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끝났다 -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곳, 다시 집을 생각한다
김수현 지음 / 오월의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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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집은 나와 가족의 몸을 누이는 곳, 편히 쉴 수 있는 곳 의미 그 이상이다.
신문과 방송의 부동산 관련 이슈는 사실 국민은행 월세 사는 나와는 별 상관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집 값이 올랐다고 좋을 것도, 내렸다고 좋을 것도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이젠 대출도 어려우니 대출 이자 갚아가며 집을 구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겠다.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대한민국의 경제 시스템은 물론이고 정치 제도까지 부동산에 맞춰져 있다.
있는 자들의 가장 확실한 투자처, 없는 이들에겐 반드시 가져야 할 재산인 이 부동산 문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부동산 문제는 언제나 삶의 불안요소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부동산 문제는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부동산에 인질로 잡혀 있는 한국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그 부동산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들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부동산 관련 문제의 핵심을 날카롭게 짚고 있는 책이다.
부동산 정책의 등장 배경과 이에 대한 각계 각층의 문제의식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분석 글만큼이나 이 책의 수많은 도표와 그래프는 직관적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부동산 문제에 관심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라면, 관련 지식과 교양을 쌓기에 가장 적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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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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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한 권 사는 기분으로 집어들었다. 이 얇은 책이 전해주는 묵직함이란.
지나온 삶을 이토록 자랑스럽게 추억할 수 있다니.
그리고 다음 세대에 자신 있게 희망을 갖고 자신 있게 한발 한발 전진하라고 충고하는 멋진 어른이 있다는 것.
 
왜 요즘 청춘은 이리도 나약하냐느니,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다느니 하는 어른들을 볼 때면
이렇게 세상을 망쳐버린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기성세대의 푸념이라고만 여기고 있었다.
여기 이 사람, 이 노인은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모든 이들과 연대할 마음이 가득한 건강한 시민이다.
 
다독이고, 타이르고, 나무라는 책들은 많다. 젊은이들이 꼭 읽어주었으면 하면 바람을 담은 책이다.
스테판 에셀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자신의 지난 날이 자신과 자신 세대의 노력으로 조금은 진보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럴 수 있었던 힘이 이 책이 말하는 "분노"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다른 모든 이들도 자신의 과거를 보고 앞으로 한 발 나아가라고 말한다.
아닌 것을 다 그런 거라고 체념하지 말고,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과 연대하겠다고 말한다.
 
당신에게 힘을 보태겠다고 말하는 이 사람, 이 어른, 이 노인.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행간을 살펴가며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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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철학 - 서툰 내가 싫어질 때
마크 버논 지음, 우진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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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늘었다. 살도 늘었다.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디는 고사하고, 어디로 가는지도 아직 모르겠다. 여전히 서툰 내게 말을 건 책이다. 학교 다닐 때보다 바쁘긴 지금이 더 바쁜데, 독서량이 지금이 훨씬 많다. 저마다 짊어진 삶의 무게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의 빈 자리를 책들이 차지했다.

집에서 회사에서 사소한 일로 투닥거리고, 우리집 애 속도 모르면서 남의 집 후배에게 잔소리를 해댄다. 그 와중에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는 일이 허다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만 그런줄 알았다. 서른의 철학을 통해 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는 니체, 못마땅한 상사 밑에서 권력의 본질을 고민하는 마키아벨리, 가족문제에 해답을 찾는 러셀을 만날 수 있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답을 찾기 어려운 고민들이 이들의 깊은 통찰 앞에서 스르르 해소되는 느낌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때, 딱 도망가고 싶을 때, 누군가 그냥 결정해줬으면 싶을 때, 그때 한 걸음 더 내디딜 용기가 인생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철학이라는 삶의 지혜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어렵게만 느꼈던 철학이 내게 용기란 걸 주다니... 서른 즈음에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려는 귀가 트이는 걸까? 아직 더 부딪치고, 아직 더 고민하고, 아직 더 사람들을 만나서 나도 '서른의 철학'을 완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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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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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저지른 아들이라 할지라도, 우리 애가 그럴리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놀랄 만한 확신을 보여주는 사람을 어머니(혹은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아버지의 놀랄만한 헌신, 또 그 극단의 놀랄만한 복수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의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다. 나처럼 누군가도 이 책의 첫 장을 잡은 후 다음 날 아침에서야 이 책을 내려놓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에. 그렇기에 내용은 여기까지.

한 개인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매일밤 아버지를 죽여야만 했던 아들, 아들을 위해 희대의 살인마가 되어야 했던 아버지. 이 거대한 우주가 충돌한다. 그리고 다시 딸의 복수를 꿈꾸는 아버지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라는 두 우주가 충돌한다.사회면 음주 뺑소니 교통사고라는 한 사건이 500쪽에 달하는 소설로 쓰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정유정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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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 평전 - 극단의 시대,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 한겨레역사인물평전
김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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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의 주인공이라면 대개 시대와의 불화를 떠올리기게 된다. 지금 내가 만난 이완용은 그것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 지킬 것이 너무도 많았던, 대단한 가문의 명철한 이성의 소유자였던 이완용은 격변하는 시대에 동요하지 않고 실리를 추구했던 인물이다. 그 결과 다음 시대는 그에게 '매국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왜 그랬을까? 이 책을 든 이유다.

매국노라는 닉네임은 이완용이 정상적이지 않은 사고를 가진 별종으로만 여기게 만든다. 고종은 물론이고 당대 사람 모두와 다른 인간, 사리사욕만을 채우는 이기주의자로 여기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안 사실은 다르다. 고종의 가려운 곳을 명확하게 짚어내 고종의 신임을 얻고, 먼저 나간 세계에서 본 것을 바탕으로 문명개화를 준비하는 사림이다.

여기까지는 당대의 벼슬아치치고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해봤음직하다. 이완용과 시대를 갈라놓은 것은 그 다음이다. 을사조약이라는 사건 앞에서 그는 강한 의지를 보인 일본과, 강하게 저항하지 못하는 고종을 확인한다. 그리고 한일병합은 바꿀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고 여기고 그 안에서 실리를 찾으려는 현실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모두 그러하듯.

역사의 흐름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언제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완용 같은 사람에게 평전이라니, 가당치도 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라면 그들대로, 범부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그들대로 굴곡많은 시대의 초상으로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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