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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 1.2.3 - 세트
이철환 지음 / 삼진기획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어딜 가나 고층 아파트의 물결이지만, 그 높이만큼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진 것은 아니다. ''가난하면 아프지도 말라''며 병원에서는 돈 없는 사람을 거리로 내모는가 하면, 죽은 지 일주일이 넘어 발견된 노인의 주검을 TV를 통해서 보다가 바로 자신의 옆집이라는 사실에 경악하기도 하고, 주차 문제로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 주먹다짐을 하는 것도 다반사이다. ''이웃 사촌''이라는 말은 이제 무색할 정도이다.
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삭막한 이웃과 풍경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난하지만 자신이 가진 작은 재산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어 쓰고, 방송 프로그램이나 구좌를 통해 작은 정성을 보내는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도 있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칭찬합시다>란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 사회가 그러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유지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수 년 동안 노량진에서 학원강사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을 통해 듣고, 자신이 직접 보았던 이야기를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이러한 작업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게 해주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글을 썼다고 한다.
글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저자 자신이 직접 카메라와 펜을 들고 그림으로 그려냈다. 이 작업을 4년 여 동안 하면서 몸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게 힘을 주었던 것은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애정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누구보다도 따뜻한 시선과 깊은 마음으로 우리 이웃들을 관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동화장실 앞에서 줄을 서서 본능과 싸워야 하는 산동네 사람들의 희망 이야기,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자식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가족의 이야기, 작은 것이라도 나눔으로써 기쁨을 얻는 친구 사이의 이야기, 시련이 닥쳐도 변하지 않는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 등에서 우리는 진한 감동과 함께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얻게 될 것이다.
자신의 몸을 태우고 그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눈길에 미끄럽지 않게 내려가도록 길이 되어주는 연탄처럼, 이 책이 세상의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 길은 염화칼슘을 뿌린 인공길이 아니라 우리 이웃들의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연탄길이 될 것이다.
명언 ▷▶ 마음만 있다면 풀 한 포기만이라도 아름다워 질 수 있는 게 인생이다.
사랑을 받는다는 건 사랑을 주겠다는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