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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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탐정도 아닌 두 남자가 벌이는 좌충우돌 미스터리 사건 해결집이다. 두 남자는 전직 기자 출신인 박희윤과 전직 형사이자 카페 사장인 갈호태. 이 두 사람이 그놈의 오지랖을 주체하지(?) 못하고 의기투합,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자의반타의반으로 뛰어든다. 기자 출신의 박희윤은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추리의 소유자이고 전직 경찰인 갈호태는 특유의 넉살과 일단 지르고 보는 과감한 행동파이다.

근데 구성이 재밌다. 수록된 일곱 개의 연작 단편들이 제각각 단편으로서의 독립성과 완결성을 가짐과 동시에 책 전체로 보면 일명 "바리캉맨"이라 불리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 존재한다. 즉,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인 줄거리속에 독립성을 띤 일곱 개의 단편들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이 책의 장르. 그야말로 본격, 사회파, 코지, 하드보일드, 스릴러, 액션이 버무러진 장르소설의 복합체같은 작품이다. 이렇게 뷔페같이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면 일견 이도저도 아닌 짬뽕같이 재미없고 유치한 소설이 되고마는데 작가는 이 장르적 균형감을 노련하게 잘 유지한다.

각각의 사건속에 이주노동자, 청년실업, 도심재개발같은 사회적 문제와 프로야구, 연예계 아이돌 스타등 대중의 관심사를 적절하게 녹여놓았고 그 와중에 암호 풀이, 연쇄살인범의 추적등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도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서막을 알리는 <두 개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본격 추리의 맛이 살아있는 <목숨걸고 베이스볼>, <세월이 가면, 43초>, <밤의 노동자>등이 기억에 남는다. 

한마디로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소재가 어우러진 제법 읽을만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코믹 분위기를 일절 배제하고 시종일관 진지 모드로 흘렀으면 나같이 진중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더 좋은 점수를 얻지 않았을까. 작품 말미에 별동대인 미제사건수사반이 경찰내에 공식적으로 결성될 듯하니 이제는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새로운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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