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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지음 / 봄아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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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잠깐 숨을 곳, 잠깐 쉴 곳에 대해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테면 비가 오면 잠시 피해갈 처마 밑 같은 곳 말입니다. 지렁이 수준의 숨어 있을 만한 곳도 있고, 새 수준, 고양이 수준의 숨어 있을 곳도 있습니다. 인간 한 명 한 명에게도 이 도시에 잠깐 쉬어갈 곳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마이크로 하비타트(미소 서식지)'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동생과 이제 막 마이크로하비타트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주남저수지 근처에 사는 어떤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주남저수지에서 좀 떨어진 동관저수지란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거기선 아침에 해 뜰 때 철새가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로지 그 지역에서만 해볼 수 있는 일,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거기 가서 그것을 본 사람들이 결국은 그 지역을 좀 더 잘 사랑하게 되길 바랍니다. 모든 서식지는 오로지 거기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을 품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그곳에서처럼 살 수는 없는 것들을 품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서식지에 대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장소만이 마이크로 하비타트가 아닙니다. 아예 인간 한 명 한 명이 다른 인간의 마이크로 하비타트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쉴 만한 곳, 살아갈 곳이 되는 거죠. 자신의 친구나 애인에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한 사람이 하나의 마이크로 하비타트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밀고 나가려면,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소중한 존재로서 인정받았던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인정과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용기를 내기가 힘듭니다. 젊은 시절에 사랑이 어느 정도 충족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한 사람은 자신을 인정했었다는 것이 사람에게 주는 것은 자신감 그 이상입니다. 자기를 뛰어넘게 합니다. 세계가 바뀌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