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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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역로』,『점과 선』등으로 이어지는 모비딕의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 시리즈 7탄이다.『나쁜 놈들』은 <주간 신쵸>에 1960년 1월 11일~1961년 6월 5일까지 연재된 미스터리 장편으로『짐승의 길』,『검은 가죽 수첩』과 더불어 "악녀 삼부작"으로 불린다. 한 번의 영화화, 네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졌을만큼 원작의 탄탄함을 인정받고 있다.

작고한 아버지로부터 병원을 물려받은 원장 도야 신이치는 적자로 허덕이는 병원 운영에 별 관심이 없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연애, 그것도 돈많은 여성만을 노린다. 그에게 여자는 쾌락의 대상이자 병원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뜯어내는 물주에 불과하다. 도야 신이치는 철저히 계산된 악당이자 바람둥이, 한 마디로, 나쁜 놈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  네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절대 물주인 뷰티크샵 사장 지세, 대형 가구점 사장 부인인 동갑내기 다쓰코, 그가 진심으로 사랑을 느낀 패션샵 사장 다카코 그리고 그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수간호사 도요. 그리고 그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주는 오랜 지인이자 변호사인 시모미자와가 있다.

사회적 지위만 병원 원장이지 거의 빈털털이인 도야는 ​별거중인 처에게 지불해야하는 이혼 위자료, 다달이 늘어가는 병원 적자, 결혼을 결심한 다카코에게 보여줘야하는 재산 내역등으로 늘상 돈에 쪼들린다. 여기에 병약해 쓸모없어진 남편들을 독살하기 위한 애인들과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도야는 의사의 직책을 십분 발휘, 그녀들의 범죄에 공조한다. 이제 그들은 서로의 약점을 쥔 공범이자 한편으론 제거의 대상이 되고...공범이란 공통분모 아래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나쁜 놈과 악녀들의 치열한 한 판 승부가 벌어진다. 결국 살아남는 자는 누구일까.

한마디로 남녀 인간군상의 음모와 계략, 욕망과 배신에 관한 드라마이다. 세이초 소설의 특징은 필요한 이야기만 글에 담는 간결하고 정제된 문장에 있다. 그 단순하고 절제된 문장에 작가의 철학과 사상이 응축되어 있다. 또한 등장 인물을 최소화하고 시점을 단순화해서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이야기에 꼭 필요한 인물만 등장하고 메인 주인공의 단일화된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흐름이 일관성있고 몰입감이 뛰어나다.

그래서인지 上,下권 도합 700여쪽의 두툼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당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책을 다 읽으니 욕망과 배신으로 점철된 막장 미니시리즈 한 편을 논스톱으로​ 감상한 기분이다. 여담으로, 작가는『나쁜 놈들』을 집필하면서 동시에『일본의 검은 안개』,『구형의 황야』,『모래 그릇』등의 질좋은 장편들을 집필했다 하니 그 왕성한 에너지와 필력이 놀랍기만 하다. 

세이초의 사회파 미스터리는 당시의 시대상, 사회상을 배경으로 보통 사람들이 범죄에 빠져드는 사회적 동기와 범죄자 자체를 다룬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세이초만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이 죄다 나쁜 년,놈들인게 특이할 뿐...소재나 전개 과정,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가 북스피어에서 펴낸『짐승의 길』과 유사하다. 욕망은 비극을 잉태하고 그 비극의 종착역은 파멸과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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