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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절규
하마나카 아키 지음, 김혜영 옮김 / 문학사상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한 원룸 맨션에서 고양이들에게 사지를 뜯어먹혀 해골이 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녀의 이름은 스즈키 요코. 과연 그녀의 죽음은 외로운 고독사인가 아니면 위장된 살인인가. 시신의 신원 확인차 수사에 착수한 경시청 소속 형사과 오쿠누키 아야노 형사는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다가 범죄의 냄새를 맡는데...
오랜만에 접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이다. 작가는 일본 미스터리계의 신진인 하마나카 아키. 2014년에 발표된『침묵의 절규』는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알다시피 사회파 미스터리는 트릭과 반전보다는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상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범죄의 길로 들어선 동기와 주인공의 삶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야기는 크게 두 줄기로 흘러간다. "너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줄께~" 라는 다소 생소하고 독특한 시점인 2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요코의 인생 과정 그리고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는 아야노 형사의 3인칭 시점이다. 특히 화자가 베일에 싸여있는 이 2인칭 시점이 결말부에서 1인칭 시점으로 변환되며 반전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일본 전후(戰後)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나 최대의 호황기 속에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내는 요코. 하지만 거품 경제의 붕괴로 인한 아버지의 빚, 엄마의 지속적인 냉대와 무시, 남동생의 죽음등 불운한 과거를 겪고...가족 해체와 첫 결혼의 실패라는 아픔을 딛고 장기 불황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파탄과 나락으로 떨어져 결국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는 요코의 기구한 삶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두 줄기의 이야기가 성격이 달라서일까.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큰 틀 속에 있지만 두 이야기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다. 형사 아야노의 시선에서는 사회파 추리답게 요코의 수상쩍은 과거 행적과 살인사건을 연계시키는 미스터리적 긴장감이 느껴지는 반면 텔레마케터, 보험 설계사, 성접대 출장 안마사로 신분이 변하며 조금씩 인생의 밑바닥으로 추락해가는 그녀의 지난하고 굴곡진 인생의 행로는 누구나 익히 접해본 통속적이고 뻔한 레파토리라서 다소 식상하게 다가온다.
조사하면 할수록 마치 양파 껍질 벗기듯 범죄에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는 의문스런 그녀의 과거...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그녀가 최후로 선택한 것은 무엇일까. 보험 범죄, 신분 세탁등 사용된 소재가 마치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대표작『화차』와 닮았다. 일본의 전후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나서 거품 경제의 붕괴와 장기 불황, 가족 해체등 당시의 힘든 시대상을 겪으며 살아남기 위해 홀로 몸부림치는 한 여성의 슬픈 자화상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실감나게 그려냈다. 책 뒷표지에 나와있는 줄거리 소개는 스포일러성의 다소 지나친 노출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