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주술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사놓은지 한참된 <악의 주술>을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악의 영혼 (2002년) - 심연 (2003년) - 주술 (2004년)로 이어지는 '악의 3부작'중 마지막 완결편입니다. 하루에 조금씩해서 한 보름 정도 읽은 것 같네요. 1976년생의 젊은 프랑스 작가가 매년 한 권씩 이 정도 퀄리티의 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악의 3부작'중 <악의 심연>을 먼저 읽었습니다. 3부작중 대표작이라는 대중적 평대로 정말 재밌더군요. 그리고는 악의 3부작중 두번째 만남입니다. 표지만 봐도 거미에 관련된 이야기란 것을 알 수 있으며 책을 접하기 전에 여기저기 평들을 보니 묘사만 잔인할 뿐 재미면에서 악의 3부작중 제일 떨어진다는 말들이 많더군요. 

먼저 결론만 말씀드리면 딱히 지루한 부분없이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렇다고 <악의 심연>만큼의 만족감을 느낀 건 아니고요. 강한 독성을 지닌 다양한 변종 거미들이 나오고 피해자의 내장 기관을 녹여 없앤 후 거미의 고치 속에 매달아 전시(?)하는 엽기적인 살인마가 등장하는 메인 줄거리는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플롯이 너무 평면적이고 단조롭게 흘러간다고 해야 할까요. 피해자가 발견되면 수사에 착수하고, 또 피해자가 발생하면 수사 범위를 좁혀가는 무한 수사의 반복...물론 두 번이나 위기에 처하는 주인공, 잘못된 범인을 추적하는 미스디랙션. 거기에 뉴욕 여경찰 애너벨과 주인공 조슈아의 묘한 러브 라인등을 넣어서 나름 600페이지의 장편을 끌고가고 있지만 뭔가 극적인 요소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밝혀지는 범인의 캐릭터가 좀 약하게 다가온 것도 한 이유인 것 같고...

그래도 전 이 젊은 프랑스 작가의 글쓰는 스타일이 맘에 듭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도 별로 없고, 주제를 보면 한눈 팔지 않고 한 방향으로 우직하게 몰고 나가는. 거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거기서 파생되어지는 거미 산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 수집, 인체의 내장 기관을 범죄자 시각에서 자유자재로 분해, 요리해서 묘사하는 부분은 작가의 과학적인 지식과 필력을 인정케 해줄 정도로 오싹하면서도 디테일하더군요.

이제 악의 3부작중 2, 3편을 읽었으니 1편 <악의 영혼>만 남았네요. 1편이 분권이라는 이유로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를 망설였고, 도서관을 들렀을 때도 역시 차갑게 외면했는데 어라? 금년 초에 저를 위해서인지 <악의 영혼> 합본판이 나와 있네요. 당장 구매해서 조슈아 브롤린의 첫 등장을 흥미롭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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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11.가을 - 33호
청어람M&B 편집부 엮음 / 청어람M&B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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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계간 미스터리 (2011년 가을호) 책을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디자인과 활자체를 보면 책이 맞는데 구성은 잡지 스타일이네요. 책이라고 해야할지, 잡지라고 해야할지...^^ 500쪽의 넉넉한 지면에 특집 기사 세 개와 국내외 단편들, 신인상 수상작, 연재 소설, 신간 안내등 소설과 기사가 알차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그 중 연재중인 소설 두 편은 어쩔 수 없이(?) skip하고 나머지를 읽었습니다.
 
늘상 영미권과 일본의 친숙한 유명 작가들의 미스터리 작품들만 읽다가 첨보는 국내 무명(?)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니 호기심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일단 작품들을 읽으니 그 몇십페이지 짧은 단편에도 자기만의 독창적이고도 재미난 미스터리 소설을 쓰기 위해 고심하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네요. 그렇다고 수록된 모든 단편이 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인상 수상작인 <위험한 호기심>이 가장 좋았습니다. 기본 플롯과 완성도도 괜찮고, 수위가 좀 쎈게 제 취향이기도 하고...ㅎㅎ 훌륭한 작가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흡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연상시키는 <막다른 골목>도 4차원스러운 묘한 분위기로 인해 제 시선을 잡아 끌었습니다. 소재와 발상이 신선하더군요.

