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저지른 아들이라 할지라도, 우리 애가 그럴리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놀랄 만한 확신을 보여주는 사람을 어머니(혹은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아버지의 놀랄만한 헌신, 또 그 극단의 놀랄만한 복수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의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다. 나처럼 누군가도 이 책의 첫 장을 잡은 후 다음 날 아침에서야 이 책을 내려놓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에. 그렇기에 내용은 여기까지. 한 개인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매일밤 아버지를 죽여야만 했던 아들, 아들을 위해 희대의 살인마가 되어야 했던 아버지. 이 거대한 우주가 충돌한다. 그리고 다시 딸의 복수를 꿈꾸는 아버지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라는 두 우주가 충돌한다.사회면 음주 뺑소니 교통사고라는 한 사건이 500쪽에 달하는 소설로 쓰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정유정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