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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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말 오랜만에 미스터리 대작을 만났다. 그야말로 경탄스러운 걸작이다. 그동안 미스터리 대작에 목말라온 나의 갈증을 단숨에 해결해준 놀라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1~2년 사이에 읽은 미스터리 작품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책을 덮은 지금도 그 흥분과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난생 처음 접하는 홍콩 미스터리이다. 작가는 홍콩 출신의 찬호께이. 홍콩에서 생활하며 대만에서 활동하는 작가이다. 2011년『보이지 않음, 형사』로 제2회 시마다 소지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13.67』은 2015년 대만 국제도서전 대상 수상작이다.

『13.67』은 여섯 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관전둬라는 추리 천재로 불리는 전설적인 경찰이 있다. 여기에 그의 제자이자 오랜 파트너인 뤄샤오밍이 조력자로 등장한다. 작품은 이 두 명이 주축이 되어 해결하는 여섯 개의 범죄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특이한 점은 각 단편이 현대에서 과거 시점, 즉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책 제목『13.67』은 2013년부터 1967년까지를 의미한다.

작가는 영국 지배하의 식민지 시대부터 1997년 7월 1일 중국으로 주권 반환이 된 오늘날까지 홍콩이라는 특수한 도시국가를 배경으로 격변하는 홍콩의 시대적,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서 파생된 다양한 범죄 사건들을 치밀한 플롯, 허를 찌르는 트릭과 반전, 꼼꼼한 논리와 깔끔한 마무리로 완벽한 미스터리를 선사한다.  

 

<흑과 백 사이의 진실>은 식물인간이 된 관전둬가 파트너 뤄샤오밍의 기계적 도움을 받아 대기업 총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본격 추리물이다. 반뇌사상태의 몸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관전둬의 추리도 놀랍지만 이어지는 반전의 롤러코스터가 이 단편의 백미이다.​

<죄수의 도의>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홍콩 경찰이 범죄 조직인 삼합회의 실권자이자 두목을 옭아매기위한 덫을 놓는 내용으로 마치 영화 신세계나 무간도를 보는 듯하다. 특히 개인의 합리적 이기주의가 단체의 최대 이익에 앞선다는 "죄수의 딜레마" 이론이 기억에 남는다.

<기나긴 하루>는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게 읽은 단편이다. 1997년 7월 1일 홍콩의 주권 반환을 한 달여 남긴 시점에서 경찰 은퇴를 하루 앞둔 천재 탐정 관전둬와 천재 범죄자 스번톈의 지략 대결이 볼만하다. 특히 스번톈의 탈출 장면과 그 계략을 뛰어난 추리로 풀어내는 관전둬의 활약이 압권이다.

<테미스의 천칭> 역시 인상깊은 단편이다. 1980년대 강력범죄 대처의 일환으로 흉악범인 스번톈 형제를 체포하려는 작전에서 오는 미스터리물이다. 도심속 복합주거빌딩에서의 생생한 총격전과 그 총격전 속에서의 숨겨진 진상은 놀랍기만 하다. 

<빌려온 공간>은 한 영국인 수사관의 아들 납치사건을 통해 1970년대 부정부패한 홍콩 경찰과 염정공서간의 분쟁을 다루고 있고 마지막 단편인 <빌려온 시간>은 1960년대 영국 정부에 반기를 든 좌파 세력의 폭탄 테러사건을 미스터리로 그린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문장을 통해 책의 첫번째 단편과 연계시키는 이야기 구조는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경찰 소설로도 손색이 없고 트릭과 반전의 묘미를 살린 본격 추리소설로도 뛰어나다. 한편으론 급변하는 홍콩 사회와 더불어 변해가는 한 경찰관의 일생을 그린 사회파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작가는 관전둬라는 경찰관의 일생을 통해 홍콩이라는 특수한 도시국가가 지닌 쓸쓸한 자화상을 반추한다.    

