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 평전 - 극단의 시대,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 한겨레역사인물평전
김윤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평전의 주인공이라면 대개 시대와의 불화를 떠올리기게 된다. 지금 내가 만난 이완용은 그것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 지킬 것이 너무도 많았던, 대단한 가문의 명철한 이성의 소유자였던 이완용은 격변하는 시대에 동요하지 않고 실리를 추구했던 인물이다. 그 결과 다음 시대는 그에게 '매국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왜 그랬을까? 이 책을 든 이유다.

매국노라는 닉네임은 이완용이 정상적이지 않은 사고를 가진 별종으로만 여기게 만든다. 고종은 물론이고 당대 사람 모두와 다른 인간, 사리사욕만을 채우는 이기주의자로 여기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안 사실은 다르다. 고종의 가려운 곳을 명확하게 짚어내 고종의 신임을 얻고, 먼저 나간 세계에서 본 것을 바탕으로 문명개화를 준비하는 사림이다.

여기까지는 당대의 벼슬아치치고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해봤음직하다. 이완용과 시대를 갈라놓은 것은 그 다음이다. 을사조약이라는 사건 앞에서 그는 강한 의지를 보인 일본과, 강하게 저항하지 못하는 고종을 확인한다. 그리고 한일병합은 바꿀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고 여기고 그 안에서 실리를 찾으려는 현실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모두 그러하듯.

역사의 흐름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언제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완용 같은 사람에게 평전이라니, 가당치도 않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라면 그들대로, 범부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그들대로 굴곡많은 시대의 초상으로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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