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요리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스탠리 엘린 지음, 김민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편 추리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스탠리 엘린의 단편집이다. 1956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원제는 Mystery Stories. 대표작이자 표제작인『특별요리』를 포함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모든 이야기에는 소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탐욕, 사리사욕, 가치관에 따른 인간간의 갈등등에 의해 살인같은 극단적이 사건이 발생하고...짧은 얘기들은 예기치못한 반전과 소름돋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작가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바탕으로 뛰어난 상상력과 유연한 스토리텔링으로 놀랍고도 오싹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매 단편마다 구체적이고 딱부러지는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는 대신 상황적 판단과 일련의 암시를 통해 추측가능한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근데 이 열린 결말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더욱 소름끼치고 잔상이 오래 남는다. 이것이 스탠리 엘린표 단편의 묘미이다.

소수의 손님이 특정한 날만 맛볼 수 있는 요리의 비밀에 얽힌『특별요리』를 필두로『블레싱턴 계획』을 떠올리는 수상한 직업의『손발의 몫』, 양자택일을 강요받는『결단의 순간』, 동일한 수법으로 아내들을 살해하는『애플비 씨의 질서정연한 세계』등이 인상적이고 재밌는 단편이다. 특히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표작『특별요리』는 그동안 수차례 읽었음에도 그 전율과 잔상은 여전하다. 단연 군계일학이다.

그렇다고 (대부분 단편집이 그렇지만) 수록된 단편 모두가 내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건 아니다. 일부 단편들은 흥미로운 사건과 전개에 비해 밋밋한 결말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특별요리』,『블레싱턴 계획』등을 통해 그동안 띄엄띄엄 접했던 작가의 작품들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덧붙여,『특별요리』 탄생 배경과 비화에 얽힌 엘러리 퀸의 서두 소개글과 권말의 작가 정보는 스탠리 엘린과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쁜 놈들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잠복』,『역로』,『점과 선』등으로 이어지는 모비딕의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 시리즈 7탄이다.『나쁜 놈들』은 <주간 신쵸>에 1960년 1월 11일~1961년 6월 5일까지 연재된 미스터리 장편으로『짐승의 길』,『검은 가죽 수첩』과 더불어 "악녀 삼부작"으로 불린다. 한 번의 영화화, 네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졌을만큼 원작의 탄탄함을 인정받고 있다.

작고한 아버지로부터 병원을 물려받은 원장 도야 신이치는 적자로 허덕이는 병원 운영에 별 관심이 없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연애, 그것도 돈많은 여성만을 노린다. 그에게 여자는 쾌락의 대상이자 병원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뜯어내는 물주에 불과하다. 도야 신이치는 철저히 계산된 악당이자 바람둥이, 한 마디로, 나쁜 놈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  네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절대 물주인 뷰티크샵 사장 지세, 대형 가구점 사장 부인인 동갑내기 다쓰코, 그가 진심으로 사랑을 느낀 패션샵 사장 다카코 그리고 그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수간호사 도요. 그리고 그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주는 오랜 지인이자 변호사인 시모미자와가 있다.

사회적 지위만 병원 원장이지 거의 빈털털이인 도야는 ​별거중인 처에게 지불해야하는 이혼 위자료, 다달이 늘어가는 병원 적자, 결혼을 결심한 다카코에게 보여줘야하는 재산 내역등으로 늘상 돈에 쪼들린다. 여기에 병약해 쓸모없어진 남편들을 독살하기 위한 애인들과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도야는 의사의 직책을 십분 발휘, 그녀들의 범죄에 공조한다. 이제 그들은 서로의 약점을 쥔 공범이자 한편으론 제거의 대상이 되고...공범이란 공통분모 아래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나쁜 놈과 악녀들의 치열한 한 판 승부가 벌어진다. 결국 살아남는 자는 누구일까.

한마디로 남녀 인간군상의 음모와 계략, 욕망과 배신에 관한 드라마이다. 세이초 소설의 특징은 필요한 이야기만 글에 담는 간결하고 정제된 문장에 있다. 그 단순하고 절제된 문장에 작가의 철학과 사상이 응축되어 있다. 또한 등장 인물을 최소화하고 시점을 단순화해서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이야기에 꼭 필요한 인물만 등장하고 메인 주인공의 단일화된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흐름이 일관성있고 몰입감이 뛰어나다.