이 책의 미덕은 이야기의 촘촘함 바로 밀도이다. 불필요한 곁가지나 질질 끄는 서술이 없다. 한 편당 120여쪽 되는 에피소드마다 치밀한 구성과 군더더기없는 전개 그리고 풍부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만큼 모든 단편이 단행본으로 나와도 좋을 만큼 독자적으로 뛰어난 재미와 완성도를 자랑한다.

독찰같은 생소한 홍콩 경찰 조직 계급도나 친숙치 않은 중국식 이름 그리고 낯선 홍콩 지명이나 지리는 작품을 즐기는데 큰 걸림돌이 안된다. 작품의 깊이, 무게감, 스케일, 재미...뭐하나 나무랄데 없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만나는 추리 걸작이자 대작이다. 묵직한 주제의 경찰 소설이나 트릭과 반전의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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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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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탄스러운 걸작. 최근 1~2년 사이에 읽은 추리소설중 제일 재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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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키의 해체 원인 스토리콜렉터 31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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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루프를 이용한 SF 미스터리『일곱 번 죽은 남자』, 그리고 『그녀가 죽은 밤』,『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어린 양들의 성야』,『맥주 별장의 모험』등의 <닷쿠 & 닷카치> 시리즈로 유명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1997년도 데뷔작품이다. 

일단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치아키의 해체 원인』. 치아키는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주인공인 닷쿠, 즉 다카미 치아키를 지칭하고 해체 원인이란 말그대로 토막 살인의 이유란 뜻이다. 이 작품에는 토막 살인 (또는 그에 준하는)을 소재로 한 단편 일곱 편과 중편 한 편 그리고 종합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든 해체에는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라는 명제하에 토막살인이 발생한 원인과 배경을 중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매 단편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하고 엽기적인 토막살인사건이 등장하고,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지거나 연관성이 있는 주변인물들이 나름의 추리와 해법을 들려준다. 사건 수사라든지 현장 검증같은 건 없다. 단지, 언론, 매스컴, 경찰 수사기록등의 사건 자료를 통한 "아마 진상은 이럴 것이야."라는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 놀이다. 작가의 장편인『맥주 별장의 모험』처럼. 

어떤 단편에서는 동기, 수법, 범인등 사건의 진상이 완벽히 해결되는 작품도 있지만 또 어떤 단편에서는 물적 증거가 희박한, 그저 상상 수준의 추리에 그치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설령 완벽한 진상이 아닐지라도 여러 각도로 사건을 해석하고 가장 개연성이 높을만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다양한 추리를 읽는 맛이 제법이다. 

각 단편의 재미와 편차는 존재한다. 재밌게 읽은 단편을 꼽으라면 16초만에 엘리베이터에서 토막살해되는 한 여성의 미스터리 사건을 놀라운 추리와 통찰력으로 해결하는 <해체 승강>, 반가운 얼굴 닷쿠와 다카치가 등장해서 팔이 잘려진 곰인형의 미스터리를 푸는 <해체 양도>, 6개의 상자에 토막난 남자가 담긴 <해체 출처>등이 기억에 남는다.​

