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세컨즈 1 - 생과 사를 결정짓는 마지막 3초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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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재밌다. 이렇게 재밌는 책을 이제야 읽다니...마치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 영화 한 편을 감상한 기분이다. 그만큼 스토리도 탄탄하고 반전과 여운도 좋다.『비스트』를 통해 두 작가 콤비의 실력을 익히 경험했지만『쓰리 세컨즈』로 그 믿음과 내공이 한층 견고해졌다. 과연 2011년 인터내셔널 대거상을 수상할 만하다.

이 작품은 범죄자이자 경찰을 돕는 비밀 정보원(일명 끄나풀)이라는 이중 신분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피에트 호프만. 사랑하는 부인과 두 아들을 둔 어엿한 가장인 호프만은 호프만 경비주식회사의 대표이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위장일 뿐 그는 마약을 밀거래하는 폴란드 마피아의 스웨덴 연락책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스웨덴 경찰에 협조하는 비밀정보원이기도 하다. 범죄자이자 경찰의 끄나풀인 호프만는 매일매일 생명을 담보로 이중 생활을 한다. 

그렇게 9년간 스웨덴 경찰의 비밀정보원 노릇을 하던 호프만은 폴란드 마피아를 일망타진하기 위해 스웨덴의 교도소에 작전상 수감되고...하지만 일이 어긋나 경찰의 끄나풀이란 정체가 노출되면서 그 누구의 도움도 기댈수 없는, 교도소라는 극한의 막다른 상황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쓰리 세컨즈"란 저격용 라이플로 격발을 해서 목표물에 도달하는 시간을 말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 짧은 3초라는 순간에 자신의 모든 운명을 건다.

여기에 또 다른 주인공 그렌스 에베트 경정이 등장한다. 경찰 경력 35년의 노쇠한 형사는 그저 상부 지시에 의해 발포 명령을 내렸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느끼고 조용히 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면에 도사린 거대한 음모를 감지하고는 자신을 꼭두각시, 허수아비로 만든 배후의 인물들에게 폭발한다.

책을 읽는 동안 두 주인공 호프만과 그렌스 형사의 입장과 처지 그리고 결의에 찬 행동에 내 자신이 저절로 감정 이입이 된다. 어떻게든 맞딱뜨린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려는 호프만 그리고 진실을 밝혀내려는 노회한 형사의 정의로운 울분과 분노...​

기자 출신 작가와 범죄자 출신 작가, 두 작가 콤비가 실제 마피아, 교도관들, 범죄자들을 취재해서 정말 극사실적인 소설을 탄생시켰다. 마약 운반책인 '인간 컨테이너'의 실체, 교도소내에서의 생활등은 마치 실제 현장을 보는 듯 생생하고 리얼리티가 넘친다. 거기에, 범죄자를 경찰의 비밀정보원으로 포섭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범죄를 눈감아주고 사건을 왜곡하는 등 여러 불법을 저지르는 고위층. 이 책은 이중 신분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목숨 건 모험을 통해 스웨덴 경찰 행정의 불법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올만에 오락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뛰어난 범죄 스릴러물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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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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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데뷔작『데드맨』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가와이 간지 작가의 가부라기 특수반 4인조가 활약하는 두 번째 이야기. 이번 작품에서는 잠자리 천국인 한 마을이 댐공사로 인해 수몰되는 운명과 맞물려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범인 찾기보다는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범인은 책 중반 정도 읽으면 쉽게 눈치챌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이다. 20년을 이어온 어릴적 세 친구의 끈끈한 사랑과 우정이 20년전 사건을 잉태하고 수몰되는 마을의 운명과 한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이 촉매제가 되서 결국 살인이라는 거대한 화를 부른다. ​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장면을 거침없이 그려내는 시마다 소지의 작풍을 본받고 싶다."고 밝혔듯이 작가는『데드맨』에서 보여준 특유의 "일루전(환각, 환시) 효과"를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준다. 산골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도쿄의 본가, 하늘을 나는 1미터의 거대한 잠자리, 죽은 자로부터의 전화 그리고 죽은 사람의 나라로의 여행등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스럽고 미스터리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거기에 미해결된 20년전 사건의 진상, 불타 훼손되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체와 범인의 정체등 추리적 긴장감도 팽팽하다.

그렇다고 단점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독자가 같이 추리에 동참할 요소가 부족하고, 경찰소설도 아닌데 수사 회의 과정을 너무 빈번히 보여준다. 특히 가부라기 4인조가 벌이는 탐문 - 증거 수집 - 가설 - 번복 및 재가설하는 일련의 반복되는 수사 패턴은 조금은 단조롭다. 옮긴이의 말을 빌자면 "애브덕션 추론법"이라 부르던데...

