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
시로다이라 쿄 지음, 박춘상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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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제1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 하지만 엄밀히 말해 본격 미스터리라 부르긴 어렵다. 소재의 경중,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면에서 참신함, 독특함, 기발함, 흥미로움은 돋보이나 반대로, (진상에 접근해서 트릭을 밝히고 범인을 체포하는 본격물이 아닌지라) 짜릿함, 긴장감, 쾌감등은 다소 부족하다. 국내 출간된 본격 미스터리 대상작들인『밀실살인게임 2.0』,『완전 연애』,『애꾸눈 소녀』같은 본격 추리물의 성격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자살한 아이돌의 혼령이 '강철인간 나나세'라는 요괴(?)로 둔갑해서 출몰하자 이를 퇴치, 소멸시키기위해 허구의 추리를 펼친다는 기발하면서도 독창적인 설정 거기에 독자를 현혹시키는 궤변스런(?) 허구의 추리를 뛰어난 논리성으로 풀어가는 탁월한 문장력이 아마도 이 작품에 '본격 미스터리 대상'의 영예를 수여하지 않았나 싶다. 

 

요괴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일안일족을 가진 탐정역의 톡톡튀는 여주인공 이와나가, 평범한 인간으로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교통과 여경찰인 사키, 미래를 내다보는 불사의 몸을 가진 쿠로등 범상치않은 세 주인공의 개성넘치는 매력과 유기적인 역할이 잘 살아있고, 특히 이와나가와 쿠로가 벌이는 알콩달콩한 사랑 싸움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과 다소 자극적인 일러스트 표지, 요괴가 등장하는 신비스런 설정과 가볍고 유머스런 전개등이 젊은 여성 독자에게 어필할지는 모르겠으나 진중한 정통 추리소설을 선호하는 남성 독자의 입맛을 충족시킬지는 미지수다. 암튼 일미 입문해서 읽은 책중에 가장 독특하고 신기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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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나혁진 지음 / 북퀘스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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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애호가이자 장르소설 편집자 출신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다. 책을 만드는 편집자 입장에서 반대로 독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작가가 된 심정은 어떨까. 인천 태생의 작가는 야구를 좋아한다고 한다. 야구로 치자면 프로야구 선발 투수 데뷔전이다. 긴장감을 극복치 못하고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초반 강판 당할 것인지 아니면 대형 신인의 출현을 알리듯 완봉, 완투의 신들린 역투를 펼칠 것인지...기대감과 호기심으로 책을 집어든다.  

 

 

『브라더』는 거대 기업의 조직 폭력배 중간 보스들의 치열한 자리 다툼과 더불어 공생하는 밤의 여인들의 처절한 생존 본능을 그린 작품이다.  2인자끼리의 치열한 암투, 미인계를 통한 라이벌 제거, 그속에서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저울질하는 밤의 여인들등 음모와 모략, 배신과 복수가 판을 치는 밤의 세계를 하드보일드 터치의 담백한 문체로 속도감있게 그려낸다. 한국판 '불야성' 또는 '조폭 느와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은 성민, 여진, 완기, 미옥 네 명의 등장인물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마지막 성민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구성은 단점이 있다. 바로 호흡과 긴장감이 끊어진다는 점이다. 장르소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긴장감의 유지다. 책의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긴장감이 조금씩 상승하다가 막판에 팡! 터지는 것이 좋은 엔터테인먼트 소설 아닐까. 한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다가 새로운 주인공의 얘기로 넘어가면서 상승했던 긴장감이 급사라진다. 그리고 새출발. 주인공이 바뀔때마다 롤러코스터처럼 긴장감이 오르락내리락 요동친다. 

 

제일 재밌게 읽은 파트는 1장 성민편이다. 하나의 에피소드에 완벽한 기승전결을 보여준다.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성민이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장면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하지만 이어진 여진과 완기 그리고 미옥의 장에서는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지만 성민편같이 손에 땀을 쥐는 스릴감이 없다.  

