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아의 비밀 일공일삼 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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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빌려온 책이었다. 평범한 제목이네, 생각하고 시간이나 때울까 싶어 집어들고 읽었다. 그리고 약속시간에 30분이나 늦어버렸을정도로 몰입해버렸다. 동화에 이렇게 마음이 움직이긴 참 오랫만이다...

단순히 창작동화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수준있는 소설이다. 내용이 어렵다거나, 문체가 딱딱하다거나, 메세지가 철학적이거나.. 그런 의미의 수준이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필력, 캐릭터들의 생생한 역동감(특히 클로디아! 어쩜 그리 나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 인물인지. 세상의 맏이는 다 비슷한걸까;), 소재의 전문성, 배경의 독특함.

이 소설은 그저 평범한 가출일기가 아니다. 가출을 통한 찾는 비밀, 그리고 그 비밀을 통해 얻는 성장이 이 한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보통 성장소설은 주인공의 성장통에 촛점을 맞추기 때문에 우울해지기가 쉬운데 이 소설은 시종 경쾌하고 부드러우면서 신비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끌어낸다. 마지막 부분, 집으로 돌아가는 클로디아를 보며 독자가 느끼는 뿌듯함은 바로 그 성장에 대한 대견함일 것이다.

꼭 클로디아의 나이의 아이들이 읽으면 판타지 이상으로 신기해하며 빠져들 소설이라 생각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어린이 입장에선 사차원 환상세계보다 더 신비스러운 곳이니까. 어른인 나조차 읽다보면 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는 곳이 세상에서 제일 고상한 장소로 느껴진단 말이다.

클로디아의 비밀은 어른들이 봐도 충분히 깜찍하니 한번쯤은 꼭 읽어보면 좋겠다. 이런 동화도 있구나, 고개를 끄떡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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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1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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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는 영화로 먼저 접했었다.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제목의 판타지 영화는, 정말이지 굉장히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손에 땀을 쥐고 본 두시간 가량의 그 영화에 원작이 있었음을 알았고 그 소설의 작가가 모모의 미하엘 엔데임을 들었다. 망설이지않고 당장 구입해 읽어버린 것이 이 끝없는 이야기다. (미하엘 엔데는 로알드 달, 스티븐 킹과 함께 이름만으로 믿고 책을 구입하는 작가중 하나이다.,)

끝없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으로 그려낸 환상 소설이지만 성인도 염두에 두었다는것이 역력히 드러난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다면 그저 한편의 재미있는 모험 대서사시겠지만 성인의 눈으로 본 이 소설은 그저 환상소설로 치부하기에는 다른 뭔가가 빛난다. 동심으로 포장되었지만 걸리는 구석이 많은 소설이다, 이건.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정신을 차리고 귀기울여보면 하나같이 철학적이고 묵직스럽다. 환상-이라는, 이야기 속의 나라라는 명분아래 작가는 하고 싶어하는 말을 실컷 꺼내 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환상소설의 가장 신나는 장점일수도 있겠다. 물론 지어낸 얘기야-한마디로 묵살해버릴 수 있는게 가장 큰 단점이겠지만 말이다. 결국 환상 세계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이 바로 그것 아닌가. 끝없는 이야기는 끝없는 믿음에 대해 정의하기도 하는 소설인 것이다.

즐겁지만 가볍지 않고 홀랑 넘어가지만 오래 기억되는 소설이다. 외국 판타지소설들중 몇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바스티안으로 이입하게 만드는 적녹(;)편집도 꽤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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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이해
김흥규 지음 / 민음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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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육이 전공인지라 국문학 쪽 서적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때문에 여러 종류의 관련 서적을 접해보았으나 한국문학이라는 장르가 생각보다 협소해서인지 큰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다 비슷비슷한 키의 이론서들이긴 하지만 그 중에서 굳이 추천을 하자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뭔가 특이한 이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목차가 새롭거나 눈에 띄게 독특한 편집이 되어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러나 한국문학의 체계가 단정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충실한 해설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무엇보다 서문에 한국문학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정의를 내려주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별거 아닌것 같지만 뚜렷한 목적의 제시는 독자에게 있어서 상당히 커다란 도움이 된다. 특히 쉽지 않은 이론서라면 더욱 큰 줄기로 잡아줘야한다.

