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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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에 수동적으로 태어났지만 결국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야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고 싶다는 욕구와 조심하고 신중하게 자신을 억누르려는 두가지 욕구가 늘 충돌을 일으킨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인정욕구를 가지고 있기에 대부분 후자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편에서 먼저 거부 당하고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는다면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수용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심리학 처방
2012년 첫 출간 이후 50만 부 이상 판매된 인간관계 심리학 분야 최장기 스테디셀러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의 개정 증보판이 출간되었다.
책이 나온지 십년, 읽다보니 나 이 책 언젠가 읽어본거 같은데? 하는 기시감이 들었다.
그때는 책속의 조언을 내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아 다시 읽어보며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점검해보았다.


📚 내게 '까칠함'이란 내면의 적이나 외부의 적으로부터 나 자신을 적절하게 보호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자기비판이나 자기회의가 몰아칠 때는 "아니,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어"라는 자기보호와 더불어 외부의 비판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이라고나 할까.
다른 말로 하면 삶의 중심을 잘 잡아서 흔들려도 바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탄력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P.150)

양창순박사는 인간관계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건강한 까칠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자기비하심이나 자괴감이 들 때는 먼저 내가 내 마음의 주인임을 떠올리고 누구나 겪는 일을 겪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건강한 까칠함으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다보면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대인관계에서 그리고 삶에서 단단히 발을 딛고 중심을 잡으며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가려면 나 자신과 화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내 안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잠재능력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화해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다.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 감정, 기억들이 소용돌이치는 속에서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고 다스려 나간다는 것이 만만치 않기에 반복적인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결국 나와 잘 지내는 것이 세상과 잘 지내는 첫걸음이고 상처받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해답이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났을때 아마도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에서 과감히 벗어나도록 노력해보자.


📚 인간인 이상 우리는 누구나 다 조금씩 불완전하고 변덕스러운 존재다.
강한 때가 있는가 하면 약한 때가 있고 거부당하고 상처 입는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모멸감과 치욕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다만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결국 현실을 직시하며 나만의 발걸음을 한 걸음씩이라도 떼어놓는 훈련을 하는 수밖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압하면서까지 상대에게 맞춰줄 필요는 없다. (P.36)


* 이 도서는 다산북스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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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 제작팀 지음 / 넥서스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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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답의 시대가 아닌 견해의 시대다'


언젠가부터 인스타에서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를 즐겨본다는 글이 많이 보였다.
집에 TV 가 없어 재미있다는 방송은 뒤늦게 따라가는 편인데 책을 소재로 하는 영상은 언제나 환영이기에 얼른 찾아보게 되었다.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책들이 혼자 도전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책들도 있고 또 아는 책이 나와 반가울때도 있었다.
책 자체를 소개하는 영상도 즐겨보지만 전문강연자가 고른 책을 자신의 견해를 담아 재해석한 이야기는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좋고 더많은 책을 읽어보고 싶은 독서욕구를 뿜뿜 심어준다.


<책 읽어드립니다>, <어쩌다 어른> 제작진의 프리미엄 강독쇼를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이 한권의 책속에 15권의 책 이야기가 담겨있다.
방송으로 볼때 흘렸던 내용을 책으로 다시 되새기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모든 방송을 찾아본건 아니지만 보았던 방송은 모두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도 임상심리학자 김태경교수의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가 기억에 남는데 교수님의 차분하면서도 아나운서처럼 또렷한 발음이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에이블러와 가스라이팅의 차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게 되었고 나 역시 가족에게 인에이블러로 존재하고 있지 않는지 점검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50분 방송에 나가지 못한 이야기까지 담겨있는데 책과 영상을 보고 나니 더 궁금해져서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책을 구매했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교수님이 들려주는 '개소리에 대하여'도 좋았다. 나는 큰아이 시험일에 미역국은 아침메뉴로 피하고 있고 결혼식 앞둔 사람에게는 장례식장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라는 쪽이니 교수님 말대로 여전히 개소리쟁이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독썰가들에게 제대로 큐레이팅 받은 기분이다.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는 지금도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하니 또 한권의 책이 만들어질 것 같다. 이런 유익한 방송과 책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이 도서는 넥서스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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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정명희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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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전해진 유물은 자신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우리를 이어준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전체의 일부라는 느낌이 위로가 되는 날이 있다. (P.50)

우리는 항상 곁에 있는 사람에게 쉽게 소홀해지는데 나를 가장 외롭게 하는 주범은 바로 나 자신이다.
시간을 내어주고, 기다려주고,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불편한 감각이 조금은 나아진다.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정명희 작가는 바다를 보거나 해 지는 모습을 보다가 내 모습이 비칠 때처럼 유물에서 우리가 보이는 순간을 말한다.
시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전해진 유물은 자신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우리를 연결하고 거울이 되어 우리를 비춘다는 것이다.

당쟁으로 인해 형이 죽고 자신도 출사하지 못한 체 시와 글로 여생을 살았다는 윤두서의 자화상,
날이 갈수록 보고 싶다는 숙명공주와 소식을 듣고 기뻤다는 효종의 부녀간 사랑이 담긴 편지,
밤사이 평안히 주무셨는지 물으며 일곱 개의 귤을 즐겁게 드시라는 숙명공주 동생의 귀여운 편지
박물관이 진행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물 '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은 내게도 친숙한 유물이다)
고양이를 항상 관찰하고 사랑했던 이규보의 문집 등
정명희 작가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편안함으로 연결되는 시간이었다.


