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채윤작가에 대해 그림을 좋아하고 타카야수동맥염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글을 좋아하고 잘 쓰는 단단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다.열여덟 살 소녀가 자신에 대해 이렇게 차분하고 냉철한 글을 쓸 수 있다니. 읽는 내내 감탄했다.물론 그 이면에는 감히 판단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의 날들을 삼키고 있겠지만 자신의 병에 대해 과장하거나 동정하지 않는 나이답지 않은 깊은 고찰이 느껴지는 에세이였다. 📚 10월 8일. 서울 서초동 거리를 달리는 차 안에서 아빠가 잠시 머뭇거리다 "상황이 변한 게 없으니 너는 마음을 굳게 먹으면 되는거야"라고 말했다. (P.22)타카야수동맥염이라는 희귀 난치병 진단을 받던 날 의사소통에 몹시 서툰 아빠의 위로는 저자를 화나게 했다.하지만 묵묵히 학교 등학교를 시켜주고 병원에 데려다주고 접수를 해주고 수납을 해주는 아빠를 보면서 서서히 깨닫는다.그 날 차안에서 아빠가 했던 말은 아픈 딸을 위해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하는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와 다짐이었을거라고.좁은 병실 침대에서 꼭 끌어안고 함께 빗소리를 들어주는 엄마,약을 한 움큼 먹을때도 "약쟁이!"라 놀리며 아픔조차 웃음 소재로 만들어주는 언니와 누나가 아픈게 사실은 싫었다고 고백하는 동생.할머니, 할아버지와 학교친구들, 의사선생님.가족과 학교에서 늘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슬픈 현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아프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픈 순간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자신의 병 때문에 오늘을 놓치지 않겠다며 힘겹더라도 아침에 일어나 침대를 정리하고 잠자기 전에 매일 일기를 쓴다는 저자에게서 강인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성장을 응원한다. 멈추지 말고 계속 쓰면서 찬란하게 이십대를 맞이하기를.📚1년 동안 엄마는 입버릇처럼 누구에게나 고통은 0 아니면 100 이라고 말했다.누구든 자기 손톱 밑의 가시가 가장 아픈 법이라고.가시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나는 아직 가시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그래서 결심했다.남의 가시를 멋대로 판단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P.105)* 이 도서는 한겨레출판에서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