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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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알라딘의 서평에 이끌려 구입한 책이었다. 서평속의 글을 읽으며 기대했던만큼의 재미는 글쎄다, - 무진장 재미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확실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작가의 유머러스한 필치라던가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의 소동은 분명 잘짜여진 한편의 영화를 보는것 같았으며, 경쾌한 대사와 발랄한 인용구들은 비록 그 반도 알아들을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즐겁다.

하지만... 길다-_-; ..내용에 비해 너무나도 방대한 분량. 이만한 분량으로 써낼수 있었던 작가의 필력에 새삼 존경을 표하게 되기는 하나, 장담컨데 500쪽으로만 줄였어도 몰입도는 두배가 되었으리라. 이 소설은 시간여행중 실수로 벌어지는 역사의 어긋남으로 인한 대소동을 그린 것이며 희극적인 요소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난잡하거나 가볍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인물들, 벌려지는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거슬리게 정신없다던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유머속에 일종의 고상함까지 느끼게 되는것은 -맞다, 지식층의 인용구를 남발하고 시대 설정을 빅토리아때로 잡은 작가 노력의 소산이다.

만약 직설적으로 감정을 내뱉는 인물들이 1980년대 런던으로 떨어졌다면 이 작품은 화끈한 비급 코미디가 되었을것이 확실하다. (뭐,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을것같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다;) 솔직히 결말은 뻔하다. 그 c모가 누구인지 대부분의 독자들은 절반도 안가서 눈치챘으리라. 그렇지만 작가특유의 유머러스한 전개방식과 언밸런스한 시대설정(가장 딱딱했던 시대에서 일어나는 물컹물컹한 소동들!)이 이 작품에 우아한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덧)) 이 소설은 결국 사랑이나 운명같은 것, 모든 것들이 역사의 흐름에 맞추어 돌아가는 것이라고 외치며 해피하게 끝내고 있지만 ...그거 약간 무서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것은 나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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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자 1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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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시발점으로 수많은 판타지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고 아직까지도 그 붐은 완전히 식지 않았다. (초창기보다 시들해졌기는 하나 여전히 정기적으로 수많은 판타지 소설들이 출간된다.) 드래곤 라자가 한국에 판타지 열풍을 일으켰다는 것에 누구도 의의를 달지 않으리라. 처음 이 책이 출간되었을때 사람들은 어린애들의 유치한 공상소설로 여겼던 판타지가 이토록 탄탄한 구성을 가질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 안에 담겨진 철학적인 메세지에 감탄했으며 작가가 마련해놓은 결코 유치하지 않은 또하나의 세계에 매료되었다. 판타지에 대한 편견어린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은 소설이었다.

판타지는 완전한 허구속의 세상이므로 몰입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매끄러운 줄거리를 바탕으로 기존의 식상한 영웅캐릭터가 아닌, 서민적이고 일상적인 캐릭터를 내세워 친근감을 조성했다. 주인공 후치만해도 다른 판타지의 영웅 캐릭터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는 약하고 수다스럽지만 인간적이다. 이런 인간적인 요소는 소설 전체적인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한다. 철학적인 고찰이 이 판타지라는 깃털처럼 가벼운 장르에서 자연스럽게 녹알들수 있었던 것도 드래곤 라자의 세계의 사람들은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기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판타지 문학(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통신 판타지 문학)의 시초인 이 소설의 영향력이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것은 조금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정통 판타지들중 이 작품을 능가하는것이 없다는 얘기도 되니까 말이다. 드래곤 라자 이상으로 새롭고 잘쓰여진 판타지가 어서 나오기를 바란다. 이 소설을 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판타지는 지금 이상의 발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드래곤 라자를 기반으로 제 2의 판타지의 부흥기를 불러올 소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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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리의 교사론 - 기꺼이 가르치려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파울로 프레이리 지음, 교육문화연구회 옮김 / 아침이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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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것은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소명감을 지니고 그를 위한 실천력을 갖추는 것이다. 어떤 이론이나 학습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일단은 마음가짐인 것이다.

이 간단하지만 어려운 진실을 '프레이리의 교사론'에서는 편지글 형식으로 독자에게 친절하게 풀어내고 있다. 교사는 진보적이어야하고 세계를 누구보다 잘 읽을수 있어야 하며 난관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능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마치 선배와도 같이 자상한 어조로 설명해주고 있다. 현장에서 갖추어야할 의지와 그 가운데에서 철학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이 책은, 교사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편지글 형식의 구성은 자칫 딱딱하고 건조해질수 있는 제안들을 부드럽고 소화하기 싶게 받아들이게 한다. 경어체의 문장에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지만 읽으면서 보니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닿아오는 표현인지를 알겠다.

