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의 몸값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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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설의 모범을 보여준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총 57편中 열 번째 작품이다. 1959년작. (참고로, 동일 출판사에서 출간한『살의의 쐐기』는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 일단 번스 경위를 필두로 에이스 카렐라, 마이어, 호스, 브라운 형사등 87분서 소속 경찰들과의 재회가 반갑다. 이번 작품은 유괴 사건을 다룬다. 하지만 단순히 사건만을 취급하는게 아니라 거기에 얽혀서 도의적 딜레마에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한 남자의 고통스런 고뇌를 담고 있다.

 

구두 회사 중역 더글러스 킹은 현회장을 몰아내고 새회장을 추대하자는 중역진의 제안을 뒤로 하고 자신이 직접 의결권주를 사들여 회사를 경영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계획이 거의 성사되려는 순간 아들이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근데 유괴된 아이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다. 유괴범이 제안한 거액의 몸값을 주면 자신의 모든 꿈이 날아간다. 하지만 안그러면 아이가 죽는다. 킹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다.

 

이 작품은 유괴 사건을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진 한 남자의 고뇌와 선택, 갈등을 그린다. 그렇다고 유괴 사건이 허투루 진행되는게 아니다. 유괴범들은 수개월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간다. 단 하나의 실수를 제외하고는. 작품의 주요 무대는 킹의 응접실과 유괴범의 은닉처로 교차 진행되는데 킹은 킹대로 몸값을 지불하라는 아내, 카렐라 형사등 주변의 압박에 갈등하고, 유괴범은 유괴범대로 잘못된 아이의 유괴의 처리 문제로 그들 사이에서 내분이 발생한다.  

 

분량으로 본다면 더글러스 킹을 축으로 한 유괴당한 그룹과 유괴한 자들이 주연이고 스티브 카렐라를 비롯한 87분서 형사들의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87분서 소속 경찰들의 활약상을 떠나 킹이 과연 몸값을 지불할 것인가 그리고 유괴범은 어떻게 몸값을 건네받을 것인가 때문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특히 라스트씬, 평서체와 고딕체가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킹측과 유괴범 사이의 생생한 몸값 전달 장면은 마치 내 자신이 현장에 있는 듯 리얼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캬~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가 발생한다. 놀랍다~  

 

『살의의 쐐기』와『킹의 몸값』두 작품을 읽으니 이제서야 87분서 시리즈의 오묘한 매력을 조금은 알 것 같다.『살의의 쐐기』가 밀실 트릭 포함 단순 해프닝에 서스펜스를 극대화한 오락적인 측면이 강하다면『킹의 몸값』은 하나의 사건의 완결성도 좋고 그속에 묵직한 주제 의식이 깔려 있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울림도 깊다.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87분서 시리즈는 철저히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현대 추리 스릴러물에서 불 수 있는 과도하거나 비현실적인 설정, 오버스러운 액션, 극단적인 전개같은게 없다. 등장인물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1950년대에 쓰여진 이 경찰 소설이 어찌보면 심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바로 87분서 시리즈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마치 조미료나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은 사찰 음식을 먹는 것 같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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