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처음 철도가 생긴 것은 1899년. 지금 같은 고속 열차가 없던 그 때는 사람들에게 기관차가 지상에서 가장 빠른 것이었을테지. 그래서 미카는 그리운 게 아닐까? 옛날을 그리워하는 외로움이 물씬 풍기는 소설이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기에 철도 박물관 앞을 지키는 기관차 미카와 그의 늙은 기관사. 그들은 서로 말없는 대화를 나눈다. 옛날 한반도의 남쪽 바다에서 폭설이 내리는 만주벌판까지 달리며 바라보았던 모습들을 회상하면서. 그리고 추억하면서. 수십년 같은 세월을 뒤로하고 만난 기관사와 그의 기관차는 그렇게 서로의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이젠 팔순을 넘기신 우리 할아버지. 어땠을까, 기관사란 일은. 여기 나온 기관사처럼 낭만적인 일이었을까? 할아버지는 한번도 기관사라는 것에 대해 얘기해주신 적이 없다. 어쩌면 얘기하기가 너무 가슴 아픈 건지도 모르겠다. 먼 훗날 나 역시도 그런 추억을 울고 웃으며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넌 나의 옆엔 누가 있을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추억은 얼마나 될까? 오래된 건 너무 빨리 잊혀져 버린다. 너무 슬프다, 그런 사실이. 누군가에게서 잊혀진다는 건 잔혹하다. 미카와 기관사가 하늘에서 만큼은 더 힘차고, 멋지게 달려볼 수 있길. 곳곳에 그림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