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장의 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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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이제서야 리뷰를 몇 자 끄적여본다. 책을 읽어보니 장점과 단점이 확연히 공존한다.
신인 작가로서 신선한 시도와 패기는 좋았으나 좀 과유불급, 너무 많은 걸 집어넣었다. 

먼저 단점을 말하자면, 초반부에 십여 명의 등장인물을 동시다발적으로 등장시켜 각각의 캐릭터가 머릿속으로 정립되지 않아 읽는 내내 누가 누구인지 헷갈린다. 거기에 추리의 단초가 되는 시인장 2층과 3층의 방 배치도와 건물 구조 개념도 등이 복잡해 일일이 기억하며 따라가기가 벅차다.

하지만 장점도 존재한다. 공포 액션 영화에서만 보던 비현실적 캐릭터인 좀비가 논리성을 중시하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에 등장하다니. 참으로 신선한 발상과 시도이다. 그리고 그러한 좀비의 존재가 단순히 배경으로만 쓰인 게 아니라 사건의 진행과 트릭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본격추리물로서의 재미를 높여준다. 

시인장에 모여드는 등장인물 소개부터 좀비의 발생과 특성, 시인장의 구조와 방 배치, 등장인물간의 인간관계 등, 사건의 배경과 무대를 만드는데 초반 2백여쪽을 잡아먹는지라 다소 지치고 늘어진다. 하지만 수많은 좀비떼가 시인장으로 몰려오고 그 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본 궤도에 오른다. 외부로부터는 좀비떼의 포위와 습격 그리고 내부에는 살인마가 존재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 절체절명의 위기. 바리케이드를 넘어 좀비떼가 조금씩 내부로 침입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또 하나의 살인. 범인은 좀비인가, 인간인가? 논리적인 본격 추리와 긴장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의 절묘한 만남이다. 

여기에 명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한다. 밝혀지는 범행 과정과 트릭의 실체는 제법 기발하고 논리적이다. 풋풋한 대학생들의 연애 감정이 도처에 흐르는 라노벨스러운 분위기란 평들도 있지만 본격추리물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는 나름 합격점을 주고 싶다. 뉴페이스의 등장은 언제나 신선하고 환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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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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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영어 교사 조셉 린치는 아름다운 아내와 네 살난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자 가정적인 남자다. 그렇게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조셉은 어느날 우연히 아내가 그녀 친구의 남편인 백만장자 벤 딜레이니와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는 것을 목격한다. 추궁끝에 벤과 불륜 관계라는 아내의 충격적인 고백...그리고 이어지는 벤의 실종과 벤으로부터의 경고와 협박성 메세지... 


벤의 실종이 장기화되자 조셉은 자신을 파멸시키고 아내를 차지하려는 벤의 계략이라 생각하지만, 경찰은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에 대한 질투와 혐오에서 오는 살인이 아닐까 의심한다. 조셉은 벤이 어딘가 몸을 숨기고 살아있다고 항변하지만, 경찰은 여러 정황 증거들을 제시하며 조셉을 (시체가 없는) 살인 및 유기죄로 기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궁지에 몰린 조셉은 스스로 벤을 찾아내 결백을 증명하려 한다.


결말 부분을 앞두고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본다. 과연 조셉의 주장대로 자신을 살인죄로 집어넣어 파멸시키려는 벤의 계략일까? 이건 아니다. 그렇게 해봤자 어차피 벤이 사회로 복귀해 모습을 드러내면 자연히 조셉의 결백이 밝혀지기 때문. 그러면 정말 경찰 추측대로 조셉이 벤을 죽였을까? 만약에 조셉이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라 기억을 못하는 거라면...아니면 조셉이 거짓말하는 거라면...이건 너무 뻔해 스릴러 결말치고는 싱겁고 허탈감만 준다. 그럼 또 다른 결말은 무엇일까?  그전에 과연 벤은 살아있는 것일까 아니면 죽은 것일까.


