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상징적이다.
특히 초반에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자신이 하려는 말을 풀어놓는
작가의 도플갱어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는 일말의 실망감도 들었다.
서문에 써있는 내용을 초반에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중요한 건 서문에 없던 내용이 시작되면서 부터 소설이 시작됐고,
그 인물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는 또 다른 인물을 쫓고 있었다.
이 상징의 집약체 같은 박제사 영감.
음침하고 퀘퀘하기 짝이 없지만,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할수 없는
모종의 비밀을 안고, 그것을 혼자 간직하고 살아와 세상에 박제되버린것 같은...
이 인물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라도 계속 글을 읽게 된다.
(솔직히, 중간에 그의 직업에 대한 묘사와 동물들에 대한 묘사는 대충 넘겨 읽기도 했다.)
파이 이야기에서도 그랬지만, 작가는 독자를 조금은 혼란스럽게 하고,
그 안에서 우왕좌왕 하면서 자신을 쫓아오게 만든다음...
그 끝에서도 당근같은 달콤한 먹이를 내어주지는 않는다.
일종의 다른 채찍질을 가해,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책을 읽고 홀로코스트에 대해 찾아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것만으로도 작가는 성공했다고 볼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루하다고 생각할 법한 '배에 대한 대화'는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로웠다.
그는 꽤 오래 고민했던 거다.
직접 보지 않고 맛보지 않고 느끼지 않은 것을
말로 (글로) 제대로 전달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그것을 애써 노력해 하는 사람들이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쉬운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친절한 방법을 선택했으리라.
안내자를 고르고, 그 뒤를 쫓게 만들어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게 만들지만,
그것 또한 거쳐가는 과정일 뿐.
카드 게임처럼,
그 혼란속에서 자신이 내보이고자 하는 패를
독자들이 움켜쥐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또는 움켜쥘 때까지 게임을 계속하기를 바랐는지 모르겟다.)
마지막 게임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데,
그는 충분히 그 게임만으로도 이 이야기를 전달할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앞의 그 모든 글이 없었다면 ... 또 게임에 이르러 느껴지는 묵직함이 없었겠지.
그런고로,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을 생각이다.
성미급한 사람처럼 끝을 보기 위해 중간중간 스킵하고 달렸으니,
언젠가 느긋하게 다시 봐야겠다.
그때의 감상은 또 다르겠지. 아니, 다를 수 밖에 없을거다.
수수께끼의 답을 알고, 과정에서 주어진 더 많은 힌트(미처 알지 못 했던) 를 캐치하기위해 노력할테니까.
누군가 이 책을 읽는다면, 끝까지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