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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에피소드 S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너의 그 눈, 그 푸른 눈...
어쩌면 너는 그 눈으로 나와 같은 것을......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공전의 히트를 친 청춘 호러 미스터리『어나더』의 후속편격인 작품이다. 2013년 여름에 발표된 작품을 신속히 국내에 소개한 출판사의 발빠른 행보가 돋보인다. 게다가 전작『어나더』의 성공에 고무돼서인지 책의 만듦새에 세심한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에 고급 양장 거기에 대형 브로마이드까지...
1998년 여름 방학, 중3인 미사키 메이는 사카키라는 청년의 유령을 만난다. 그는 다름아닌 11년전 같은 중학교 같은 반인 3학년 3반의 '불가사의한 현상'의 경험자였다. 기억을 잃고 망자의 몸이 된 사카키를 도와 메이는 사라진 그의 시체를 찾기위해 호반의 2층 저택을 배경으로 기묘한 모험에 나서는데...
이 작품이 <어나더> 후속편이므로 당근 전작의 얘기가 나온다. (그러니 가급적『어나더』부터 읽고 후속작을 읽으시길) 두 명의 1인칭 화자 시점이 교차 서술로 진행되는데 한 명은 메이의 친구 사카키바라의 시점이고 또 한 명은 죽은 유령인 사카키 테루야의 그것이다. 바로 이 1인칭 시점이 작품속 분위기를 살리고 독자와 교감하는 탁월한 역할을 한다. 사카키바라 시점에서는 메이와의 대화를 통해 제3자로서 사건의 진상을 꿰뚫는 객관적인 상황 판단이 가능하고, 유령인 사카키의 시점에서는 마치 내 자신이 망자가 된 듯 자신의 시체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사카키의 캐릭터에 깊이 동화된다.
일단 재밌게 읽었다. 등장인물도 단촐하고. 메인 주인공이 두 명 밖에 없으니 몰입과 이해도 잘 된다. 사라진 시체를 찾아 메이와 사카키가 소꿉장난하듯 저택을 헤집고 다니는 장면을 보면 나도 모르게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호러 느낌은 거의 안든다. 유령, 폴터가이스트 현상등 오싹한 단어들이 등장하지만 청춘물답게 풋풋하게 포장해서인가, 호러보다는 미스터리에 가까운 전개다. 우리의 사랑스런 명탐정 미사키 메이양 ㅎㅎ 이 청춘 호러 미스터리물이 좀 싱겁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재밌게 읽어서 무척이나 흡족하다. (同 작가의『안구기담』보다 재밌다 ㅎㅎ)
이 책을 읽으면서 굳이 논리성과 현실성이라는 추리소설의 기본 체계를 떠올릴 필요가 없다. 그저 메이를 통해 작가가 들려주는 얘기를 재밌게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경험치에 입각해서 사물을 판단한다. 우리가 유령이나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보았는가. 3학년 3반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겪어보았는가. 그런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는 논리고 뭐고 그저 작가의 이야기에 맘편히 귀기울이면 된다.
일예로, 최근에 SF 영화 <인터스텔라>를 무척 감동적으로 재밌게 봤다. 우리가 작품속 등장하는 웜홀, 상대성이론, 다차원의 세계같은 물리학, 천문학, 우주공학의 과학 지식을 얼마나 알겠는가. 그저 감독이 창조한 상상의 세계에 오감을 열고 스펙터클한 화면과 변화무쌍한 스토리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그만이다. 그래도 작가는 본격 미스터리의 대가답게 독자의 궁금증과 의문점을 에필로그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친절함을 잊지 않는다.
그나저나 전작『어나더』는 영상화됐다고 하는데 과연 이 작품은 영상화가 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후기를 보니 아무래도 작가는 (대표작인 관시리즈에 비해) 어나더 시리즈에 애착이 많은가 보다. 구상면에서나 다양한 독자층을 끌어들이는 대중적 인기면에서 그리고 판매량에서 등등...그러한 열정으로 근사한 관시리즈 하나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나더 에피소드 S』에서 S가 Secret, Summer, Sakaki 등의 의미가 있다고 작가가 밝히지만 내 생각에 S는 Start이다. "자, 어나더 에피소드편이 이제 시작합니다." ㅎㅎ 작가 후기를 보니 어나더 후속편을 여러 개 구상중이라 한다. 만약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제목은 '어나더 에피소드 M'이 될 것이다. 왠지 그럴 것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