탄탄한 학술서의 기본적인 요소에 최대한 근접하려 노력했고 한국문학에 대한 성실한 시선도 마음에 든다. 이런 점이 한국문학에 대해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겠다.

초보자에겐 더할나위없이 좋은 지침서가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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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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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살짝 비틀어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 이갈리아. 이 소설 속에서 보여지는 세상은 어떤 이론서보다도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듯 받아들여져 왔던 일상이, 다른 성의 시각으로 봤을 때 전혀 생소한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익숙해서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것들이 시점을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다른 의미가 되어 다가오는 것은, 무척이나 이상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는 내내 나는 그 묘한 체험을 했다.

왜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것으로 정해졌을까? 여자들은 왜 브래지어를 해야할까? 왜 여자는 직업에 제한을 가져야 하고 남자보다 외모에 신경을 써야 된다는 말을 듣는걸까?
왜 우리는 여자로 살면서 겪는 수없이 불공평한 일들을 그저 받아들이고만 있는 걸까..?

이 책의 주인공 페트로니우스는 맨움이다. 이갈리아에서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맨움으로 태어난 그를 통해 작가는 여성이란 성이 겪는 불합리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페트로니우스의 고민과 관심사는 실제로 우리 여성이 가지고 있는 고민 아닌가.

이 책을 읽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끔찍하다 라고 하는 남성분들을 많이 보았는데, 정작 이것을 읽고 정말 끔찍해야 하는 것은 여성들이다. 맨움은 책 속에서는 남성이라는 성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명백히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 때문이다. 맨움들이 겪는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일들은 사실 알고 보면 우리 여자들이 겪는 일, 바로 그대로가 아닌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사회 곳곳에 산재된 남성 우월적 요소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던 나는- 이미 남자 위주의 사회에 길들여진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도 들었다. 주인공 페트로니우스는 그런 맨움의 불공정한 위치에 대해 최소한의 자각은 있었지 않았던가.

움 위주 사회의 모순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는 마지막 부분의 페트로니우스의 행동은, 무거운 덩어리가 되어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가슴 안에 걸려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약간의 반성감, 그리고 약간의 질투심일 것이다. '이제 움들에게 이끌려 다니기만 했던 인생은 버릴 겁니다' 라고 어머니에게 말했던 그의 당당함과, 손가락질하는 사회에 가슴을 펴고 맞설 수 있는 그의 용기에 대한 부러움.

작가가 이 책에서 독자에게 원한 것은 딱 페트로니우스만큼의 자각, 이었을 것이다. 남성 위주의 이 사회에 대해 아무런 문제 의식을 가지지 못했던 나같은 이들에게 이 책은 그야말로 따끔한 일침을 놓고 있다. 주인공이 가졌던 고민과 비판 의식은 단지 소설 속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내 머릿 속에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갈리아의 잔상이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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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게임 1
사이토 타카오 지음 / 아선미디어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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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탐사를 하던 주인공 소년은 엄청난 대지진으로 인해 한 섬에서 완전히 고립된 신세가 된다. 주위에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 만화에서 주인공은 로빈슨 크루소보다도 더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로빈슨은 단지 무인도에 갇힌것일뿐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권수가 지나며 밝혀지게 되지만 이 만화속의 소년이 당면한 문제는 섬에 고립되어 있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대자연의 광기로 인류자체가 멸족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하지만 소년은 용기를 잃지 않고 상황을 기가 막히게 헤쳐나간다. 어리고 약하지만, 살아야한다는 집념은 누구보다도 아이를 강하게 만들었다. 소년이 체험하고 배우는 것들을 좇아가다 보면은 한권의 조난 대책서적을 읽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자칫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될수 있을지도 모르는 류의 소재를 이토록이나 현실적이고 몰입감넘치게 써 내려간 것은 작가가 얼마나 고심하고 노력했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꼼꼼히 읽은 독자들은 왠만한 위기상황에서는 대처할수 있을것이다. 아니 최소한 죽지는 않겠다는 자신감이라도 얻으리라. 놀라울정도로 실증적인 만화다.
그러나 그 지식적인 부분에 굉장한 박진감을 첨가해 꽤 긴 분량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읽힌다.

현실에 불만이 생길때 이만화를 읽자. 아주 효과적인 처방이 될것이다. 주인공 같은 상황만 아니라면, 뭐든지 다 해낼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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