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세상의 그물을 조심하시오 태학산문선 103
이옥 지음, 심경호 옮김 / 태학사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정민 선생의 <미쳐야미친다>에 실린 이옥의 글 -  연초연기와 향연기 - 를 보고 뭔가 깨달음이 있어 이옥의 산문집을 읽게 되었다. 그 글이 쉽지 않게 읽혔듯이 이옥의 글은 내포된 뜻이 깊어서인지 이해하기기 상당히 어렵다. 힘과 노력을 들여 읽는 중이다. 몇 번을 더 뒤적여 봐야 진정한 감이 올 듯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없어서 먼저 발을 내 디딘다.

최근에 연암 박지원의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읽고 상당히 고무되었었다. 고도의 비유와  함축이 경이로왔었는데, 이옥의 글에서도 유사한 발견을 한다.  그런데 연암선생의 글이 더 훌륭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연암의 책값이 좀더 나가고 그 값에 걸맞게 해석을 아주 자세히 해 주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나의 고전 읽기가 원본의 번역에 더해, 곡진한 해설을 필요로 하는 초보 단계에 있으므로, 내가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해야겠지만, 이와 같은 고전시리즈가 한층 업데이트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옥의 글쓰기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종례의 규범의식에 대한 반발을 통해 참다운 개성을 글속에 담으려 한 실험정신이 가득한 것이었다고 한다.  내가 그를 좀 다르게 느끼는 것은 그의 글을 통해서는 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정조의 문체 반정을 통하여 곤욕을 치렀다는 것 외에 결혼은 했는지, 벼슬은 했는지, 어떤 변화를 꿈꾸며 행동했는지  당시 사람 - 정약용, 박제가, 이덕무 - 들의 글은 생활을 바탕으로 글이 존재했는데, 이옥은 오직 글을 쓰기 위해 존재한 사람처럼 그렇게 느껴진다.

옮긴이 심경호 선생은 이옥의 친구 김려라는 사람의 말을 빌어 그의 시문에서는 기이한 생각과 감정이 마치 누에 고치가 실을 토하는 샘물 구멍에서 물이 용솟음치듯 흘러나온다 라는 글로 이옥이 타고난 글쟁이였음을 또한 말해 주고 있으니 이옥의 글은 그의 생애보다 그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잘 잡아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보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과 세상을 관찰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을지도 모른다. 폭포와 바람소리를 극복하고 포용한 진정한 예술가 송실솔, 권력에 움츠리지 않는 칼의 명인, 백성들을 돌아볼 줄 아는 협객 장복선, 노류장화 사당패 및 불행한 열녀 이야기, 남존여비의 극치를 달리던 당시에 다섯 아들을 두고도 오히려 각종 세금으로 슬퍼해야 하는 하층민의 삶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흰 봉선화, 거미가 치는 그물, 개구리와 벼룩, 바다, 연기 등 사물에 대한 관심과 관찰은 우리가 살아가며 보는 세상에 확대, 비유하여  깨달음과 새로운 시각을 주기도 하니, 그가 단지 글쟁이에만  머물러 그 역할을 못한 것은 아니다.

 '가을의 벌레소리'란 글에 보면 수 많은 글을 써내는 자신의 글쓰기의 의미를 회의하는 내용이 있다. 일상의 반복처럼 일상적으로 쓰게 된 글들에 대해 근복적으로 돌아보는 과정이다. 왜 쓰는가라는 물음은 그에게는 아마도 뭇사람들의  왜 사는가와 같은  알기 힘든, 꼭 집어 대답할 수 없는 그런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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