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을 찾아라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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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선두 작가이자 평론가인 노리즈키 린타로의 4중 교환 살인을 소재로한 본격 추리물이다. 2011년에 발표된 나름 최신작으로 2013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위에 선정된 작품. 개인적으로는『잘린머리에게 물어봐』,『요리코를 위해』,『이콜 Y의 비극』(단편) 에 이어 네 번째 만남이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고뇌하는 작가'란 세간의 평에 걸맞게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논리적인 소거법에 의해 차근차근 범인을 좁혀가는 스타일을 구사하는 작가이다. 그래서인지『잘린 머리에게 물어봐』와 단편『이콜 Y의 비극』도 그랬지만 세밀하게 접근하는 정교한 추리의 맛은 있으나 너무 디테일하게 조곤조곤 파고들어 읽다 지친다는 단점도 있다. 엘러리 퀸 부자를 오마주한 탐정이자 추리 작가인 아들 노리즈키 린타로와 아버지인 노리즈키 사다오 총경이 활약하는 '노리즈키 린타로 시리즈'가 유명한데 이 작품 역시 두 부자가 활약한다.

 

4중 교환 살인을 다룬 『킹을 찾아라』는 책 서두에 대담하게 범인과 동기를 모두 드러내는 도서 (도치서술) 추리의 형식을 취한다. 그러면서 4중 교환 살인을 바탕으로 복잡하고 정교한 본격 트릭을 선보인다. 325쪽의 두껍지않은 분량에 여러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자칫 개별적으로 보이는 사건들 사이에서 노리즈키 부자는 교환 살인의 냄새를 맡고 그 퍼즐의 조각을 짜맞추기 시작한다.

 

생면부지의 4중 교환 살인 당사자들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고 제거할 표적과 순서는 네 장의 카드 뽑기로 정하는데 약속된 살인이 차례로 실행되는 동안 예기치않은 각종 변수가 발생하고, 거기에 작가가 숨겨놓은 교묘한 트릭까지 더해져 독자는 그야말로 정신 바짝차리고 책을 읽어야 한다. 나 역시 손수 작성한 표와 노리즈키 부자의 추리를 비교해 가며 수없이 꼬아놓은 이야기 속에서 진상에 접근하고자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노리즈키 린타로가 선보이는 본격 추리물답게 대담한 설정, 복잡한 전개, 정교한 트릭, 논리적인 추리와 놀라운 반전등 퍼즐 미스터리로서의 재미가 잘 살아있다. 특이한 점은 보통 작가가 반전을 드러낼 때 독자를 놀래킬 생각으로 극적 효과를 연출하는데 이 작가는 '알고보니 사실은 이런거야' 식으로 덤덤하게 서술한다는 점이다. 작가만의 스타일이랄까. 누차 언급하지만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은 논리적으로 정교하게 추리를 전개하는 맛은 뛰어나나 장르 소설로서의 드라마틱한 연출력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올만에 지적 유희를 충분히 즐긴 작품이다. 두뇌를 풀가동해서 복잡하고 정교한 본격 추리의 맛을 보시려면 당장 이 책을 집어드시길 바란다. 그리고 반드시 종이에 표를 작성해가면서 읽으시길. 책을 구입하면 조그만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가 따라오는데 이 한 장의 앙증맞은 카드가 무언의 지령과 함께 운명의 족쇄를 채우는 것 같아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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