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 클럽
배수아 지음 / 해냄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학교의 현대작가론 강의에서 배수아에 대해 듣고 즉시 읽어본 책이 붉은 손 클럽이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접한 배수아의 소설인 것이다.

보통의 섬세한 여성작가의 느낌을 기대했던 나는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술렁술렁거리는 문체, 흔들리는 시선, 하지만 지독하게 메마른 인물.. 비틀린듯한 그녀의 냉소에 읽는 내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잔혹한 묘사들은 그 묘사가 세밀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분나쁘도록 리얼하다. 감각으로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독자는 그녀의 감각적인 글쓰기에 멋모르고 휘말렸다가 오감을 다치고 만다. 뜨겁게 덴듯한 느낌이고 따갑게 찔린듯한 기분이다. 모래냄새가 잔뜩 풍기는 그녀의 글은 확실히 검붉은 색깔로써 피맛이 난다.

심하게 감각을 자극하는 글쓰기는 그 자체가 개성일수도 있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에 있어서는 위험한 요소로 작용할수도 있다.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된 글은 줄거리 자체가 이미지에 묻혀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읽는 순간은 몰입되지만 읽고 나서는 정확하게 무슨 내용이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감각적 냄새가 짙은 소설에서 흔히 발견된다. 붉은 손 클럽의 그 위태로운 균형은 앞으로 배수아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붉은 손 클럽을 읽고 묘한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그것은 배수아 고유의 코드이다. 그녀가 풀어나가는 화법이기도 하다.

음(陰)적인 감정이든 어떻든 사람을 자극해낼 수 있는 그녀의 재능이, 나는 참 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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