 

여진편은 성민의 복수에 대한 수단으로써 미옥을 이용하게 되는 기다란 과정, 완기편은 최사장을 배신하게 되는 경위를 길게 나열할 뿐이다. 마지막 장, 공장에서 벌어지는 라스트씬은 결말이 깔끔하면서도 다소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극의 마무리를 위해 주요 등장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을 심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완기가 그순간 현장에 나타난 점도 의문이다. 단순히 스릴러적 감성으로 봤을 때 1장 성민편이 제일 재밌었고 (최고다!) 그 다음이 5장 라스트씬, 2,3,4장은 평범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2장 여진편에서 고급바를 다니면서 명품을 사느라 빚을 지고 그러다 사채에 손을 댄다는 스토리는 그야말로 누구나 아는 흔하디흔한 레파토리라 신선미가 떨어진다. 거기에 펵치기 미옥이 여진과 처음 맞딱뜨린 순간 일말의 저항이나 반격없이 순한 양마냥 고분고분 복종한다는 설정도 부자연스럽다. 2장의 핵심 줄거리인 여진이 미옥을 자기편으로 포섭하는 과정이 4장 미옥편에서 반복돼서 나오는데 (338~345쪽) 화자만 다를 뿐 딱히 새로운 내용도 없는지라 불필요해 보인다.

 

제일 안읽힌 페이지가 4장 미옥편의 초반부이다. 이쯤이면 이미 작품의 2/3 지점이다. 야구로 말하면 7회 정도. 슬슬 라스트씬을 위해 피치를 가해야할 때. 이미 성민, 여진, 완기편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일이 궁금해서 긴장감과 호기심이 동반 상승하는 중에 미옥편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고아원, 은행 근무등 자라온 과거사를 들어야 한다. 나는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이러한 구성이 맘에 안든다. 달리 말해서, 네 사람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묶여있는 이상 각자의 얘기를 따로 서술하지 않고 한데 묶어서 일반적인 스타일로 전개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집어들자마자 한순간에 다 읽었을 정도로 가독성이 뛰어나다. 두뇌플레이가 뛰어난 성민과 주먹의 일인자인 완기가 보여주는 중간 보스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여진과 미옥편에서는 화류계 여성으로서 느끼고 행동해야하는 심리와 삶의 처세술이 공감가게 그려진다. 건달들의 조직 세계와 텐프로로 대표되는 밤 문화의 묘사도 생생하고 특히 불법 격투 도박씬은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훌륭한 작가가 되시라는 애정을 듬뿍 담아 다소 까칠하게 리뷰를 썼다. 나름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삼행시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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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을 찾아라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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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선두 작가이자 평론가인 노리즈키 린타로의 4중 교환 살인을 소재로한 본격 추리물이다. 2011년에 발표된 나름 최신작으로 2013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위에 선정된 작품. 개인적으로는『잘린머리에게 물어봐』,『요리코를 위해』,『이콜 Y의 비극』(단편) 에 이어 네 번째 만남이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고뇌하는 작가'란 세간의 평에 걸맞게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논리적인 소거법에 의해 차근차근 범인을 좁혀가는 스타일을 구사하는 작가이다. 그래서인지『잘린 머리에게 물어봐』와 단편『이콜 Y의 비극』도 그랬지만 세밀하게 접근하는 정교한 추리의 맛은 있으나 너무 디테일하게 조곤조곤 파고들어 읽다 지친다는 단점도 있다. 엘러리 퀸 부자를 오마주한 탐정이자 추리 작가인 아들 노리즈키 린타로와 아버지인 노리즈키 사다오 총경이 활약하는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가 유명한데 이 작품 역시 두 부자가 활약한다.

 

4중 교환 살인을 다룬 『킹을 찾아라』는 책 서두에 대담하게 범인과 동기를 모두 드러내는 도서 (도치서술) 추리의 형식을 취한다. 그러면서 4중 교환 살인을 바탕으로 복잡하고 정교한 본격 트릭을 선보인다. 325쪽의 두껍지않은 분량에 여러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자칫 개별적으로 보이는 사건들 사이에서 노리즈키 부자는 교환 살인의 냄새를 맡고 그 퍼즐의 조각을 짜맞추기 시작한다.

