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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유어 아이즈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신상일 옮김 / 해문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별 없는 아침』의 작가 린우드 바클레이의 2012년 작품. 자폐증으로 집에만 칩거하는 한 남자가 스트리트뷰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물이다.
서른 다섯살의 자폐아 토마스는 지도 편집광이다. 그는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서 "훨 360"이라는 스트리트뷰 프로그램 (전 세계 도시들의 실제 거리 풍경을 제공하는 웹사이트)을 통해 전 세계 도시를 여행한다. 그리고는 모든 주요 도시의 거리 풍경을 머리속에 입력한다. 그는 나중에 컴퓨터 대란이 발생해 인터넷 지도가 사라지면 자신의 기억력이 국익에 도움이 될거라 철썩같이 믿고 있다. 그런 그가 어느날 우연히 "훨 360" 사이트에서 뉴욕 다운타운의 한 건물 3층 창문을 통해 사람이 봉지에 질식해 살해당하는 듯한 이미지를 발견한다.
아버지의 석연치않은 사고사로 고향에 내려와 토마스를 돌보는 형 레이는 동생의 얘기에 반신반의하며 옛 동창이자 기자인 줄리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현직 검찰총장이자 뉴욕 주지사를 꿈꾸는 모리스 쏘척은 정치 생명을 위협받는 스캔들에 휘말리고 이에 측근들이 행동 개시에 나선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의혹을 품은 소시민과 그것을 무마시키려는 권력자 집단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토마스의 형 레이의 1인칭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이 번갈아 사용되는 점이 특이하다. 초반부의 전개 시점이 현재, 2주일전, 9개월전등 과거 시점으로 흘러가 이야기의 조각을 맞추고 흐름에 동승하는데 좀 애를 먹었다.
웹사이트를 통해 우연히 살해 현장을 목격한다는 흥미로운 도입부에 비해 중반부까지의 전개는 평이하다. 정치가가 등장하면 의례 음모, 모함, 스캔들등이 따르고 그러다보니 협박자가 생기고 정적 제거용 살인청부업자가 등장하면서 순간의 실수로 일이 꼬여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다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타일의 미스터리 공식을 충실히 답습한다. 그래서인지 충분히 예측가능한 전개라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라스트신은 만족스럽다. 범죄의 온상이 된 장소에 사건의 주요 당사자들이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이고 선과 악, 범죄의 경중에 따라 깔끔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토마스가 위기에서 탈출해 뉴욕 도시의 밤거리로 뛰쳐나온 순간이다. 늘 모니터로만 접하던 세상을 실제로 만난 토마스의 눈에 비친 도시와 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는 도시와 거리를 직접 만지고 느끼고 호흡한다. 영화화 예정인 이 작품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위기 상황의 주인공 토마스가 처음 가본 뉴욕 거리에서 오로지 자신의 기억력에 의지해 현명하고 신속하게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장면이 아마도 영화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 형식으로 고향 마을에서 아버지 죽음의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부분도 꽤 흥미로웠다.
2013년에 걸맞게 첨단 웹사이트를 소재로 정치 야망을 가진 권력자 집단과 소시민이 벌이는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오락소설이다. 대박 스릴러에는 못미치지만 잘 짜여진 구성에 물 흐르는듯한 전개로 술술 읽힌다. 몇 가지의 미스터리 요소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트러스트 유어 아이즈』(네 눈을 믿어라)란 제목처럼 이 책을 선택한 내 눈썰미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