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무도회 1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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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간되는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열두 번째 작품이다. 일본 출간 순서로는『병원 고개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바로 전 작품. 1976년작이니 1902년생인 작가의 상당히 후기 작품이다. 시기적으로는 사회파 추리소설이 득세하던 1964년 한차례 절필을 선언한 후 십 년이 지나서 내놓은 작품이다.

 

제목이『가면무도회』라서 가면무도회 도중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오해 마시길...ㅎㅎ 인간 세상은 가면무도회와 같다.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이 작품은 내면의 본모습을 감춘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또는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첫 장을 넘기면 눈에 띄는 문구가 들어온다. "에도가와 란포에게 이 책을 바친다."『가면무도회』는 자신을 데뷔시키고 돌아가신 스승 에도가와 란포에게 헌정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네 번의 결혼과 이혼 경력의 대스타이자 미모의 여배우인 오토리 지요코. 그녀가 가는 곳에는 늘상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첫 남편은 1년전 수영장에서 익사체로 발견됐고 두 번째 남편 역시 도쿄 거리에서 뺑소니 사고로 비명횡사한다. 그녀의 다섯 번째 애인이자 재계 거물인 아스카 다다히로는 긴다이치 고스케에게 두 사건의 수사를 의뢰하고...긴다이치가 조사에 착수하는 와중에 세 번째 남편이 죽음을 당하고 설상가상으로 네 번째 남편마저 종적을 감춘다. 과연 그녀는 남자를 잡아먹는 희대의 요부인가 아니면 남자에게 버림받는 비련의 여신인가.

1,2권을 합쳐서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여배우 지요코를 중심으로 가족, 친척, 애인, 전 남편들등 각자의 삶과 사연이 있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인간관계가 각종 이해타산과 어우러지며 복잡하게 형성된다. 1950년대 세계2차대전 패전 이후의 일본의 정세와 맞물려 몰락한 혈통과 가문을 지키고 그러면서 자신의 안위와 행복을 영위하기 위해 내면을 감추며 가면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은 누구인가. 

이 작품에는 정교한 트릭이나 놀라운 반전은 없다. 긴다이치 고스케가 사건 관계자를 한데 모아놓고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라고 외치는 통쾌한 장면도 없다. 유일하게 놀라운 장면은 의외의 범인 정도이다. 작품 해설에도 있듯이 이 책은 기존 긴다이치 시리즈와는 달리 트릭과 반전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당시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오는 갈등 구조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이 작품을 내놓을 당시가 사회파 추리소설이 득세하던 시기여서 그 사회적 기류도 작품에 영향을 준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추리적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문의 익사 사고, 이동된 시체, 청산가리 살인, 성냥개비 배열의 수수께끼, 뜻모를 수학 공식, 검은 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사나이등 다양한 미스터리적 요소들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밝혀지는 사건 진상을 보면 단순하게 해결될 수도 있었던 사건들이 제2, 제3의 인물들의 빗나간 억측이나 오해로 인해 사건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만가고 그러기에 긴다이치의 수사와 추리는 작품속 등장하는 자욱한 안개마냥 어려움을 겪는다.

기존에 출간된 긴다이치 시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리적 재미가 풍부하거나 뛰어난 편은 아니다. ​트릭과 반전의 묘미보다는 당시 시대상으로 파생된 인물들의 갈등 구조속에 그들이 그렇게해야만 했던 필연적 동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읽으면 충분히 재미난 독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죽을 사람 다 죽고 등장하는 긴다이치 고스케가 이 작품에서는 초반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긴다이치 팬으로서 또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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