 

생면부지의 4중 교환 살인 당사자들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고 제거할 표적과 순서는 네 장의 카드 뽑기로 정하는데 약속된 살인이 차례로 실행되는 동안 예기치않은 각종 변수가 발생하고, 거기에 작가가 숨겨놓은 교묘한 트릭까지 더해져 독자는 그야말로 정신 바짝차리고 책을 읽어야 한다. 나 역시 손수 작성한 표와 노리즈키 부자의 추리를 비교해 가며 수없이 꼬아놓은 이야기 속에서 진상에 접근하고자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노리즈키 린타로가 선보이는 본격 추리물답게 대담한 설정, 복잡한 전개, 정교한 트릭, 논리적인 추리와 놀라운 반전등 퍼즐 미스터리로서의 재미가 잘 살아있다. 특이한 점은 보통 작가가 반전을 드러낼 때 독자를 놀래킬 생각으로 극적 효과를 연출하는데 이 작가는 '알고보니 사실은 이런거야' 식으로 덤덤하게 서술한다는 점이다. 작가만의 스타일이랄까. 누차 언급하지만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은 논리적으로 정교하게 추리를 전개하는 맛은 뛰어나나 장르 소설로서의 드라마틱한 연출력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올만에 지적 유희를 충분히 즐긴 작품이다. 두뇌를 풀가동해서 복잡하고 정교한 본격 추리의 맛을 보시려면 당장 이 책을 집어드시길 바란다. 그리고 반드시 종이에 표를 작성해가면서 읽으시길. 책을 구입하면 조그만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가 따라오는데 이 한 장의 앙증맞은 카드가 무언의 지령과 함께 운명의 족쇄를 채우는 것 같아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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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의 몸값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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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설의 모범을 보여준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총 57편中 열 번째 작품이다. 1959년작. (참고로, 동일 출판사에서 출간한『살의의 쐐기』는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 일단 번스 경위를 필두로 에이스 카렐라, 마이어, 호스, 브라운 형사등 87분서 소속 경찰들과의 재회가 반갑다. 이번 작품은 유괴 사건을 다룬다. 하지만 단순히 사건만을 취급하는게 아니라 거기에 얽혀서 도의적 딜레마에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한 남자의 고통스런 고뇌를 담고 있다.

 

구두 회사 중역 더글러스 킹은 현회장을 몰아내고 새회장을 추대하자는 중역진의 제안을 뒤로 하고 자신이 직접 의결권주를 사들여 회사를 경영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계획이 거의 성사되려는 순간 아들이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근데 유괴된 아이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다. 유괴범이 제안한 거액의 몸값을 주면 자신의 모든 꿈이 날아간다. 하지만 안그러면 아이가 죽는다. 킹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다.

 

이 작품은 유괴 사건을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진 한 남자의 고뇌와 선택, 갈등을 그린다. 그렇다고 유괴 사건이 허투루 진행되는게 아니다. 유괴범들은 수개월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간다. 단 하나의 실수를 제외하고는. 작품의 주요 무대는 킹의 응접실과 유괴범의 은닉처로 교차 진행되는데 킹은 킹대로 몸값을 지불하라는 아내, 카렐라 형사등 주변의 압박에 갈등하고, 유괴범은 유괴범대로 잘못된 아이의 유괴의 처리 문제로 그들 사이에서 내분이 발생한다.  

 

분량으로 본다면 더글러스 킹을 축으로 한 유괴당한 그룹과 유괴한 자들이 주연이고 스티브 카렐라를 비롯한 87분서 형사들의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87분서 소속 경찰들의 활약상을 떠나 킹이 과연 몸값을 지불할 것인가 그리고 유괴범은 어떻게 몸값을 건네받을 것인가 때문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특히 라스트씬, 평서체와 고딕체가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킹측과 유괴범 사이의 생생한 몸값 전달 장면은 마치 내 자신이 현장에 있는 듯 리얼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캬~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가 발생한다. 놀랍다~  

 

