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정명희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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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전해진 유물은 자신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우리를 이어준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전체의 일부라는 느낌이 위로가 되는 날이 있다. (P.50)

우리는 항상 곁에 있는 사람에게 쉽게 소홀해지는데 나를 가장 외롭게 하는 주범은 바로 나 자신이다.
시간을 내어주고, 기다려주고,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불편한 감각이 조금은 나아진다.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정명희 작가는 바다를 보거나 해 지는 모습을 보다가 내 모습이 비칠 때처럼 유물에서 우리가 보이는 순간을 말한다.
시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전해진 유물은 자신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우리를 연결하고 거울이 되어 우리를 비춘다는 것이다.

당쟁으로 인해 형이 죽고 자신도 출사하지 못한 체 시와 글로 여생을 살았다는 윤두서의 자화상,
날이 갈수록 보고 싶다는 숙명공주와 소식을 듣고 기뻤다는 효종의 부녀간 사랑이 담긴 편지,
밤사이 평안히 주무셨는지 물으며 일곱 개의 귤을 즐겁게 드시라는 숙명공주 동생의 귀여운 편지
박물관이 진행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물 '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은 내게도 친숙한 유물이다)
고양이를 항상 관찰하고 사랑했던 이규보의 문집 등
정명희 작가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편안함으로 연결되는 시간이었다.


"멈추고 가만히 바라볼 때 고이는 힘과 에너지를 좋아한다"
​​
책을 만나기 전에는 알듯 모를듯한 표지 문구였다.
유물이나 역사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박물관을 찾는 횟수는 늘었지만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법을 알지 못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큰아이 어렸을 때 가본 게 전부인데 그마저도 기억이 희미하다니.
다음에 가게 된다면 아이들 없이 산책하듯 느긋하게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지만 오랜만에 유물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좋았다.

📌 미술사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해서, 큐레이터에게 중요한 유물이었다고 해서 관람객에게 닿는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가끔은 정말 궁금하다.
이 작은 물건들은 이렇게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데, 네가 있었던 곳은 어디였으며 누구와 함께였을까.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이제 우리에게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으련만.... (P.119)

* 이 도서는 어크로스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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