그래서인지 上,下권 도합 700여쪽의 두툼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당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책을 다 읽으니 욕망과 배신으로 점철된 막장 미니시리즈 한 편을 논스톱으로​ 감상한 기분이다. 여담으로, 작가는『나쁜 놈들』을 집필하면서 동시에『일본의 검은 안개』,『구형의 황야』,『모래 그릇』등의 질좋은 장편들을 집필했다 하니 그 왕성한 에너지와 필력이 놀랍기만 하다. 

세이초의 사회파 미스터리는 당시의 시대상, 사회상을 배경으로 보통 사람들이 범죄에 빠져드는 사회적 동기와 범죄자 자체를 다룬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세이초만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이 죄다 나쁜 년,놈들인게 특이할 뿐...소재나 전개 과정,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가 북스피어에서 펴낸『짐승의 길』과 유사하다. 욕망은 비극을 잉태하고 그 비극의 종착역은 파멸과 죽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악한 최면술사 형사 뤄페이 시리즈
저우하오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홍콩발 추리소설『13.67』로 재미를 본 한스미디어가 야심차게 내놓은 중화권 미스터리 2탄이다. 저자는 중국인 작가인 저우하오후이. 제목에서 유추하듯이 최면술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이다. 얼핏 비과학적이고 다분히 미신적인 최면술이란 분야와 논리적, 과학적 분석이 뒷바침되는 추리와의 결합이라니...물과 기름같이 상극되는 두 분야의 융합이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이야기의 큰 흐름은 주인공 뤄페이 형사와 사악한 최면술사인 바이야싱의 대결 구도이다. 거기에 착한 최면술사 링밍딩이 뤄페이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일단 시작은 좋다.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두 개의 사건이 도입부부터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 이후부터가 문제이다. 이야기는 일차원적으로 평이하게 진행되고 딱히 매력적인 에피소드가 보이지 않는다.

주범은 바로 메인 플롯의 부재와 사족이다.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중심 줄거리, 즉, 메인 플롯이 당체 매력적이거나 흥미를 불러일으키질 못한다. 거기에 자잘한 에피소드들, 예를 들어, 형사들이 최면술사들을 감시하다 최면에 걸려 놓치는 장면이나 여비서가 미녀 최면술사에 질투를 느껴 설사약을 음료에 섞는 장면등에서는 그 유치한 전개에 실소마저 나온다.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메인 플롯의 부재로 인해 스토리 자체가 심심하고 추리적 긴장감도 별로 없다.

또 하나는 사족, ​즉, 부연 설명이 너무 많다. 각 에피소드마다 지나친 사족이 긴장감을 갉아먹는다. 최면술에 관한 내용에서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때마다 이야기의 핵심을 비켜가는 너무 많은 부연 설명과 기나긴 대사들이 스피디한 전개를 방해하고 지루함만 증폭시킨다.

​인간의 정신 세계를 마음대로 조정하는 최면술이란 분야를 심도있게 소개한 점이나 그러한 최면술을 추리소설에 접목시킨 시도는 신선하고 좋았으나 그것을 재미난 오락 소설로 풀어나가는 매력적인 플롯 구축에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표지는 강렬하나 내용은 밋밋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의 절규
하마나카 아키 지음, 김혜영 옮김 / 문학사상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한 원룸 맨션에서 고양이들에게 사지를 뜯어먹혀 해골이 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녀의 이름은 스즈키 요코. 과연 그녀의 죽음은 외로운 고독사인가 아니면 위장된 살인인가. 시신의 신원 확인차 수사에 착수한 경시청 소속 형사과 오쿠누키 아야노 형사는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다가 범죄의 냄새를 맡는데...