마침 김내성 작가의 <마인>, <연문기담>, <백사도> 이렇게 세 권을 소장중인데 이 국내 최초의 추리소설가를 되돌아보는 특집 기사도 좋았습니다. 추리소설가로서의 고뇌, 집필 방향등이 잘 나타나 있네요. 탐정소설의 전반적인 개론을 설명한 <탐정소설론>이 무척 유익했고, 잃어버린 돈을 소재로 한 위트있는 단편 <제일석간>도 재밌었습니다. 故 정태원 선생님 관련 특집 기사도 시의적절하게 좋았습니다. 한국추리소설사에 끼치신 선생님의 업적과 발자취가 잘 정리돼 있더군요. 사진 한 장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여름 추리소설학교 참가일기도 재밌었고...마지막 신간 안내 코너에는 최근 출시된 국내외 미스터리 작품들이 간략한 책 내용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list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고요. 

아쉬운 점은 연재중인 소설 두 작품 <미지의 속삭임(2부)>과 <시몬느와...(3회)>는 이전호(봄, 여름호)를 접하지 못한 독자를 위해서 그 전 회의 간략 줄거리 소개 정도는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호 내용을 모르니 읽을 수가 없더군요. 

어쨌든 재밌게 읽었습니다. 국내 추리소설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무쪼록 <계간 미스터리>를 통해 신인작가 발굴도 잘 이루어지고, 발굴된 신인작가의 왕성한 창작 활동도 기대되고, 이 문예지도 잘 팔려서 계속해서 국내 (유일의) 추리문학 전문지로서의 역할과 소임에 충실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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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11.가을 - 33호
청어람M&B 편집부 엮음 / 청어람M&B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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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쪽이 아니고 504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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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11-11-1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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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굴레 - 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 경성탐정록 2
한동진 지음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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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엘러리 퀸' 한동진, 한상진 형제가 펴낸 경성탐정록 2탄 <피의 굴레>입니다. 2년전 출간된 1편을 워낙 재밌게 봤던지라 2편에 대한 기다림과 기대가 컸습니다.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전작에 비해 2탄 <피의 굴레>는 표제작인 중편 한편과 단편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1930년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1편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었던 설홍주 - 왕도손 콤비가 이번에는 과연 어떤 흥미로운 사건들을 만나게 될까요. 전작을 워낙 재밌게 본 이유도 있지만 요즘 읽은 책들중에 큰 만족작들이 없어서인지 이 책 <피의 굴레>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으며, '보다 커진 스케일, 더욱 완성도 높은 트릭'이라는 책소개 글에 가벼운 흥분까지 느꼈습니다. 

 

일단 1편에 비해 책 판형이 커졌습니다. 반대로 글자체는 작아졌구요. 대신 행 간격이 늘어나 가독성이 전편보다 좋아졌습니다. 1편의 빽빽하고도 정갈한 느낌의 글자 배열도 괜찮았는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전작에 비해 조금은 내용이 진지해졌다는 점입니다. <경성탐정록>이 셜록 홈즈의 패스티시 작품이듯이 셜록 홈즈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담없는(?) 추리소설입니다. 1편 <경성탐정록>이 그랬죠. 그래서 1편이 유쾌하고 밝은 대신 묵직함이나 진지한 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그 점이 2편에서 조금은 해결된 느낌.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피의 굴레>이고, 첫 단편 <외과의>의 첫 씬부터가 이 책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대변해 줍니다.

또한, 1편에서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1930년대 일제시대 경성에 대한 시대상, 사회상, 경성 거리등 그 당시의 생활상을 일정 부분 작품 배경으로 보여주었는데 2편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가능한한 최소화시키고 지면의 최대한을 사건 전개에 할애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편과 연계선상에 있는지라 2편을 읽는 독자는 1편에서 이미 그러한 환경에 친숙해져서 과감히 축소시킨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신 그 당시의 시대 상황등이 사건 전개 과정에서 대화나 지문을 통해 자연스레 녹아 들어있더군요. 

1편과 또 달라진 부분은 플롯의 변형입니다. 1편은 셜록 홈즈 패스티시답게 항상 설홍주 -왕도손 콤비가 하숙집에 앉아 시대와 사회 풍토등을 논하며 환담할 때 (레이시치 경부를 포함한) 의뢰인이 찾아와 사건을 의뢰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전형적인 플롯을 보여주었는데 2편에서는 그 천편일률적인 구성에서 탈피합니다. 첫 단편 <외과의>만 보아도 범인이 제일 먼저 모습을 나타내고 왕도손은 사건 마지막에 잠깐 등장할 뿐이며 다른 작품들도 그렇더군요.