어쨌든『데드맨』과 마찬가지로 독자로 하여금 현실인지 허구인지 헷갈리게끔 신비감을 주는 고도의 전략으로 쉴새없이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스토리텔링 능력은 역시 뛰어나다. 거기에 풀어놓은 비현실스러운 얘기들을 지극히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마무리짓는 솜씨도 일품이다. 가부라기 특수반 4인조의 세 번째 이야기가 곧 출시된다고 하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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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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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열대야』,『침저어』등 내놓는 작품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소네 게이스케의  2013년 작품이다.『암살자닷컴』이라니...살인의뢰가 등록되면 최저가로 낙찰받아 살인을 행하고 보수를 받는 살인사이트인데...이 사이트에 가입해서 한 푼이라도 벌려는 암살자들의 살인에 관한 다양한 고군분투기를 다루고 있다. 정말 작가다운 기발한 발상과 독특한 설정이다.

네 개의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전문 프로암살자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아들의 양육비를 책임지려는 이혼남 형사, 남편의 실직으로 가계 살림에 보태고자 살인전선에 뛰어든 아줌마, 이제는 은퇴 기로에 선 고령의 살인전문가...등등...그들은 단지 생활고를 해결하고자, 돈을 벌 목적에서 살인을 한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서도 서로 좋은 조건의 의뢰를 낙찰받고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그러다가 결국 그들 스스로 피해자의 무덤에 빠지는 무리수도 발생한다. 직장과 사업체등 생활전선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는 우리네 삶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단지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만 다를 뿐...그래서 (역자 후기에 있듯이) 이 작품은 그야말로 "살인 노동자의 애환을 담은 블랙 코미디"이다.

개인적으로, 빗나간 부성애로 말미암아 예상치못한 결말로 치닫는 첫 번째 단편과 책 전체를 다시 돌아보게끔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 하드보일드풍의 마지막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 단편은 해피 엔딩으로, 두 단편은 새드 엔딩으로 끝나는데 이 역시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있는 듯 싶고...

각 단편마다 독립적인 완성도를 가지면서도 네 개의 단편은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작가가 은연중에 숨겨놓은 네 단편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찾아내는 즐거움이 이 책의 또다른 묘미가 아닐까 싶다. (내 독해가 잘못되지 않았으면, 첫 단편의 시점을 기준으로 두 번째 단편은 5년전 (근데, 전체 줄거리와 두 번째 단편 사이의 연관점에 의문스러운 부분이 존재), 세 번째는 4년전, 마지막 단편은 6년전 벌어진 사건이다.) 어쨌든, 살인사이트라는 독특한 배경을 소재로 일반인도 살인까지 서슴치않는, 그러면서 경쟁까지 해야하는 각박한 현 세태를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 기법과 냉소적 화법으로 재미나게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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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
사키 류조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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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나오키상 수상작 (1976년)

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두 가지이다.『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친밀하면서도 강렬한 제목 그리고 일본 대중문학에게 수여하는 가장 권위있는 상인 제74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우리에게 이 책의 제목이 친숙한 이유는 1990년 제작한 박찬욱 감독의 동명 영화 때문이고, 그 영화는 1979년에 제작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그 일본 영화의 원작이 바로 1975년에 출간된 사키 류조의『복수는 나의 것』이다.

『복수는 나의 것』은 논픽션 전문작가인 사키 류조의 대표작이자 일본 범죄 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1963년 실제 일본에서 발생해서 전국에서 경찰 12만명이 동원되는 등 일본 범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를 벌인 연쇄살인범 <니시구치 아키라 연쇄살인사건>에 모티브를 얻어 한 범죄자의 범죄 행각을 논픽션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작가의 감정을 일절 배제한 하드보일드풍의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에 르포르타주같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써내려간 점에서 '논픽션 범죄소설의 걸작' 트루먼 카포티의『인 콜드 블러드』와 비견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에노키즈 이와오는 담배전매공사의 현금수송차량에서 돈을 탈취하고자 강도살인을 저지른 것을 시작으로 10세 소녀의 신고로 검거될 때까지 78일간 경찰의 추적을 피해 전국을 도망다니며 다섯 명을 살해하고 갖은 사기를 치는등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 작가는 작품을 쓰기 위해 사건 당시의 공판 기록을 포함 경찰, 가족, 부모, 공범자, 피해자, 내연녀, 동거녀, 친구, 지인등 관련 인물을 취재, 대학노트 30권 분량의 철저한 조사를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범죄자 에노키즈의 살인 및 사기와 도주 행각을 다양한 주변인물들의 진술과 증언을 토대로 구성해 나간다.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잔인한 연쇄살인보다 오히려 지능적인 사기 행각이다. 주로 대학교수나 변호사로 신분 위장을 하며 풍부한 지식과 화려한 언변으로 피해자를 안심시킨후 대범하고도 신속한 행동으로 사기 행각을 완성시키는데, 특히 한 건의 사기 행위 도중 10여분간의 막간을 이용해 또 다른 사기를 순식간에 성공시키는 장면에서는 그 천재적인 테크닉에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잔혹한 흉악범도 모자라 사람의 등을 쳐먹는 교활한 지능범이라니...거기에 전국을 도망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엽서를 보내는 뻔뻔함까지 겸비한 정말 타고난 범죄자이다.