『살의의 쐐기』와『킹의 몸값』두 작품을 읽으니 이제서야 87분서 시리즈의 오묘한 매력을 조금은 알 것 같다.『살의의 쐐기』가 밀실 트릭 포함 단순 해프닝에 서스펜스를 극대화한 오락적인 측면이 강하다면『킹의 몸값』은 하나의 사건의 완결성도 좋고 그속에 묵직한 주제 의식이 깔려 있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울림도 깊다.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87분서 시리즈는 철저히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현대 추리 스릴러물에서 불 수 있는 과도하거나 비현실적인 설정, 오버스러운 액션, 극단적인 전개같은게 없다. 등장인물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1950년대에 쓰여진 이 경찰 소설이 어찌보면 심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바로 87분서 시리즈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마치 조미료나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은 사찰 음식을 먹는 것 같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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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유어 아이즈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신상일 옮김 / 해문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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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별 없는 아침』의 작가 린우드 바클레이의 2012년 작품. 자폐증으로 집에만 칩거하는 한 남자가 스트리트뷰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물이다. 

 

서른 다섯살의 자폐아 토마스는 지도 편집광이다. 그는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서 "훨 360"이라는 스트리트뷰 프로그램 (전 세계 도시들의 실제 거리 풍경을 제공하는 웹사이트)을 통해 전 세계 도시를 여행한다. 그리고는 모든 주요 도시의 거리 풍경을 머리속에 입력한다. 그는 나중에 컴퓨터 대란이 발생해 인터넷 지도가 사라지면 자신의 기억력이 국익에 도움이 될거라 철썩같이 믿고 있다. 그런 그가 어느날 우연히 "훨 360" 사이트에서 뉴욕 다운타운의 한 건물 3층 창문을 통해 사람이 봉지에 질식해 살해당하는 듯한 이미지를 발견한다. 

 

아버지의 석연치않은 사고사로 고향에 내려와 토마스를 돌보는 형 레이는 동생의 얘기에 반신반의하며 옛 동창이자 기자인 줄리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현직 검찰총장이자 뉴욕 주지사를 꿈꾸는 모리스 쏘척은 정치 생명을 위협받는 스캔들에 휘말리고 이에 측근들이 행동 개시에 나선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의혹을 품은 소시민과 그것을 무마시키려는 권력자 집단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토마스의 형 레이의 1인칭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이 번갈아 사용되는 점이 특이하다. 초반부의 전개 시점이 현재, 2주일전, 9개월전등 과거 시점으로 흘러가 이야기의 조각을 맞추고 흐름에 동승하는데 좀 애를 먹었다.

 

웹사이트를 통해 우연히 살해 현장을 목격한다는 흥미로운 도입부에 비해 중반부까지의 전개는 평이하다. 정치가가 등장하면 의례 음모, 모함, 스캔들등이 따르고 그러다보니 협박자가 생기고 정적 제거용 살인청부업자가 등장하면서 순간의 실수로 일이 꼬여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다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타일의 미스터리 공식을 충실히 답습한다. 그래서인지 충분히 예측가능한 전개라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라스트신은 만족스럽다. 범죄의 온상이 된 장소에 사건의 주요 당사자들이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이고 선과 악, 범죄의 경중에 따라 깔끔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토마스가 위기에서 탈출해 뉴욕 도시의 밤거리로 뛰쳐나온 순간이다. 늘 모니터로만 접하던 세상을 실제로 만난 토마스의 눈에 비친 도시와 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는 도시와 거리를 직접 만지고 느끼고 호흡한다. 영화화 예정인 이 작품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위기 상황의 주인공 토마스가 처음 가본 뉴욕 거리에서 오로지 자신의 기억력에 의지해 현명하고 신속하게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장면이 아마도 영화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 형식으로 고향 마을에서 아버지 죽음의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부분도 꽤 흥미로웠다.

 

2013년에 걸맞게 첨단 웹사이트를 소재로 정치 야망을 가진 권력자 집단과 소시민이 벌이는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오락소설이다. 대박 스릴러에는 못미치지만 잘 짜여진 구성에 물 흐르는듯한 전개로 술술 읽힌다. 몇 가지의 미스터리 요소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트러스트 유어 아이즈』(네 눈을 믿어라)란 제목처럼 이 책을 선택한 내 눈썰미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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