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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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에는 말이 죽어가고 있다. 말이 죽어간다는 것은 사고가 죽어간다는 뜻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왠지 무서워진다.
'내가 있으니 너도 안심이지' 라든가, '이제 무섭지 않지' 라든가, '널 지켜줄게 등……. 시시한 가사들만 먹히고 있다. 너희들은 언제부터 국민고충처리위원이 된 거냐.
그러면서 실제로 하는 짓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자에게 차인 데 대한 보복으로 하루에 100번이나 무언 전화를 걸지 않나, 부모에게 독약을 먹이지를 않나…….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내 세상에는 너밖에 없어' 라고?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너, 인도나 중국에 가보라고. 인간이 몇십 억이나 있다는 것도 모르냐, 이 녀석아.
만담이라면 이렇게 한 방 받아칠 태세다.
그걸 비유라고 한 거겠지만, 너무나 유치하고 직접적이고 또 노골적이다. 부끄럽지 않느냐고 작사가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아마 부끄러워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가사가 아니면 팔리지 않습니다. 몰랐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비웃을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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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colepsy 2016-02-1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0년 7월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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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의대를 졸업했을 때, 그가 참석하지 않는다면 슬플 거라던 자상한 여교수 때문에 졸업식에 참석해 땡볕 아래서 총장의 마지막 격려사를 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내면의 공포가 증폭된 나머지, 케빈은 영혼이 조여오는 기분을 느꼈다. 점잖은 가운을 입었던 백발이 성성한 총장은 자신의 말이 케빈의 내면에 잠복해 있던 공포를 악화시켰다는 걸 전혀 몰랐으리라. 프로이트마저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사랑하지 않으면 병이 난다"고. 사람들이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간판에서, 영화에서, 잡지 표지와 텔레비전 광고에서 모두가 간단명료하게 내뱉고 있었다. 우리는 가정과 사랑의 세계에 속해 있고 너는 그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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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colepsy 2016-02-1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0년 7월
 
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닉 혼비.조너선 샤프란 포어.닐 게이먼.레모니 스니켓 외 지음, 이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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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봤더니,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더라. 심판은 그 사람한테 레드카드는 커녕 옐로카드조차 주려 들지 않았다. 우리 쪽에 프리킥을 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우리 팀원 중 누구도 내가 다쳤는지 아닌지에 관심없었다. 모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경기를 하고 있었다.

경기 중 휴식 시간 때 무슈 플라미니에게 물었다.


"봤죠?"


"뭘?"


"아저씨가 나한테 패스했을 때 일어난 일 말예요."


"응. 너 공 빼앗겼잖아. 남한테 넘겨줬다고."


"내가 넘겨준 게 아니에요. 누가 끼어들어서 나를 땅에 때려눕히고 뺏어 간 거라고요."


"그걸 태클이라 그런단다, 스테판. 태클에 적응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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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colepsy 2016-02-1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년 7월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 2005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이장욱 지음 / 문학수첩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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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은 이틀 내내 한산했다. 한 인간이 지상에서 사라졌는데도,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남자는 약간의 비감에 젖어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것이 죽음인데도, 이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수만큼 무수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생에서 가장 괴로운 것이 죽음인데도,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인 것이다. 남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병원 장례식장에는 빈 방이 거의 없었다. 안내 전광판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이름이 추가되었다. 방마다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어떤 방에는 초저녁부터 고스톱 판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방 한켠에 모여 있었다. 쓰리고에 피박을 외치는 중년 사내들의 고함 소리가 간헐적으로 복도에 울렸다. 웃음소리가 뒤따라 몰려나왔다. 남자는 약간의 분노를 느꼈다. 내가 사라지더라도, 사람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서 잠시 병원에 들러, 간단한 조문을 마친 후, 고스톱 판을 벌인 뒤, 다시 생을 계속할 것이다. 몇 번쯤 혀를 차줄는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의례적인 인사 같은 것에 불과할 것이다. 내가 바라보던 거리와 내가 왕래하던 건물들과 내가 잠자던 방들 역시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어떤 시간도, 어떤 공간도, 전혀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남자의 비감은 깊어졌다. 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제 지상에서 사라져버린 여자가, 불현듯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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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colepsy 2016-02-1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5년
 
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이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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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인공이 약점을 극복하고 가족을 지키며 세계를 구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등신대의 인간만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나약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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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colepsy 2016-02-1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5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