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미 - 렉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피 킨셀라 지음, 이지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난 칙 릿(Chic-lit) 소설을 아주 좋아한다. 여자들 취향에 맞춘 아주 감각적인 이야기를 보면서 두근두근 가슴 설레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멋진 남자 주인공도 좋고, 조금은 평범한 여자 주인공도 좋다. 순정만화를 읽는 것처럼 아주 재미있다.

여자들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만한 일이다. 잠에서 깨어나니 어제의 구질구질 했던 <나> 대신에 블링블링한 새로운 <나>로 변신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동료들이 다 받는 연말보너스를 혼자 받지 못하고,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비오는 날 우산도 없이 오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고 있던 렉시는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된다. 

이제는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기억상실증. 주인공 렉시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그런데 모든 기억을 다 잃은 것이 아니라 딱 3년동안의 기억만이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사라진다. 이게 무슨 조화냐.

비에 젖어서 꼬질꼬질했던 뻐드렁니의 신입 수습 사원에서 완벽한 외모와 능력을 자랑하는 부장님으로 변신한 것이다. 멋지게 정리된 손톱과 명품 핸드백, 군살없는 몸매, 완벽한 치아 그리고 부자에다 잘생긴 훈남 남편까지. 렉시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잃어버린 기억속의 멋진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면 무척 식상한 전개의 이야기가 되어 버리겠지만, 렉시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은이 소피 킨셀라는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찾아가는 렉시를 통해서, 완벽한 조건들이 행복을 반드시 선물해 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나 보다. 단순하게 재미만을 위한 소설이기 보다는 뭔가 하나를 더 첨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리멤버 미>는 소설이지만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PPL처럼 특정 브랜드명이 자주 등장해서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특히, 블랙베리폰은 그냥 휴대폰이라고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굳이 제품명을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멤버 미>는 칙 릿(Chic-lit) 소설이 가지고 있어야 할 모든 구성 요소들을 빠짐없이 가지고 있다. 블링블링하고, 핫하고, 시크한 함이 물씬 풍긴다. 감각적인 문장들이 어찌나 재미가 있던지 페이지가 무척 잘 넘어가서 500여 페이지를 읽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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