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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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최고의 추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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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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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탐정도 아닌 두 남자가 벌이는 좌충우돌 미스터리 사건 해결집이다. 두 남자는 전직 기자 출신인 박희윤과 전직 형사이자 카페 사장인 갈호태. 이 두 사람이 그놈의 오지랖을 주체하지(?) 못하고 의기투합,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자의반타의반으로 뛰어든다. 기자 출신의 박희윤은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추리의 소유자이고 전직 경찰인 갈호태는 특유의 넉살과 일단 지르고 보는 과감한 행동파이다.

근데 구성이 재밌다. 수록된 일곱 개의 연작 단편들이 제각각 단편으로서의 독립성과 완결성을 가짐과 동시에 책 전체로 보면 일명 "바리캉맨"이라 불리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 존재한다. 즉,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인 줄거리속에 독립성을 띤 일곱 개의 단편들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이 책의 장르. 그야말로 본격, 사회파, 코지, 하드보일드, 스릴러, 액션이 버무러진 장르소설의 복합체같은 작품이다. 이렇게 뷔페같이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면 일견 이도저도 아닌 짬뽕같이 재미없고 유치한 소설이 되고마는데 작가는 이 장르적 균형감을 노련하게 잘 유지한다.

각각의 사건속에 이주노동자, 청년실업, 도심재개발같은 사회적 문제와 프로야구, 연예계 아이돌 스타등 대중의 관심사를 적절하게 녹여놓았고 그 와중에 암호 풀이, 연쇄살인범의 추적등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도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서막을 알리는 <두 개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본격 추리의 맛이 살아있는 <목숨걸고 베이스볼>, <세월이 가면, 43초>, <밤의 노동자>등이 기억에 남는다. 

한마디로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소재가 어우러진 제법 읽을만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코믹 분위기를 일절 배제하고 시종일관 진지 모드로 흘렀으면 나같이 진중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더 좋은 점수를 얻지 않았을까. 작품 말미에 별동대인 미제사건수사반이 경찰내에 공식적으로 결성될 듯하니 이제는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새로운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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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요리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스탠리 엘린 지음, 김민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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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추리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스탠리 엘린의 단편집이다. 1956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원제는 Mystery Stories. 대표작이자 표제작인『특별요리』를 포함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이야기에는 소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탐욕, 사리사욕, 가치관에 따른 인간간의 갈등등에 의해 살인같은 극단적이 사건이 발생하고...짧은 얘기들은 예기치못한 반전과 소름돋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작가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바탕으로 뛰어난 상상력과 유연한 스토리텔링으로 놀랍고도 오싹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매 단편마다 구체적이고 딱부러지는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는 대신 상황적 판단과 일련의 암시를 통해 추측가능한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근데 이 열린 결말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더욱 소름끼치고 잔상이 오래 남는다. 이것이 스탠리 엘린표 단편의 묘미이다.

소수의 손님이 특정한 날만 맛볼 수 있는 요리의 비밀에 얽힌『특별요리』를 필두로『블레싱턴 계획』을 떠올리는 수상한 직업의『손발의 몫』, 양자택일을 강요받는『결단의 순간』, 동일한 수법으로 아내들을 살해하는『애플비 씨의 질서정연한 세계』등이 인상적이고 재밌는 단편이다. 특히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표작『특별요리』는 그동안 수차례 읽었음에도 그 전율과 잔상은 여전하다. 단연 군계일학이다.

그렇다고 (대부분 단편집이 그렇지만) 수록된 단편 모두가 내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건 아니다. 일부 단편들은 흥미로운 사건과 전개에 비해 밋밋한 결말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특별요리』,『블레싱턴 계획』등을 통해 그동안 띄엄띄엄 접했던 작가의 작품들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덧붙여,『특별요리』 탄생 배경과 비화에 얽힌 엘러리 퀸의 서두 소개글과 권말의 작가 정보는 스탠리 엘린과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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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들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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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역로』,『점과 선』등으로 이어지는 모비딕의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 시리즈 7탄이다.『나쁜 놈들』은 <주간 신쵸>에 1960년 1월 11일~1961년 6월 5일까지 연재된 미스터리 장편으로『짐승의 길』,『검은 가죽 수첩』과 더불어 "악녀 삼부작"으로 불린다. 한 번의 영화화, 네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졌을만큼 원작의 탄탄함을 인정받고 있다.

작고한 아버지로부터 병원을 물려받은 원장 도야 신이치는 적자로 허덕이는 병원 운영에 별 관심이 없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연애, 그것도 돈많은 여성만을 노린다. 그에게 여자는 쾌락의 대상이자 병원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뜯어내는 물주에 불과하다. 도야 신이치는 철저히 계산된 악당이자 바람둥이, 한 마디로, 나쁜 놈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  네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절대 물주인 뷰티크샵 사장 지세, 대형 가구점 사장 부인인 동갑내기 다쓰코, 그가 진심으로 사랑을 느낀 패션샵 사장 다카코 그리고 그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수간호사 도요. 그리고 그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주는 오랜 지인이자 변호사인 시모미자와가 있다.

