기도 했다. 


이야기의 흐름에는 동물 복제, 동물 학대, 동물 유기 등 생명이 존엄성을 무시하는 인간들에 대한 팩폭을 보여주는 부분들이 많았다. 생각해 볼 문제들, 무시해서는 안될 문제들, 생명 존중 가치를 되새겨 볼 문제들이 담겨 있었다.  그런 문제들을 테오와 고덕을 중심으로 천 년 집사의 자격을 두고 펼쳐지는 전개되는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  쉴 틈없이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데.......어랏...?  


아닠!! 읽음서 어째 고덕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 듯 싶었는데... 테오와 서준이 그리고 연주의 이야기가 갑자기 끊긴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들고 남은 페이지가 이제 얼마 안남았는데 결말이 보이지 않는다아.... 뭐지이... 아... 이번에 끝날 수 있는게 아니었던 그런 이야기였구나.... 우워.... 그럼...  2권은 바로 볼 수 있나요...?  언제쯤... 볼 수 있을지.... 아... 또 기다려야 하는거라니.... 어서요. 제발 어서요...... ㅎㅎㅎ


아유. 정말. 앉은 자리에서 그냥 다 읽어버린 책. 판타지, 추리,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몰입도 굉장한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 추천추천!! 



(추정경 작가의 처음인 것 같은데 첫인상이 너무 좋아서.. 전작들이 넘나 궁금해서 또 주섬주섬 담아봅니다..... :D)



#천년집사백년고양이 #추정경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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