중편 분량의 희곡 추리극인 <해체 조응>은 일곱 명의 여성이 머리가 잘린채 순차적으로 살해되고 피해자 몸통 옆에 그전 피해자 머리가 놓여있다는 슬라이드 상황극 설정인데 범인과 범행 방법 그리고 동기를 맞히라는 독자와의 도전 형식의 작품이다. 일견 크리스티 여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시키는데 현실성은 부족하나 이론적으로는 재미난 작품이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범인을 숨기기위한 트릭과 장치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마지막 단편인 <해체 순로>는 앞에 소개된 단편들을 종합해서 다시 한번 비트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복잡하다. 앞의 단편들을 모두 기억해내야할 정도로...앞전에 소개된 사건들을 종합, 연계해서 새로운 범인과 숨겨진 진상등 막판 독자에게 짜릿한 반전을 선사하는건 좋으나 한편으론 (데뷔작이기에 저지를 수 있는) 의욕과다로 비춰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토막 살인을 소재로 다양한 사건을 제시하고 해결하는 나름 이색적인 추리소설이다. 각 단편이 제시하는 미스터리한 배경도 흥미롭고 또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논리적으로 뛰어나고 재미도 있다. 과연 나에게도 이러한 엽기적인 사건의 진상을 풀어보라면 나는 어떤 논리적인 추리 세계를 펼칠 것인가. 생각만해도 ​짜릿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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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의 살인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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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작가의 데뷔작인『체육관의 살인』을 접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잊지 못한다. 라이트노벨스러운 만화 표지와 젊은 무명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선입견때문에 본격 추리의 겉만 맴도는 가벼운 터치의 학원 미스터리물인줄 알았는데 웬걸 읽어보니 대박이요 진국이었다. 과연 '차세대 엘러리 퀸'이라 불릴만한 작가의 수수께끼 풀이식 정통 미스터리의 묘미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체육관의 살인』일년 후에 내놓은『수족관의 살인』은 제14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요코하마 외곽에 자리잡은 조그만 마루미 수족관에서 돌고래 사육사가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상어 수조에 빠져 상어밥이 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관람객이 들끓는 백두대낮에 벌어진 대범한 범행. 당시 사건 현장 주변에 있던 열한 명의 수족관 직원들이 용의자로 좁혀졌지만 경찰은 범인 색출에 애를 먹고...결국 한 달전 가제가오카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사건 (체육관의 살인)을 훌륭히 해결한 구제불능 천재 만화 오타쿠 고등학생인 우라조메 덴마에게 긴급 도움을 요청한다.

덴마는 특유의 친화력과 넉살 그리고 비상한 추리 두뇌를 앞세워 범인이 조작한 알리바이 트릭과 물리적 트릭을 밝혀내며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나간다.​ 이번 작품 역시『체육관의 살인』에서 선보였던 엘러리 퀸 스타일의 소거법 추리가 여과없이 발휘된다.『체육관의 살인』에서 우산 하나로 놀라운 추리를 선보였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현장에 남아있던 양동이, 대걸레같은 수족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도구를 가지고 신들린듯한 추리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 역시 압권은 열한 명의 용의자를 불러놓고 철저한 논리에 의한 소거법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 범인을 지목하는 라스트신이다. 하지만 시간대별 알리바이 검증과 물적 증거를 앞세운 철저히 범행 검증에 (하우던잇) 초점을 맞춘 작품인지라 사실 범인이 드러났을 때의 (후던잇) 쾌감은 떨어진다. 그만큼 작가는 수수께끼 풀이에 많은 지면을 할애할 뿐 용의자 개개인에 풍부한 캐릭터를 (범행 동기, 대인 관계 등)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트릭이 풀리는 과정은 흥미로우나 막상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의 감흥은 크지 않다.

 

사건의 본질 외에도 만화 캐릭터같은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밝은 분위기의 개그 코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덴마를 억지로 현장에 데려가다 졸지에 조수 역할을 하는 유노, 마지못해 불렀지만 경찰 체면이 말이 아닌지라 덴마가 눈엣 가시같은 센도 경부, 덴마에 의지하면서도 여동생 유노와의 관계를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유사쿠 형사 등등..

 

만화를 좋아하는 20대 중반의 신세대 젊은 작가답게 본격 미스터리의 진지함과 학원물의 상큼발랄함이 절묘하게 어루어진 작품이다. 역자 후기를 보니 체육관, 수족관에 이어 차기작으로『도서관의 살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덴마 탐정 - 유노 조수 콤비가 시리즈화되면서 그들이 과거 주변사람들과 얽힌 비밀스런 얘기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조짐이다.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기발한 트릭과 화려한 논리의 향연이 펼쳐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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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관의 살인
손선영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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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 작가와 똑 닮은 (진짜로!) 손선영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제목은『십자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작가의 전설의 데뷔작『십각관의 살인』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몇년전 일본 미스터리 입문 당시에 읽었던 십각관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평이하게 진행되다 막판 단 한 줄로 독자를 깜짝 놀래키던 추리소설...야구 경기로 비유하자면 0:0으로 지루하게 진행되던 경기가 9회말 투 아웃에 극적인 홈런 한 방으로 끝난다고나 할까. 섬과 육지를 번갈아 오가는 이중 구조에 등장인물 모두 추리작가 필명을 사용한 참신한 서술트릭이 돋보였던 십각관을 손작가는 어떻게 오마주했을까.