진짜 거짓말을 하는 자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결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그런 비밀스런 배경과 냉혹한 음모가 숨어있다니...조셉만큼이나 나 역시 오판했다. 작가의 필력에 놀아났다고나 할까. 독자를 현혹시키는 미스디렉션 기법이 멋지게 성공한 느낌. 믿었던 아내의 배신과 연이은 거짓말, 모습을 감춘 벤의 거듭되는 위협과 협박,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변호사 그리고 살인 혐의로 기소하려는 경찰등 아군이라곤 한 명도 없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 남자가 자신의 결백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흥미진진한 스릴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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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클락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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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망치>, <도깨비불의 집>,<자물쇠가 잠긴 방>에서 다양한 밀실 관련 범죄를 해결하며 멋진 케미를 보여준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 케이와 변호사 아오토 준코가 다시 뭉쳤다. 이번에는 전작들에 비해 더욱 복잡, 정교해진 트릭의 난도가 높은 네 건의 밀실 살인사건에 도전한다. 

첫 단편 <완만한 자살>은 조직폭력배 사무실에서 벌어진, 자살을 위장한 권총 살인사건인데 트릭이 앙증맞고 귀엽다. 애교 수준이랄까. 짧은 단편으로, 앞으로 나올 나머지 중단편 세 편의 고난도 트릭을 맞이할 몸풀기 단계라고 보면 좋을 듯. 가볍게 읽기 좋다.

두 번째 단편 <거울나라의 살인> 사방이 잠긴 미술관 내에서 심야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다. 당연히 범인은 내부에 있다. 과연 범인은 CCTV가 거미줄처럼 감시하는 1층 전시실의 미로를 어떻게 빠져나가 범행을 했을까. 그야말로 '빛의 밀실'이다. 하지만 일광 리플렉스용 편광렌즈, 오목과 볼록 거울, 홀로마스크 착시 현상, 순간조광유리, 스마트 스크린등 듣기에도 생소하고 난해한 광학에 관련한 전문 용어가 등장해 CCTV를 속이는 범행 과정부터 트릭이 밝혀지는 결말까지 당최 이해가 어렵다. 과연 역자분은 이 단편을 번역하며 제대로 내용을 이해했는지 궁금하다. 일전에 <자물쇠가 잠긴 방>도 등장하는 다양한 열쇠와 자물쇠의 특수한 메커니즘을 글로서는 도저히 이해 못 해 일드를 찾아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 단편 역시 드라마로 먼저 제작되었다고 하니 눈으로 트릭의 실체를 확인해야겠다.  

표제작 <미스터리 클락>은 트릭의 최상급 난도를 자랑한다. 산속의 외딴 산장에서 유명 미스터리 작가인 안주인이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는 자신의 서재에서 독살당한다. 현관에는 방범 장치가, 창문은 모두 잠긴 그야말로 밀실 상태. 사건 발생 후 내부자가 모두 모여 서로를 의심해 가며 다양한 추론으로 진범에 근접해가는 중반부까지는 짜릿한 서스펜스까지 느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다양한 시계들의 향연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어려워진다. '시간의 밀실'이다. 초정밀 과학이 응축된 시계 공학만큼이나 이렇게 정교하고 복잡한 트릭이 숨어있다니...그야말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출판사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게끔 친절히 도표와 그림까지 제공했지만 한 번 읽고는 도저히 머릿속으로 정립이 안된다. 이 역시 영상이 있으면 도움을 받아야 할 듯...이런 트릭을 고안한 작가의 노력과 재주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마지막 단편  <콜로서스의 갈고리발톱> 보기 드문 해양 밀실사건이다. 주변에서는 실험선이, 바닷속에서는 ROV(원격조정 무인탐사기)와 잠수부가 돌아다니는 가운데 바다 위 고무보트에서 낚시하던 한 남자가 피살된다. 거대한 굉음, 무수한 거품과 함께 전복된 고무보트에서 살해된 남자의 몸에는 심해 물고기의 이빨자국이 있고... 과연 범인이 행한 궁극의 트릭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소리의 밀실'이다. 참신한 설정에 수중 탐사 관련 해양 지식이 어우러져 네 단편 중 가장 재밌게 읽었다.