연쇄살인 및 각종 사기와 도주 행각을 벌이는 초,중반부도 흥미진진했지만 검거된 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후반부의 옥중 재판 과정이 좀 더 감정 이입이 되며 가슴에 와닿는다. 검사의 공소사실부터 형량 선고, 변호인의 반론등 수차례의 공판 과정과 좁디좁은 교도소의 차디찬 방에서 하루하루 사형수의 몸으로 형을 기다리며 조금씩 교화되고 참회하는 에노키즈의 체념과 회한의 모습을 보니 비록 극악한 범죄자이지만 나름 연민의 정을 느낀다. 

 

이 책은 일반 미스터리, 스릴러같은 장르소설에서 볼 수 있는 영웅적인 캐릭터도 없고 드라마틱하고 속도감있는 전개나 놀라운 반전이 있는 작품이 아니다. 한 범죄자의 범죄 행각을 담담히 기록한 작품이니만큼 당시 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정황을 토대로 작가가 서술하는 범죄자 에노키즈의 발자취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논픽션 범죄소설만의 독특한 재미를 충분히 만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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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성 스토리콜렉터 51
혼다 테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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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름 엽기적이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미스터리하다. 어찌보면 역겹고 메스껍다고 해야 하나. 2002년 일본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가족 감금살인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이라는데 그것을 독하게 소설로 써내려간 혼다 테쓰야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 정말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한 17세 소녀의 신고로부터 밝혀지는 선코트마치다 맨션 403호의 참극. 그곳은 한마디로 짐승의 소굴이었다. 한 가족에 대한 1년에 걸친 감금, 폭행, 학대, 체벌, 살인 그리고 시체 훼손 및 유기가 행해졌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아내가 남편을, 딸이 어머니를, 엄마가 자식을 학대, 살해하는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진 것. 그렇게 한 명씩 목숨을 잃고도 외부에 도움조차 청하지 못하며 철저히 정신적, 육체적으로 유린당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요시오란 '절대자'가 존재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마치다 경찰서 소속 경찰들의 수사와 동거중인 젊은 커플 신고와 세이코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라 불리는 수상쩍은 사부로란 남자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는데 두 이야기가 접점을 이루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리란 예측은 섣부른 판단이다. 사건은 새로운 궤도에 오르고 또 다른 반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쨌든 몰입감과 흡인력이 대단하다. 특히 아쓰코가 털어놓는 선코트마치다 맨션 403호에서의 지옥같은 생활상은 엽기와 충격 그 자체이다. 가족끼리 감시, 학대, 체벌하는 것도 모자라 살인에 이은 시체 훼손까지..그 살육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서술 수위가 혐오스러울 뿐.

하지만 그런 잔혹함, 엽기성보다 아이러니한 것은 가족 전체가 단 한 사람의 포로가 되어 그런 일련의 참혹한 범죄 행위를 1년간 아무런 저항없이 일사분란하게 가담, 유지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서히 자아를 상실하고 끝내 그 어떤 저항과 존재감없이 서로를 체벌, 살인하면서 한 줌의 재로 사라진다. 과연 한 사람이 일가족 전체를 장기간 그렇게 철저히 무력화시켜 ​자신의 노예로 만들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배가 가능할까.

시체가 완전 소실된 가운데 오로지 두 여성 피해자(?)의 오락가락하는 진술과 사건 현장에서 찾아낸 혈흔같은 미세한 증거만으로 힘겨운 수사와 불완전한 결말을 도출하는 경찰들...과연 403호 안에서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원흉인 요시오의 정체와 행방은 아니, 요시오는 정말 실재한 인물일까...작가는 독자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해주지않고 사건의 진상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유보한채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사건의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그것이 소설이건 현실이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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