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키의 해체 원인 스토리콜렉터 31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타임 루프를 이용한 SF 미스터리『일곱 번 죽은 남자』, 그리고 『그녀가 죽은 밤』,『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어린 양들의 성야』,『맥주 별장의 모험』등의 <닷쿠 & 닷카치> 시리즈로 유명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1997년도 데뷔작품이다. 

일단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치아키의 해체 원인』. 치아키는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주인공인 닷쿠, 즉 다카미 치아키를 지칭하고 해체 원인이란 말그대로 토막 살인의 이유란 뜻이다. 이 작품에는 토막 살인 (또는 그에 준하는)을 소재로 한 단편 일곱 편과 중편 한 편 그리고 종합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든 해체에는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라는 명제하에 토막살인이 발생한 원인과 배경을 중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매 단편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하고 엽기적인 토막살인사건이 등장하고, 그 사건에 관심을 가지거나 연관성이 있는 주변인물들이 나름의 추리와 해법을 들려준다. 사건 수사라든지 현장 검증같은 건 없다. 단지, 언론, 매스컴, 경찰 수사기록등의 사건 자료를 통한 "아마 진상은 이럴 것이야."라는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 놀이다. 작가의 장편인『맥주 별장의 모험』처럼. 

어떤 단편에서는 동기, 수법, 범인등 사건의 진상이 완벽히 해결되는 작품도 있지만 또 어떤 단편에서는 물적 증거가 희박한, 그저 상상 수준의 추리에 그치는 작품도 있다. 하지만 설령 완벽한 진상이 아닐지라도 여러 각도로 사건을 해석하고 가장 개연성이 높을만한 결론을 도출해내는 다양한 추리를 읽는 맛이 제법이다. 

각 단편의 재미와 편차는 존재한다. 재밌게 읽은 단편을 꼽으라면 16초만에 엘리베이터에서 토막살해되는 한 여성의 미스터리 사건을 놀라운 추리와 통찰력으로 해결하는 <해체 승강>, 반가운 얼굴 닷쿠와 다카치가 등장해서 팔이 잘려진 곰인형의 미스터리를 푸는 <해체 양도>, 6개의 상자에 토막난 남자가 담긴 <해체 출처>등이 기억에 남는다.​

중편 분량의 희곡 추리극인 <해체 조응>은 일곱 명의 여성이 머리가 잘린채 순차적으로 살해되고 피해자 몸통 옆에 그전 피해자 머리가 놓여있다는 슬라이드 상황극 설정인데 범인과 범행 방법 그리고 동기를 맞히라는 독자와의 도전 형식의 작품이다. 일견 크리스티 여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시키는데 현실성은 부족하나 이론적으로는 재미난 작품이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범인을 숨기기위한 트릭과 장치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마지막 단편인 <해체 순로>는 앞에 소개된 단편들을 종합해서 다시 한번 비트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복잡하다. 앞의 단편들을 모두 기억해내야할 정도로...앞전에 소개된 사건들을 종합, 연계해서 새로운 범인과 숨겨진 진상등 막판 독자에게 짜릿한 반전을 선사하는건 좋으나 한편으론 (데뷔작이기에 저지를 수 있는) 의욕과다로 비춰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토막 살인을 소재로 다양한 사건을 제시하고 해결하는 나름 이색적인 추리소설이다. 각 단편이 제시하는 미스터리한 배경도 흥미롭고 또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논리적으로 뛰어나고 재미도 있다. 과연 나에게도 이러한 엽기적인 사건의 진상을 풀어보라면 나는 어떤 논리적인 추리 세계를 펼칠 것인가. 생각만해도 ​짜릿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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