"멈추고 가만히 바라볼 때 고이는 힘과 에너지를 좋아한다"
​​
책을 만나기 전에는 알듯 모를듯한 표지 문구였다.
유물이나 역사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박물관을 찾는 횟수는 늘었지만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법을 알지 못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큰아이 어렸을 때 가본 게 전부인데 그마저도 기억이 희미하다니.
다음에 가게 된다면 아이들 없이 산책하듯 느긋하게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지만 오랜만에 유물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좋았다.

📌 미술사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해서, 큐레이터에게 중요한 유물이었다고 해서 관람객에게 닿는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가끔은 정말 궁금하다.
이 작은 물건들은 이렇게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데, 네가 있었던 곳은 어디였으며 누구와 함께였을까.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이제 우리에게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으련만.... (P.119)

* 이 도서는 어크로스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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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에 대하여
신채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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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채윤작가에 대해 그림을 좋아하고 타카야수동맥염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글을 좋아하고 잘 쓰는 단단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다.
열여덟 살 소녀가 자신에 대해 이렇게 차분하고 냉철한 글을 쓸 수 있다니. 읽는 내내 감탄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감히 판단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의 날들을 삼키고 있겠지만 자신의 병에 대해 과장하거나 동정하지 않는 나이답지 않은 깊은 고찰이 느껴지는 에세이였다.


📚 10월 8일. 서울 서초동 거리를 달리는 차 안에서 아빠가 잠시 머뭇거리다 "상황이 변한 게 없으니 너는 마음을 굳게 먹으면 되는거야"라고 말했다. (P.22)

타카야수동맥염이라는 희귀 난치병 진단을 받던 날 의사소통에 몹시 서툰 아빠의 위로는 저자를 화나게 했다.
하지만 묵묵히 학교 등학교를 시켜주고 병원에 데려다주고 접수를 해주고 수납을 해주는 아빠를 보면서 서서히 깨닫는다.
그 날 차안에서 아빠가 했던 말은 아픈 딸을 위해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하는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와 다짐이었을거라고.
좁은 병실 침대에서 꼭 끌어안고 함께 빗소리를 들어주는 엄마,
약을 한 움큼 먹을때도 "약쟁이!"라 놀리며 아픔조차 웃음 소재로 만들어주는 언니와 누나가 아픈게 사실은 싫었다고 고백하는 동생.
할머니, 할아버지와 학교친구들, 의사선생님.
가족과 학교에서 늘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슬픈 현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아프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픈 순간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


자신의 병 때문에 오늘을 놓치지 않겠다며 힘겹더라도 아침에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고 잠자기 전에 매일 일기를 쓴다는 저자에게서 강인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성장을 응원한다.
멈추지 말고 계속 쓰면서 찬란하게 이십대를 맞이하기를.


📚1년 동안 엄마는 입버릇처럼 누구에게나 고통은 0 아니면 100 이라고 말했다.
누구든 자기 손톱 밑의 가시가 가장 아픈 법이라고.
가시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나는 아직 가시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남의 가시를 멋대로 판단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P.105)


​* 이 도서는 한겨레출판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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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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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에 어떤 숫자를 더하면 영은 사라지고 그 숫자만 남습니다.
영에 어떤 숫자를 곱하면 그 숫자를 영으로 바꿉니다.
아무리 많이 늘어놓아도 영은 영 외에 될 수 없습니다.
다른 숫자에 기댈 때 영은 우주의 단위가 될 수 있습니다.
(작가의 말)


20대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급하게 이직한 회사는 1년 만에 폐업.
실업급여를 받으며 취준생 대신 익숙했던 '생'의 자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은 서른 살의 백수다.
급하게 이사하느라 모아놓은 돈도 마지막 실업급여도 끝날 무렵 나이, 성별, 학력, 경력 무관의 플라워 약국에 전산원으로 취직한다.


- 유령이 또 왔네.

면접 날 김약사가 건넨 농담은 약국에서만 통용되는 은어인가 싶었지만 상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인공은 기꺼이 유령이 되기로 한다.
처방전 바코드를 찍고 약값을 계산하고 조제를 돕는 전산원의 업무는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상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변하지 않는 직업이었다.
급여가 오르지 않는다는 건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누구라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고 흘러간다.
김 약사, 조 부장, 양 실장, 땅부자 할아버지, 문신 토시를 착용한 남자, 판피린을 사는 할머니, 추억 속 혜까지.
세상에 존재하지만 흐릿하기만 하고 '1'을 꿈꾸지만 여전히 '0'의 자리에 머물러 자신도 모르게 유령이 되어버린 이들.
이름조차 부여되지 않은 그들을 0의 자리에 모아놓음으로서 0도 하나의 삶의 단위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자 한것이 아닐까.


유령의 모습으로 영의 자리에 서있던 주인공은 결국 약국을 그만두고 주말 집회도 참여하고 회사에 면접을 보기 시작하며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
'0'이 가진 잠재적 역량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첫 출근 날에는 0.000000001쯤 되는 기분이 되겠지만 곧 1이 되리라는 희망과 설렘으로.


2021년 제 26회 한겨레문학상 본심 최종 후보작 중 하나였다는 이 소설은 서른 살 취준생(?)의 심리를 0이라는 숫자에 빗대어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불투명한 삶 앞에 놓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고 아직 1이 되지 못한 세상 모든 0에게 전하는 조용한 응원의 메세지였다.


🔎 무엇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게을렀던 건 아니다.
남들만큼은 노력했다고 믿었는데 부족했던 걸까.
더 노력한다고 달라지기는 할까.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 할 날들이 더 하찮아 보였다. (P.12)

🔎 줄곧 상실을 두려워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것 외에는 두려울 게 없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겁에 질려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P.199)


* 이 도서는 한겨레출판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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