사회적 지위만 병원 원장이지 거의 빈털털이인 도야는 ​별거중인 처에게 지불해야하는 이혼 위자료, 다달이 늘어가는 병원 적자, 결혼을 결심한 다카코에게 보여줘야하는 재산 내역등으로 늘상 돈에 쪼들린다. 여기에 병약해 쓸모없어진 남편들을 독살하기 위한 애인들과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도야는 의사의 직책을 십분 발휘, 그녀들의 범죄에 공조한다. 이제 그들은 서로의 약점을 쥔 공범이자 한편으론 제거의 대상이 되고...공범이란 공통분모 아래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나쁜 놈과 악녀들의 치열한 한 판 승부가 벌어진다. 결국 살아남는 자는 누구일까.

한마디로 남녀 인간군상의 음모와 계략, 욕망과 배신에 관한 드라마이다. 세이초 소설의 특징은 필요한 이야기만 글에 담는 간결하고 정제된 문장에 있다. 그 단순하고 절제된 문장에 작가의 철학과 사상이 응축되어 있다. 또한 등장 인물을 최소화하고 시점을 단순화해서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이야기에 꼭 필요한 인물만 등장하고 메인 주인공의 단일화된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흐름이 일관성있고 몰입감이 뛰어나다.

그래서인지 上,下권 도합 700여쪽의 두툼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당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책을 다 읽으니 욕망과 배신으로 점철된 막장 미니시리즈 한 편을 논스톱으로​ 감상한 기분이다. 여담으로, 작가는『나쁜 놈들』을 집필하면서 동시에『일본의 검은 안개』,『구형의 황야』,『모래 그릇』등의 질좋은 장편들을 집필했다 하니 그 왕성한 에너지와 필력이 놀랍기만 하다. 

세이초의 사회파 미스터리는 당시의 시대상, 사회상을 배경으로 보통 사람들이 범죄에 빠져드는 사회적 동기와 범죄자 자체를 다룬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세이초만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이 죄다 나쁜 년,놈들인게 특이할 뿐...소재나 전개 과정,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가 북스피어에서 펴낸『짐승의 길』과 유사하다. 욕망은 비극을 잉태하고 그 비극의 종착역은 파멸과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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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최면술사 형사 뤄페이 시리즈
저우하오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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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발 추리소설『13.67』로 재미를 본 한스미디어가 야심차게 내놓은 중화권 미스터리 2탄이다. 저자는 중국인 작가인 저우하오후이. 제목에서 유추하듯이 최면술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이다. 얼핏 비과학적이고 다분히 미신적인 최면술이란 분야와 논리적, 과학적 분석이 뒷바침되는 추리와의 결합이라니...물과 기름같이 상극되는 두 분야의 융합이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이야기의 큰 흐름은 주인공 뤄페이 형사와 사악한 최면술사인 바이야싱의 대결 구도이다. 거기에 착한 최면술사 링밍딩이 뤄페이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일단 시작은 좋다.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두 개의 사건이 도입부부터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 이후부터가 문제이다. 이야기는 일차원적으로 평이하게 진행되고 딱히 매력적인 에피소드가 보이지 않는다.

주범은 바로 메인 플롯의 부재와 사족이다.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중심 줄거리, 즉, 메인 플롯이 당체 매력적이거나 흥미를 불러일으키질 못한다. 거기에 자잘한 에피소드들, 예를 들어, 형사들이 최면술사들을 감시하다 최면에 걸려 놓치는 장면이나 여비서가 미녀 최면술사에 질투를 느껴 설사약을 음료에 섞는 장면등에서는 그 유치한 전개에 실소마저 나온다.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메인 플롯의 부재로 인해 스토리 자체가 심심하고 추리적 긴장감도 별로 없다.

또 하나는 사족, ​즉, 부연 설명이 너무 많다. 각 에피소드마다 지나친 사족이 긴장감을 갉아먹는다. 최면술에 관한 내용에서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때마다 이야기의 핵심을 비켜가는 너무 많은 부연 설명과 기나긴 대사들이 스피디한 전개를 방해하고 지루함만 증폭시킨다.

​인간의 정신 세계를 마음대로 조정하는 최면술이란 분야를 심도있게 소개한 점이나 그러한 최면술을 추리소설에 접목시킨 시도는 신선하고 좋았으나 그것을 재미난 오락 소설로 풀어나가는 매력적인 플롯 구축에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표지는 강렬하나 내용은 밋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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