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20세기의 셔츠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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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이 책은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상징적이다.


특히 초반에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자신이 하려는 말을 풀어놓는

작가의 도플갱어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는 일말의 실망감도 들었다.


서문에 써있는 내용을 초반에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중요한 건 서문에 없던 내용이 시작되면서 부터 소설이 시작됐고,

그 인물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는 또 다른 인물을 쫓고 있었다.


이 상징의 집약체 같은 박제사 영감.

음침하고 퀘퀘하기 짝이 없지만,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할수 없는

모종의 비밀을 안고, 그것을 혼자 간직하고 살아와 세상에 박제되버린것 같은...

이 인물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라도 계속 글을 읽게 된다.


(솔직히, 중간에 그의 직업에 대한 묘사와 동물들에 대한 묘사는 대충 넘겨 읽기도 했다.)


파이 이야기에서도 그랬지만, 작가는 독자를 조금은 혼란스럽게 하고,

그 안에서 우왕좌왕 하면서 자신을 쫓아오게 만든다음...

그 끝에서도 당근같은 달콤한 먹이를 내어주지는 않는다.


일종의 다른 채찍질을 가해,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책을 읽고 홀로코스트에 대해 찾아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것만으로도 작가는 성공했다고 볼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루하다고 생각할 법한 '배에 대한 대화'는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로웠다.


그는 꽤 오래 고민했던 거다.

직접 보지 않고 맛보지 않고 느끼지 않은 것을

말로 (글로) 제대로 전달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그것을 애써 노력해 하는 사람들이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쉬운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친절한 방법을 선택했으리라.


안내자를 고르고, 그 뒤를 쫓게 만들어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게 만들지만,

그것 또한 거쳐가는 과정일 뿐.

카드 게임처럼,

그 혼란속에서 자신이 내보이고자 하는 패를

독자들이 움켜쥐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또는 움켜쥘 때까지 게임을 계속하기를 바랐는지 모르겟다.)

 

마지막 게임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데,

그는 충분히 그 게임만으로도 이 이야기를 전달할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앞의 그 모든 글이 없었다면 ... 또 게임에 이르러 느껴지는 묵직함이 없었겠지.


그런고로,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을 생각이다.

성미급한 사람처럼 끝을 보기 위해 중간중간 스킵하고 달렸으니,

언젠가 느긋하게 다시 봐야겠다.

 

그때의 감상은 또 다르겠지. 아니, 다를 수 밖에 없을거다.

수수께끼의 답을 알고, 과정에서 주어진 더 많은 힌트(미처 알지 못 했던) 를 캐치하기위해 노력할테니까.


누군가 이 책을 읽는다면, 끝까지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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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Classics in Love (푸른나무) 6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희동 옮김 / 푸른나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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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읽어내렸다.

열 아홉의 소녀가 뭐 얼나마 대단한 글을 썼느냐 하는 약간의 비아냥과 함께 시작된 독서는

어느새 나를 황금빛 해변가로 데려다 놓았다.


작렬하는 태양아래,

한 줄기 휴식같은 그늘이 이었고,

그 그늘은 안느였다.


태양빛의 화려함과 그 눈부심에 익숙한 세실과

세실과 영혼을 그대로 나눈듯한 바람둥이 아버지.


두 사람은 그늘에서 안락함을 찾으면서도,

계속해서 환한 태양빛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빛을 쫓는 불나방과도 같은 충동일 것이다.


우리는 때로, 어리석은 결과가 돌아오게 될것을 알면서도 행동한다.

무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지를 넘어서 삶의 순환과 자연의 이치에 대한 무모한 반항심 때문이기도 한다.


인간의 충동은 날 때부터의 본능적인 것인데,

우리의 역사가 그런 인간의 충동에 의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또 충동을 억누르고 업악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어쨌든,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인간의 나쁜 장난을 하고 싶다는 충동과

정해진 레일안에서 완전해져가며 안정을 쫓길 원하는

이면성 속에서 방황하며 성장한다.


주인공 세실역시 뜨거운 한 여름을 겪었고,

그 여름을 통해 내면적 성장을 이룬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 그리움과 함께 찾아오는 슬픔에 안녕을 고하면서.

슬픔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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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동물농장 (한글) 더클래식 세계문학 4
조지 오웰 저/베스트트랜스 역 / 미르북컴퍼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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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쯤 전에 소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연극이 이 동물농장의 현대화 버젼이었다.

강렬한 음악과, 배우들의 분냄새가 느껴지던 소극장에서...

나는 별 생각없이 그저 연극이라는 것에 신기해하며 동물농장을 봤었다.


어려서 아마 책을 읽기도 했을 것 같은데,

브레멘 음악대랑 늘 헷갈렸다.


뭐,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도 ...

다들 어린이 책인지 알고 착각했다니까..


보는 내내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솟아 오르는 걸 느꼈다.


무수한 정치인들이 시민을 기만해 벌이는 행태가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어느 곳

또는 역사속 어느 현장들을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


교묘하게 말을 바꿔 대중을 농락하는

돼지들의 행태가....

여전히 실락같은 희망을 보며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우리의 삶을 날카롭고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뾰족한 무엇에 자꾸 가슴이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분명, 어느 시점을 모티브로 삼아 쓴 글인데,

어떻게 이렇게도 다른 상황에도 잘 맞아 떨어질 수 있을까?


암세포가 퍼져나가는 것 같은

돼지들의 기만 행위를 기민하고 영리하게 펼쳐낸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또,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한다.

 

ps. 다른 출판사 책도 보긴 했는데, 번역이 여기께 좀더 쉽게 되어있었다. 읽기 편한 번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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