한 명의 지도교수와 일곱 명의 재학생들로 구성된 연추소(연희대학 추리소설연구회) 회원들이 추리 엠티를 떠난다. 미지의 섬 반구도에 위치한 십자관으로. 그들 모두 추리연구회 회원답게『십각관의 살인』과 마찬가지로 본명이 아닌 유명 추리 작가나 탐정의 이름을 사용한다. 도일, 아가사, 심농, 김전일 등으로...그리고 그들은 교통과 통신이 단절된 십자관에서 3박 4일간 살인 파티를 연다. 독극물과 칼, 스패너등 일곱 종류의 머더 키트(murder kit)를 앞세운 일종의 추리 살인 놀이인데 거기에서 실질적인 살인이 벌어지고 이 살인은 연쇄 살인으로 발전한다.

사실 이 리뷰를 쓴다는게 버겁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스포일러 또는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작가와 개인적인 친분이 조금 있는지라 만날 때마다 독자로서 늘상 이런 주문을 한다. "좀 쉬운 문체와 소재, 내용으로 술술 읽히는 글을 쓰라. 도진기 작가나 하가시노 게이고처럼..." 하지만 작가의 옹고집인지 아니면 추구하는 스타일이 그런지...이번에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십자관은 정육면체 큐브 하나를 중심으로 네 개의 동일한 큐브가 동서남북 형태로 붙어서 마치 십자가 모양을 한다. 그런 것이 모두 세 개층으로 지하 일층과 지상 2층을 구성한다. 근데 이게 움직인다. 마치 영화 <큐브>에서처럼. 그리고 십자관내의 모든 시스템은 '시스템 아가사'라는 인공 지능을 지닌 최첨단 컴퓨터 제어장치가 관리, 통제한다.​ 

게임룰에 의거 카드 킹이 비밀리에 놓여지고 이어서 암호같은 수수께끼가 등장한다. 회원들이 연속된 암호를 풀어 "게임 클리어!"를 외치면 살인 파티가 끝나지만 만약 틀린다면 그 자리에서 아웃, 사망이다. 연속되는 살인속에서 서로간의 의심과 경계는 극에 달하고 합종연횡과 팀플이 난무하지만...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기존『십각관의 살인』을 떠올리면 오산이다. 작가는 독자의 예상을 비웃듯 완전히 다른 결말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마지막 드러나는 반전과 결말이다. 이것의 수용 여부가 독자 개개인의 만족도를 좌우할 것이다. 일예로, 도착 첫 날 두 명이 사망한다. 범인은 당연히 나머지 여섯 명중에 있다. 하지만 충격과 공포의 패닉 상태에 빠져야 할 그들이 함께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순문학과 대중문학에 대해 토론한다. 이러한 작가의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마지막 드러나는 반전과 결말 역시 전혀 예상밖이라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이다. 신선함과 허탈감이 공존한다고나 할까. 그래도 결말 부분은 흥미롭게 두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니 마치 영화 <매트릭스>나 <토탈 리콜> 또는 <인셉션>처럼 어디 머나먼 미지의 세계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기분이 묘하고 정신이 혼미하다. 

기존『십각관의 살인』에서 기본 소재와 형식만 차용했을 뿐 메인 플롯과 결말은 작가의 창의성에 현대적 첨단 감각이 어우러진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추리소설이다. 과연 아야츠지 유키토가 이 작품을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덧붙여서, 메인 줄거리외에 군데군데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작가가 들려주는 한국추리소설의 현주소와 위상,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등 추리소설 전반에 걸친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이론을 경청하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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