이 책에서 범인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금만 읽어도 범인은 유추 가능하며 그것도 어려우면 에노모토가 중반부에 친절히 알려준다. 문제는 그들이 행한 회심의 트릭 그리고 그것을 뛰어난 전문 지식과 날카로운 추리로 풀어내는 에노모토의 활약상이다. 과연 기시 유스케 작가는 짧은 본격 미스터리 단편 하나 쓰는데도 관련 전문지식을 통달해 완성도 높은 트릭을 보여준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기존의 정형화된 밀실의 정의가 현대에 이르러 좀 더 확대, 재생산되는 느낌이다. 기존의 밀실이란 출입이 불가능한 장소를 뜻했는데, 작가의 밀실은 사방이 뻥 뚫린 바다 한가운데라도 지켜보는 눈이 있어 접근이 불가능하다면 그 역시 나름의 밀실이 된다는 논리이다. 작품의 이해도를 떠나 오랜만에 고난도의 트릭이 춤을 추는 기시 유스케 표 본격 미스터리를 감상할 수 있어 무척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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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
김재희 외 지음 / 도서출판바람꽃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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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만에 접하는 한국 추리 단편집이다. 그간 <계간 미스터리><미스테리아>, 청어람에서 출간하는 <올해의 추리소설>등을 통해 간간이 한국 추리 단편들을 접했는데 최근 안읽은지 좀 됐다. 이번 작품은 추리마을로 조성되는 강원도 정선군의 고한읍을 배경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소속 작가 열 명의 십인십색의 개성넘치는 추리 단편 열 편이 수록되어 있다. 


만항제 축제때 망루에서 추락사한 연인의 죽음에 얽힌 애절한 미스터리를 그린 <야생화를 기르는 그녀의 비밀 꽃말>, 복수에 불타 연쇄살인을 일삼는 독거미 여인을 찾아나서는 월셔 홈즈와 라왓슨 콤비의 활약을 그린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 탐정 축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바리스타 탐정의 활약을 그린 <탐정축제에서 생긴 일> 등 첫 단편부터 주욱 읽어나가는데 기본적인 재미와 완성도는 있는데 뭔가 2% 부족하다.


그게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바로 트릭과 반전이다. 무릇 기발한 트릭과 놀라운 반전이야말로 추리소설의 꽃 아닌가. 일부 단편들은 트릭과 반전보다는 주인공의 기구한 운명과 애절한 사연을 바탕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인간적인 갈등에서 오는 범죄의 동기에 촛점을 맞춘다. 그래서인지 사건의 진상에서 드러나는 드라마적 재미와 작품성의 효과는 있지만 추리소설로서의 짜릿한 쾌감이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인 best로는 탄탄한 스토리에 신선한 트릭, 예상치못한 반전이 숨어있는 박상민 작가의 <잊을 수 없는 죽음>을 꼽고 싶다. 또한, 데뷔작 <찰리 채플린 죽이기>부터 눈여겨봐온 김범석 작가의 <고한읍에서의 일박이일>도 나름 괴기스러운 분위기에 대담한 트릭이 어우러져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준best로는 가벼운 퍼즐 풀이와 기숙사에서의 경쾌한 모험담을 그린 윤자영 작가의 <고한 추리학교>와 상황극 도중 발생한 독살사건의 범인을 명쾌한 지식과 논리적인 추리로 찾아내는 조동신 작가의 <베아트리체의 정원>을 들고 싶다. 또한, 김재희 작가의 작품도 서정성 높은 스토리로 깊은 여운을 준다. 그 외 작품들도 딱히 떨어지지 않고 나름 재밌게 읽었다.  


보통 단편집에서는 반타작만 건져도 성공인데 내 예상외로 재밌게 읽은 단편들이 많아 대체적으로 만족한다. 이 책으로 인해 새롭게 조성되는 고한 추리마을의 홍보도 많이 된 것 같고 특히 박상민, 김범석같은 젊은 작가들의 등장이 한국추리문학의 미래를 밝게해 준다. 그들의 행보가 단편을 뛰어넘어 장편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기왕이면 정통 추리소설 스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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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목소리
시오타 타케시 지음, 임희선 옮김 / 비앤엘(BNL)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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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작품성, 다소 심심한 오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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