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섬 - 악마를 잡기위해 지옥의 섬으로 들어가다
나혁진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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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애호가이자 장르소설 편집자 출신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2013년에 출간된 작가의 첫 장편 소설『브라더』는 거대 기업의 조직 폭력배 중간 보스들의 치열한 자리 다툼과 더불어 공생하는 밤의 여인들의 처절한 생존 본능을 그린 하드보일드 터치의 '한국형 조폭 느와르' 소설이었다. 마침『브라더』가 영화 판권이 팔려 곧 영상화된다고 하니 기대하고 볼 일이다. 과연 작가의 두 번째 장편은 데뷔작에 비해 신적으로 일보했을까? (작가의 이름을 딴 3행시임 ㅋㅋ)

『교도섬』...교도소와 섬의 합성어다. 2022년 한국 정부는 필리핀에 있는 섬 하나를 백년간 조차(대가를 지불하고 남의 집 또는 땅을 빌림)해서 '교도섬'을 세운다. 그리고 '영구추방법'이란 이름으로 국내의 흉악한 범죄자를 전부 그곳에 가두어 영원히 한국과 격리시킨다. 전직 경찰 간부 장은준은 세상을 떠들썩게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섬에 수감된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따로 있다. 반드시 한 놈을 응징하기 위해서 제 발로 걸어들어간 것. 교도섬 최고층의 비호를 받는 그 놈을 응징하기 위해서 장은준은 정글속 서바이벌 생존에서 살아남으며 궁극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교도섬에는 아무것도 없다. 단지 섬주위에 탈출을 대비해 쳐놓은 1만 볼트 고압 전류의 철조망만 있을 뿐. 집도 없고 물도 없고 식사도 없다. 필리핀 오지의 섬, 밀림의 정글속에서 500여명의 흉악범 무리에 섞여서 능력껏 살아남아야 한다. 그야말로 서바이벌, 약육강식 생존의 지옥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 섬도 아무리 흉악범들이 모여있는 곳이라지만 인간이 사는 곳. 허름하지만 집이 지어지고 마을이 조성되고, 시장이 형성되고, 지배자가 있고 반대편인 아웃사이더가 존재한다. 장은준은 인간 백정의 급습을 받는등 무수한 위험을 겪는 와중에 전설적인 암살자 추응과 사기도박사 강생이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얻는다.

이 작품은 철저히 작가의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이다. 작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작가가 좋아하는 추리, 무협, 액션, 모험, 생존기, 종합격투기, 베놈스 필름등의 다양한 장르를 각각의 에피소드에 보기좋게 배열한다. 추응이 멧돼지를 사냥할 때는 서바이벌 메뉴얼을 보여주고, 장은준과 나무성 일당, 인민해방군 마뉴엘 중위와  추응이 대결할 때는 무협과 종합격투기를, 필리핀 창녀 살인사건때는 장은준이 명탐정 장경감으로 변신, 본격 추리 소설을 선보인다. 좋게 보면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는 뷔페식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지만 나쁘게 보면 이도저도 아닌 짬뽕같은 소설이 될 수도 있다.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속도감도 좋다. 장은준이 낯설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안위를 지키며 조금씩 섬의 생태계에 적응하고 그러면서 목표 지점을 향해 한발짝씩 나아가는 모습이 스릴감있게 그려진다. 또한 정말 교도섬이 존재한다면 그안에 있을 법한 시장, 투계, 도박장, 창녀촌등 자급자족과 약육강식으로 살아가는 그들만의 폐쇄적이고 어두운 사회가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리얼하게 그려진다.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 바로 개연성의 문제와 타켓 독자층이다. ​인간 백정 홍덕주의 공격에 명색이 경찰 출신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그러다 나무성 일당과의 결투에서는 나뭇가지만으로 혈혈단신 무협지 수준의 활극을 펼친다. 그런 전직 경찰 간부가 달랑 한 놈을 죽이기 위해 생면부지의 추응에게 암살을 부탁하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 굳은 신념으로 제발로 지옥섬으로 들어온 전직 경찰이 혼자서 그 정도를 못하는가. 중간에 마뉴엘 중위와 추응이 아무 이유없이 칼로 목숨을 건 일합을 벌이는 장면도 왠지 개연성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소재, 분위기, 내용이 너무 남성적이지 않은가 싶다. 물론 남자인 나로서는 재밌게 읽었지만서도...미스터리 독자의 반은 여성이다. 이러한 철저히 남성적인 작품을 즐기고 좋아할만한 여성 독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세 번째 장편에서는 남녀노소 관계없이 미스터리 독자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보편타당한 (좀 덜 자극적인) 소재와 줄거리로 작품을 내주셨으면 한다. 본격 추리소설이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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