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굴레 - 경성탐정록 두 번째 이야기 경성탐정록 2
한동진 지음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한국의 엘러리 퀸' 한동진, 한상진 형제가 펴낸 경성탐정록 2탄 <피의 굴레>입니다. 2년전 출간된 1편을 워낙 재밌게 봤던지라 2편에 대한 기다림과 기대가 컸습니다.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전작에 비해 2탄 <피의 굴레>는 표제작인 중편 한편과 단편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1930년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1편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었던 설홍주 - 왕도손 콤비가 이번에는 과연 어떤 흥미로운 사건들을 만나게 될까요. 전작을 워낙 재밌게 본 이유도 있지만 요즘 읽은 책들중에 큰 만족작들이 없어서인지 이 책 <피의 굴레>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으며, '보다 커진 스케일, 더욱 완성도 높은 트릭'이라는 책소개 글에 가벼운 흥분까지 느꼈습니다. 

 

일단 1편에 비해 책 판형이 커졌습니다. 반대로 글자체는 작아졌구요. 대신 행 간격이 늘어나 가독성이 전편보다 좋아졌습니다. 1편의 빽빽하고도 정갈한 느낌의 글자 배열도 괜찮았는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전작에 비해 조금은 내용이 진지해졌다는 점입니다. <경성탐정록>이 셜록 홈즈의 패스티시 작품이듯이 셜록 홈즈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담없는(?) 추리소설입니다. 1편 <경성탐정록>이 그랬죠. 그래서 1편이 유쾌하고 밝은 대신 묵직함이나 진지한 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그 점이 2편에서 조금은 해결된 느낌.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피의 굴레>이고, 첫 단편 <외과의>의 첫 씬부터가 이 책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대변해 줍니다.

또한, 1편에서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1930년대 일제시대 경성에 대한 시대상, 사회상, 경성 거리등 그 당시의 생활상을 일정 부분 작품 배경으로 보여주었는데 2편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가능한한 최소화시키고 지면의 최대한을 사건 전개에 할애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편과 연계선상에 있는지라 2편을 읽는 독자는 1편에서 이미 그러한 환경에 친숙해져서 과감히 축소시킨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신 그 당시의 시대 상황등이 사건 전개 과정에서 대화나 지문을 통해 자연스레 녹아 들어있더군요. 

1편과 또 달라진 부분은 플롯의 변형입니다. 1편은 셜록 홈즈 패스티시답게 항상 설홍주 -왕도손 콤비가 하숙집에 앉아 시대와 사회 풍토등을 논하며 환담할 때 (레이시치 경부를 포함한) 의뢰인이 찾아와 사건을 의뢰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전형적인 플롯을 보여주었는데 2편에서는 그 천편일률적인 구성에서 탈피합니다. 첫 단편 <외과의>만 보아도 범인이 제일 먼저 모습을 나타내고 왕도손은 사건 마지막에 잠깐 등장할 뿐이며 다른 작품들도 그렇더군요.

첫 번째 단편 <외과의>에서는 설홍주- 손다익 박사의 1930년대 CSI 과학 수사대가 출동합니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범인의 1인칭 시점 전개로 네 작품중 긴장감이 최고로 좋았습니다. <안개 낀 거리>는 음습한 거리의 도입부가 눈길을 끌었고 그 당시의 신분 제도에 대한 역사 공부를 한 느낌입니다. (78쪽 아래 '숙모'는 식모의 오타이네요) 가장 기대를 모았던 표제작인 <피의 굴레>는 중편입니다. 그 당시의 시대상과 잘 맞물려서 네 편의 작품중 트릭과 반전, 암호풀이등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112쪽 허장님은 허장남의 오타이네요) 마지막 단편 <날개 없는 추락>은 '죄수의 딜레마'라는 흥미로운 게임 이론을 잘 대입시킨 소품 스타일의 위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1편에 비해서) 범인이 만든 트릭을 찾아내 진실을 밝혀내는 명탐정 설홍주의 날카로운 추리가 돋보이는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시대상을 통해서 과거의 사건이나 신분, 동기들을 찾아내 진실에 접근해 가는 탐정(경찰) 소설 느낌이었습니다. 긴장감은 <외과의>가, 완성도 면에서는 표제작 <피의 굴레>가 특히 좋았구요. 트릭과 반전 면에서 1편을 능가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무난하고 재밌게 읽은 후속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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