오랜만에 접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이다. 작가는 일본 미스터리계의 신진인 하마나카 아키. 2014년에 발표된『침묵의 절규』는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알다시피 사회파 미스터리는 트릭과 반전보다는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범죄의 길로 들어선 동기와 주인공의 삶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야기는 크게 두 줄기로 흘러간다. "너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줄께~" 라는 다소 생소하고 독특한 시점인 2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요코의 인생 과정 그리고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는 아야노 형사의 3인칭 시점이다. 특히 화자가 베일에 싸여있는 이 2인칭 시점이 결말부에서 1인칭 시점으로 변환되며 반전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일본 전후(戰後)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나 최대의 호황기 속에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내는 요코. 하지만 거품 경제의 붕괴로 인한 ​아버지의 빚, 엄마의 지속적인 냉대와 무시, 남동생의 죽음등 불운한 과거를 겪고...가족 해체와 첫 결혼의 실패라는 아픔을 딛고 장기 불황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파탄과 나락으로 떨어져 결국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는 요코의 기구한 삶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두 줄기의 이야기가 성격이 달라서일까.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큰 틀 속에 있지만 두 이야기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다. 형사 아야노의 시선에서는 사회파 추리답게 요코의 수상쩍은 과거 행적과 살인사건을 연계시키는 미스터리적 긴장감이 느껴지는 반면 텔레마케터, 보험 설계사, 성접대 출장 안마사로 신분이 변하며 조금씩 인생의 밑바닥으로 추락해가는 그녀의 지난하고 굴곡진 인생의 행로는 누구나 익히 접해본 통속적이고 뻔한 레파토리라서 다소 식상하게 다가온다. 

조사하면 할수록 마치 양파 껍질 벗기듯 범죄에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는 의문스런 그녀의 과거...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그녀가 최후로 선택한 것은 무엇일까. 보험 범죄, 신분 세탁등 사용된 소재가 마치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대표작『화차』와 닮았다. 일본의 전후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나서 거품 경제의 붕괴와 장기 불황, 가족 해체등 당시의 힘든 시대상을 겪으며 살아남기 위해 홀로 몸부림치는 한 여성의 슬픈 자화상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실감나게 그려냈다. ​책 뒷표지에 나와있는 줄거리 소개는 스포일러성의 다소 지나친 노출이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일본에서 서술트릭이란 기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작가 나카마치 신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자 서술트릭 작품이다. 1973년『신인상 살인사건』이란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됐으며 2004년에『모방살의』로 제목을 바꿔 개정판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개정판에 "제4부 진상"편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서술트릭을 최초로 사용한 일본 미스터리계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서술트릭으로 유명한 작품들의 출간년도는 도착의 론도 (1989년),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1990년), 살육에 이르는 병 (1992년) ,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2003년)順이다.) 

7월 7일 저녁 7시 신인 추리소설가 사카이 마사오는 자택에서 청산가리 중독으로 사망한다. 이 젊은 작가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출판사 기자이자 약혼녀인 나카다 아키코와 르포라이터 쓰쿠미 신스케는 각각 도가노 리쓰코와 편집장 야나기사와 구니오에게 혐의를 두고 그들의 과거 행적을 추적하지만 철벽 알리바이가 가로막혀있는데...이야기는 한 젊은 작가의 의문의 죽음을 발단으로 신인 작가와 노쇠한 대작가의 표절 시비, 어린 아이 유괴사건 등과 맞물리며 숨가쁘게 흘러간다.

이 작품은 서술트릭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정당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다양한 테크닉으로 독자의 선입견과 오해를 유발해 미스리딩을 유도한다. 근데 본격 미스터리로써의 재미도 뛰어나다. 혐의를 둔 두 명의 알리바이 트릭과 진범 여부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이 책에 서술트릭이 쓰였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두 남녀가 번갈아가며 벌이는 두 줄기의 추리의 행적이 마지막 장에서 하나로 합체되며 모든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순간 독자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는다. 아 그렇지...이 작품에 서술트릭이 쓰였지...하고...

한마디로 유쾌하게 당했다. 작가의 능수능란한 스토리텔링과 현란한 글재주에 속절없이 놀아났다고나 할까. 아이디어와 구성의 승리이며 이것이 바로 서술트릭의 궁극의 재미이다  거기에 알리바이 트릭 깨기와 진범의 정체라는 뛰어난 반전의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까지 보너스로 들어있으니 금상첨화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내가 만약 서술트릭이라걸 모르고 읽었으면 어땠을까. 충격의 여파가 더욱 크지 않았을까. 하지만 "서술트릭의 명작" 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동해 책을 집어들었으니 그러한 출판사의 홍보문구가 양날의 검이 된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읽는내내 원작자와 도작자의 쫓고쫓기는 두뇌 싸움을 그린 오리하라 이치의 대표작『도착의 론도』가 떠오른다. 신인 작가, 원작과 표절, 서술트릭등 여러 부분에서『도착의 론도』와 닮았다. 그리고 단언컨대,『도착의 론도』에 버금가는 수작이다. 오리하라 이치 스타일에 열광한 독자를 포함해서 본격 미스터리와 서술트릭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트릭과 반전의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서술트릭만의 짜릿한 쾌감을 경험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