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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 나무에게서 배운 인생의 소금같은 지혜들
우종영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해 보면 자주 잊고 지내는 것 같다. 우리 주위에 나무들이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이름모를 나무들과, 꽃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그와 동시에 나의 생활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무에게도 감정이 있고, 생명이 있다는 것을 몇몇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나무들에 대한 관심조차 없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 책 저자의 꿈은 천문학자 였다. 그러나 색맹이라는 이유로 그 꿈을 접고 방황 끝에 북한 산에서 자살하기로 마음 먹었다. 죽으려고 할 때 그는 그 높은 정상에서 시야 끝까지 비치는 나무를 보았다. 그는 마치 나무들이 '나도 사는데 너는 왜 죽으려고 하니'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더라. 순간 그는 움직일 수 없는 나무도 사는데 사지도 멀쩡한 자신은 삶을 포기하려 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자살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나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나는 나무는 대나무. 대나무 꽃이라는 건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았다. 저자는 대나무 꽃을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 읽어보니 그럴 법도 했다. 대나무는 60~120년, 그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운다. 그리고는 죽시 죽는데 그 죽음이 무척이나 잔인해서 주위의 어린 싹들이 모두 죽어버린다고 한다. 나무에겐 번식이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매년 꽃을 피우는데 왜 유독 대나무 꽃은 그리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지.. 그리고 죽어버린다는 게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하지만 대나무는 그러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태어난 나무였다. 대나무는 '받아들일 줄 아는 용기'를 지니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나무의 습성을 보면 그 나무의 취향을 알 수 있고 더불어 나무들이 사는 지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은행나무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같은 은행나무끼리 자라면 한 나무가 죽거나 둘다 죽게 되는데 이처럼 은행나무는 평생 혼자여야할 운명을 타고 나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한 때 아버지가 난을 좋아하셔서 제주도에 흔하디 흔한 돌들을 주워다가 풍란을 기른 적이 있다. 아버지가 꼭 풍란 꽃을 피워보고 싶어하셨는데 내가 물을 자주 주지 않고, 햇빛에 노출될 때가 많아 모두 죽어버렸다. 알고 보니 습기를 좋아하는 풍란의 습성을 모른 탓이었다.
적은 일조량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나무는 그 특유의 녹음을 자랑하고 있다. 인간은 숲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라고 나는 주장한다. 사람은 숲에서 진화했고, 숲에서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나무와는 가장 거리가 먼 동물이 되어버렸다. 나무를 사랑할 줄 알고, 나무를 배운다면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나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 나오는 제제처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나무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