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봉님의 동화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때였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동화작가가 되겠다고 얼마나 다짐을 했던가. 지금도 동화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국내외의 여러 외국 동화를 수시로 읽어보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 나를 정화시키고 깨끗하게 만들었던 작품집은 없었다.동화는 아이들이 읽는 책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나는 그 정의를 조금 수정하고 싶다. 동화는 아이들이 읽는 책이지만 어른을 아이처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정채봉님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맑고 투명하여 세속에 때묻은 나이 든 어른까지 모두 어린이와 같이 만드는 힘이 담겼다. 구름이 이야기하였습니다. 풀꽃이 이야기하였습니다-라며 시작되는 곱고 여린 이야기들은 읽는이의 감성을 눈물겹게 자극한다. 내게도 이런 느낌이 남아있었구나 싶을정도로,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다.내가 아이가 있다면 가장 먼저 읽어주고 싶은 것이 정채봉님의 동화이며, 더 나이가 들어서도 간간히 꺼내어 음미하고 싶은 책 역시 이 동화집이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내 자신에게 행복하고 다행스러운 일인가. 어린시절에 이런 책을 만날 수 있던 것은 분명히 감사할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