읽고나면 교사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새로이 다잡아 볼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어렵진 않지만 많은것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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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오감도 1 - 질주와 공포
조성기 지음 / 세계사 / 199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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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오감도'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적나라하고 비윤리적인 내용으로 문제가 되어 한때 판매금지 조처에 취해졌었던 소설이다. 권마다 다른 주제를 가진 이 소설은 총 네 권이 완결로 출판되었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단순히 비윤리적이고 저질적인 책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읽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이러한 비윤리적인 사람들을 양상해 낸 사회에의 비판에 있다. 그건 1권, 생매장 당하기 직전, 덕만의 말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결국 그렇게 되었습니다.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 사회에서 법대로 살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법을 깨뜨리고 파괴하는 쾌감을 맛보도록 나를 몰아갔습니다. 범죄를 저지를 적마다 불안하면서도 짜릿한 기분을 느꼈으니까요.'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절망이 그들을 타락시키고 범죄에 빠져들게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서 두 청년은 세상에 대해 희망을 품고 살지 않은 자들이다. 하루하루를 그저 건달처럼 지내면서 사기와 절도, 강도 짓이나 폭행도 주저하지 않는 사회악적인 존재인 것이다. 이 소설에서 그들은 주인공을 절망하고 피폐하게 만들고 또한 그녀가 가장 소중히 여겨 오던 가정이라는 보루를 산산조각 내어 버렸다. 그들은 선악의 구분을 내린다면 명백히 악 쪽으로 판단내릴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주인공을 파멸로 이끈 것이 단지 그 두 청년 뿐만은 아닌 것이라는 점이다.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 남편.. 그 역시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성폭력을 휘두른 가해자이며 가정을 무너뜨린 가장 중요한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녀를 절망하게 만든 것은 그 둘의 모략으로 자신을 부정한 여자로 몰아 부치는 남편의 태도였다. 어쩌면 그것은 그 둘에게보다 여자에게 더욱 정신적으로 상처를 남겼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선'은 주인공 여자일까..? 여자는 분명 피해자이고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선 쪽 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녀는 책의 종반부에서 누구보다도 가혹한 가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분노로 인하여 순간적으로 살해할 결심에 그가 자주 마시는 위스키 병에 메틸 알콜을 탄다. 그로 인하여 남편은 실명하게 된다. 또한 자신을 망치고 딸까지 범하려 한 영기와 덕만에 대한 증오와 원한은 그들을 가장 잔인한 살인 방법인 생매장으로 죽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법이라는 칼이 말이야, 무디어질 대로 무디어져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는 국민 개인이 갈아서 쓰는 수 밖에 없지. 일종의 정당방위로 말이야..'

영기와 덕만이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청년이었지만 사회에 대한 분노로 변해 버린 것처럼 그녀 역시 제대로 방어벽 구실을 못하는 법과 사회에 대한 좌절 역시,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녀가 이렇게 변해버리게 된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것은 작가가 가장 말하고 싶어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욕망의 오감도는 우리 사회 우리 시대의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에 대한 오감도라고 한다. 그리고 소설 속에 묘사 된 상황들은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책이나 르포 기사, 체험담 그리고 작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세태들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거의 논픽션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이다. 더 나아가 이것은 지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연작 소설에서 언급하고 있는 일들보다 더 부끄럽고 잔혹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 사회에서 판금이라는 어설픈 조치로 꼭꼭 싸 감추려 하기보다는 그 환부를 볼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 더 적당한 방법이라고 본다. 상처는 열어놔야 상태를 자세히 볼 수 있고 치료도 할 수 있다. 그저 감춘 채 열어 놓지 않는 환부는 더 심하게 곪아 버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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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 클럽
배수아 지음 / 해냄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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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현대작가론 강의에서 배수아에 대해 듣고 즉시 읽어본 책이 붉은 손 클럽이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접한 배수아의 소설인 것이다.

보통의 섬세한 여성작가의 느낌을 기대했던 나는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술렁술렁거리는 문체, 흔들리는 시선, 하지만 지독하게 메마른 인물.. 비틀린듯한 그녀의 냉소에 읽는 내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잔혹한 묘사들은 그 묘사가 세밀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분나쁘도록 리얼하다. 감각으로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독자는 그녀의 감각적인 글쓰기에 멋모르고 휘말렸다가 오감을 다치고 만다. 뜨겁게 덴듯한 느낌이고 따갑게 찔린듯한 기분이다. 모래냄새가 잔뜩 풍기는 그녀의 글은 확실히 검붉은 색깔로써 피맛이 난다.

심하게 감각을 자극하는 글쓰기는 그 자체가 개성일수도 있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에 있어서는 위험한 요소로 작용할수도 있다.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된 글은 줄거리 자체가 이미지에 묻혀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읽는 순간은 몰입되지만 읽고 나서는 정확하게 무슨 내용이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감각적 냄새가 짙은 소설에서 흔히 발견된다. 붉은 손 클럽의 그 위태로운 균형은 앞으로 배수아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붉은 손 클럽을 읽고 묘한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그것은 배수아 고유의 코드이다. 그녀가 풀어나가는 화법이기도 하다.

음(陰)적인 감정이든 어떻든 사람을 자극해낼 수 있는 그녀의 재능이, 나는 참 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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