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한 권 사는 기분으로 집어들었다. 이 얇은 책이 전해주는 묵직함이란. 지나온 삶을 이토록 자랑스럽게 추억할 수 있다니. 그리고 다음 세대에 자신 있게 희망을 갖고 자신 있게 한발 한발 전진하라고 충고하는 멋진 어른이 있다는 것. 왜 요즘 청춘은 이리도 나약하냐느니, 우리 때는 그러지 않았다느니 하는 어른들을 볼 때면 이렇게 세상을 망쳐버린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기성세대의 푸념이라고만 여기고 있었다. 여기 이 사람, 이 노인은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모든 이들과 연대할 마음이 가득한 건강한 시민이다. 다독이고, 타이르고, 나무라는 책들은 많다. 젊은이들이 꼭 읽어주었으면 하면 바람을 담은 책이다. 스테판 에셀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자신의 지난 날이 자신과 자신 세대의 노력으로 조금은 진보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럴 수 있었던 힘이 이 책이 말하는 "분노"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다른 모든 이들도 자신의 과거를 보고 앞으로 한 발 나아가라고 말한다. 아닌 것을 다 그런 거라고 체념하지 말고,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과 연대하겠다고 말한다. 당신에게 힘을 보태겠다고 말하는 이 사람, 이 어른, 이 노인.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행간을 살펴가며 읽어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