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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빠지다
김상규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우리말
알짬으로 가득한 책에 대한 감사를 어떻게 전하면 될까요? 책씻이로 볕뉘 좋은 날 모꼬지라도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곳에서 우리말에 푹 빠진 다른 이를 만나 그 사람을 그림내로 마음에 품을지도요. 아니, 그림내를 만나는 것보다는 너나들이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맛있는 김밥을 싸가서 머드러기는 웃음이 예쁜 사람에게 주고 지스러기는 창피하니 제가 먹어야 겠어요. 마파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요즘은 창문을 열고 자면 귀잠을 잘 수 있을만큼 따뜻한 것 같네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주문을 외워드릴게요. 모두 행복한 밤 되세요.
(우리말 풀이-책에 나온 우리말 중에서 사용
알짬-'여럿 가운데 가장 요긴한 내용'
책씻이-'서당에서 학동이 책 한 권을 떼거나 베끼는 일이 끝났을 때 훈장과 동료들에게 한턱을 내는 일.
볕뉘-'햇볕을 은덕으로 여기며 고맙게 이르는 말'
모꼬지-'놀이나 잔치로 여러 사람의 모임'
그림내-'내가 그리워하는 사람'
너나들이-'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터놓고 지내는 사이'
머드러기-'고르고 골라서 찾은 가장 좋은 것.'
지스러기-'고르고 남은 부스러기나 찌꺼기. 마름질 하거나 잘라 내고 난 나머지'
귀잠-'아주 깊이 드는 잠'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길상존이시여, 길상존이시여, 대길상존이시여, 극길상존이시여, 그 길상 원만히 성취게 하옵소서' )
이 책을 읽고서 우리말에 빠지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우리말을 잘 배워서 따뜻한 편지를 쓰고 싶다고. 아직은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이 서툴러 위의 글처럼 엉터리 글도 힘들게 쓰고 마네요. 지금 마음은 그렇습니다. 하루에 짧은글이라도 이 책을 교본삼아 우리말 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작심삼일을 특기로 삼아되는 의지가 부족한지라 자신은 없네요.
우리말을 모르고 살면 안되냐는 말을 하는 아이들을 만나면 왜 알아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제 아이들에게 제대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우리말에 얽힌 역사가 얼마나 귀하고 빛나는 것인지를요. 책을 읽는 동안 예쁘고 따사로운 우리말을 만날 때마다 책 귀퉁이를 접어 놓았는데 그만 다 읽고 보니 안 접힌 귀퉁이를 찾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네요. 우리말이 이렇게 빛나는 것인지 미처 몰랐네요. 이제라도 알게되어 참 감사하고 다행이예요.
#우리말 속에 녹아든 아픈 역사의 그늘
빛나는 것만이 우리말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니네요. 미처 모르고 썼던 우리말 속에 담긴 백성들의 아픔을 알아보지 못한 죄송스런 마음에 고개가 수그러집니다.
1.에비, 에비 온다
(유래: 임진왜란 당시 일본인들은 그들의 전공을 보고하기 위해 부피가 작은 작은 귀나 코를 베어 소금에 절여 가져갔다고 한다. 코 하나는 한사람, 귀 두 개는 한 사람.
이비(耳鼻), 에비, 에비 온다.)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저를 겁주실 때 자주 '에비, 에비' 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 뜻을 모르면서도 그건 무서운 거라는 생각에 도망을 치고는 했는데 그 말 속에 이런 아픔이 물들어 있네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이 말이 무서웠나 봅니다.
2.을씨년스럽다
(유래:20세기 초 1905년 을사년에 일본에게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했을 때 고종황제의 마음이, 백성들의 마음이 얼마나 흉흉했을까. 을사년처럼 백성들 마음을 춥고 힘들게 한 해도 없다는 뜻에서 유래.
'을사년스럽다> 을시년스럽다>을씨년스럽다')
-일제와 관련된 말 중 무엇하나 알고나면 아프지 않은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지금 느끼는 아픔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아픔에 비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괜히 마음에 싸늘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아요.
우리말을 알면 알수록 우리의 역사도 함께 보이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하루에 한번씩 알려주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면 역사 공부도 덤으로 하고 아름다운 우리말 사랑도 커질 것 같습니다.
사연 많은 우리말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