첫 번째 단편 <외과의>에서는 설홍주- 손다익 박사의 1930년대 CSI 과학 수사대가 출동합니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범인의 1인칭 시점 전개로 네 작품중 긴장감이 최고로 좋았습니다. <안개 낀 거리>는 음습한 거리의 도입부가 눈길을 끌었고 그 당시의 신분 제도에 대한 역사 공부를 한 느낌입니다. (78쪽 아래 '숙모'는 식모의 오타이네요) 가장 기대를 모았던 표제작인 <피의 굴레>는 중편입니다. 그 당시의 시대상과 잘 맞물려서 네 편의 작품중 트릭과 반전, 암호풀이등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112쪽 허장님은 허장남의 오타이네요) 마지막 단편 <날개 없는 추락>은 '죄수의 딜레마'라는 흥미로운 게임 이론을 잘 대입시킨 소품 스타일의 위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1편에 비해서) 범인이 만든 트릭을 찾아내 진실을 밝혀내는 명탐정 설홍주의 날카로운 추리가 돋보이는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시대상을 통해서 과거의 사건이나 신분, 동기들을 찾아내 진실에 접근해 가는 탐정(경찰) 소설 느낌이었습니다. 긴장감은 <외과의>가, 완성도 면에서는 표제작 <피의 굴레>가 특히 좋았구요. 트릭과 반전 면에서 1편을 능가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무난하고 재밌게 읽은 후속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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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귀결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3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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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와 <도착의 사각>에 이은 도착시리즈의 완결편인 <도착의 귀결>을 읽었습니다. 재밌네요.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여기서 '재밌다'라는 표현은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즐겼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책 속에 푹 빠져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었다'는 의미입니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다가는 제목 그대로 제 자신이 도착 증세에 빠질 것 같습니다^^ 도착시리즈의 완결편답게 <목매다는 섬>과 <감금자>라는 두 편의 소설이 언뜻 보면 독립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연계가 되어있는 특이한 구성인데 이야기의 완성도를 떠나 분위기 자체로 독자를 끌어가는 능력은 정말 탁월합니다.

먼저 본격 추리소설인 <목매다는 섬>은 바다 위에 지어진 육각형의 부신당이라는 신비스러운 장소에서의 의문의 살인사건 두 건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했고, 서술 트릭이 돋보인 <감금자> 역시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스러울 정도로 긴장감이 넘쳐 흘렀습니다. <목매다는 섬>이 본격 추리소설답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아주 세밀하게 논리적으로 파고 들어가서 사건을 진행시킨 반면, 스릴러에 기반을 둔 <감금자>는 (동일 작가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세세한 부분의 논리성이나 상식성등은 과감히 배제한 채 메인 스토리의 긴장감있는 전개에 중점을 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확실히 전작인 <도착의 론도>와 <도착의 사각>을 먼저 읽고 이 완결편을 읽는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목매다는 섬>과 <감금자> 이 두 소설을 각기 개별적으로 즐기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잘 되지만 가운데 봉인을 풀어 야마모토 야스오와 시미즈 미사코의 마지막 고백 형식의 일기를 접하며 두 소설을 연계시켜 이해하려다 보면 책 소개에 나와있는 것처럼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구성에 오히려 혼란스러움만 가중됩니다. 오죽하면 번역가께서 노파심으로 번역 후기에 이 책을 즐기는 성패가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독해력'이라고 말씀하셨고, 그 주문대로 과연 이 책을 한 번 읽고 전체 이야기의 구성과 맥락을 완벽히 이해하신 분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오리하라 이치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스타일이고 도착시리즈만이 갖는 특유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읽은 오리하라 이치 작품중에 재밌게 읽은 책이 <침묵의 교실>, <원죄자> 그리고 <도착의 론도>였는데 <도착의 귀결> 역시 충분히 만족하고 합격점을 줍니다. 하지만 향후 두 소설의 연계성과 귀결이라는 의미에 중점을 둔 전체적인 틀을 이해하려는 목적에서의 재독을 했을 때 과연 그때는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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