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성 스토리콜렉터 51
혼다 테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음...나름 엽기적이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미스터리하다. 어찌보면 역겹고 메스껍다고 해야 하나. 2002년 일본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가족 감금살인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이라는데 그것을 독하게 소설로 써내려간 혼다 테쓰야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 정말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한 17세 소녀의 신고로부터 밝혀지는 선코트마치다 맨션 403호의 참극. 그곳은 한마디로 짐승의 소굴이었다. 한 가족에 대한 1년에 걸친 감금, 폭행, 학대, 체벌, 살인 그리고 시체 훼손 및 유기가 행해졌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아내가 남편을, 딸이 어머니를, 엄마가 자식을 학대, 살해하는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진 것. 그렇게 한 명씩 목숨을 잃고도 외부에 도움조차 청하지 못하며 철저히 정신적, 육체적으로 유린당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요시오란 '절대자'가 존재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마치다 경찰서 소속 경찰들의 수사와 동거중인 젊은 커플 신고와 세이코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라 불리는 수상쩍은 사부로란 남자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는데 두 이야기가 접점을 이루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리란 예측은 섣부른 판단이다. 사건은 새로운 궤도에 오르고 또 다른 반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쨌든 몰입감과 흡인력이 대단하다. 특히 아쓰코가 털어놓는 선코트마치다 맨션 403호에서의 지옥같은 생활상은 엽기와 충격 그 자체이다. 가족끼리 감시, 학대, 체벌하는 것도 모자라 살인에 이은 시체 훼손까지..그 살육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서술 수위가 혐오스러울 뿐.

하지만 그런 잔혹함, 엽기성보다 아이러니한 것은 가족 전체가 단 한 사람의 포로가 되어 그런 일련의 참혹한 범죄 행위를 1년간 아무런 저항없이 일사분란하게 가담, 유지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서히 자아를 상실하고 끝내 그 어떤 저항과 존재감없이 서로를 체벌, 살인하면서 한 줌의 재로 사라진다. 과연 한 사람이 일가족 전체를 장기간 그렇게 철저히 무력화시켜 ​자신의 노예로 만들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배가 가능할까.

시체가 완전 소실된 가운데 오로지 두 여성 피해자(?)의 오락가락하는 진술과 사건 현장에서 찾아낸 혈흔같은 미세한 증거만으로 힘겨운 수사와 불완전한 결말을 도출하는 경찰들...과연 403호 안에서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원흉인 요시오의 정체와 행방은 아니, 요시오는 정말 실재한 인물일까...작가는 독자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해주지않고 사건의 진상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유보한채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사건의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그것이 소설이건 현실이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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