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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서툰 엄마 사랑이 고픈 아이 -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이보연이 전하는 아이 사랑의 기술
이보연 지음 / 아울북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의 여러가지 문제(?)들로 처음 치료실에 발걸음을 하는 엄마들의 태도는 크게 둘로 양분된다.
그 하나는 아이의 문제는 아이고유의 문제라고만 생각하는 엄마들이다. 아이의 기질이나 성격 등의 문제이거나 혹은 아이가 늦되서 보이는 문제행동들 때문에 힘들다며 주저리주저리 하소연을 한다. 우리집은 큰 문제 없는데.. 우리 큰애는.. 우리 둘째에는 잘하는데 얘만 유독 그런다라면서... 아이를 옆에 두고 나 조차도 움찔거리게 하는 날이 선 이야기들을 많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아이의 문제가 잘못키운 자기자신의 문제일거라며 죄인인양 고개를 떨구고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들이 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체벌을 했던 경험들, 엄마임에도 감정조절 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폭언을 했던 경험들, 맞벌이 하느라 많은 시간을 가져주지 못했던 경험들.. 이런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불안한 눈초리로 아이를 치료실에 들여보낸다.
이 책에 나온 미정이라는 아동의 어머니도 위의 경우-전자-에 해당된다. 물론 위의 두가지 경우 모두 잘못된 귀인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동의 정서적 행동적 문제는 어느 한가지 원인에 의해서만 유발되는 것이 아니다. 기질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모두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아이때문도 온전히 엄마 때문도 온전히 가정 때문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그것이 수면위로 떠올라 문제가 되어 보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까다로운 성격을 타고난 아이도 이를 잘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분위기의 양육환경이 뒷받침되면 문제로 발전되지 않을 것이며, 알코올중독 아버지 밑에서 가정폭력을 경험하며 자란 아이라 할지라도 스스로의 역량으로 분명 바르게 자라날 수 있다. 하지만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불안이 높은 아동에게 불안정한 양육이 제공된다면 아이의 문제 행동이 보고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치료자들이 문제 사정을 하기 앞서, (혹은 같은 시점에) 강점을 찾아내려고 애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아이의 강점은 뭘까? ' 아주 사소한 것일 지라도 강점이 발견된다면 그것을 토대로 강점을 좀 더 발전시키고 문제를 줄여나가는 접근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치료실에 오는 아이들의 경우 가장 눈에 띄는 강점이 바로 이것이다. 엄마가 아이를 탓하든, 자신을 탓하든.. "데리고 왔다." 라는 것이다. 자기방어 혹은 회피로 중무장되어 있거나 죄인이 되어있는 어머니에게 데리고 온 것 자체를 칭찬한다. 치료실에 발을 들였다는 것 만으로도 사실 치료의 반 이상이 성공이라고 지지한다. 어머니가 아이의 문제에 대해 잘못된 귀인을 하고 있더라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식의 논란처럼 그건 중요하지 않다. 결국엔 어머니들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아이가 먼저 변해서 엄마라는 환경이 변화하든, 엄마라는 환경이 변해서 아이가 변하든... 어느 하나라도 먼저 강점이 된다면 봄햇살에 눈녹듯 변화는 찾아올 것이다. (물론 아이를 데려왔다는 것은 금전적 의미의 강점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경제적 이유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행복하고 편안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서서히 다가오는 놀이치료의 효과에 대해 가끔은 비용대비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의구심에 빠져볼때도 많았는데 역시 도움이 되는 과정임에 틀림이 없다고 다시한번 되새기는 작업이 된 것 같다. 어떻게 한 아이의 특별한 삶에 대한 접근을 경제의 논리에 빗댈수 있겠는가? 엄마와 아이의 사랑을 곤고히 해주는 이 값진 작업에 대해 지금은 신념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신념을 갖는 것 그 자체로서 바로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